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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관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세월호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이다. 세월호 피해자를 두둔하는 쪽이든 외면하는 쪽이든 대체로 같은 결론이다. 그 사고로 세상이 침울해졌고 사람들이 불안해서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거다. 이건 내 주변 사람들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마이크에 대고 세월호 탓을 하는 정치인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과연 맞는 말일까? 틀린 말이다. 말의 힘은 대단해서 세월호 탓을 하면 모든 게 세월호 때문 같다. 하지만 아니다. 아직 자식의 시신도 찾지 못한 부모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어찌 저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비난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매출 운운하는 매몰찬 인간이 어디 있냐고 핀잔주는 것도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 엉뚱한 과녁에 대고 괜한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영업자라서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가 확 꺾인 건 절감하고 있다. 누가 푸념조로 수익이 반토막 났다고 하면 그 정도는 호황이라고 부러워 할 판이다. 그저 이 검은 구름장이 걷히기를 바라며 납작 엎드려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이런 말도 했다.

"이 불경기는 오래 갈테니 이왕 엎드릴 거면 편한 자세로 기다려라. 그래야 오래 버티지."

십분 동감하는 바이다. 도대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뭘 해 볼 엄두가 나질 않을 만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침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세월호 사고 탓인가? 아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전에 대한 불신'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면, 그 불신과 불안은 세월호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잘못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배가 침몰하는데 기차는? 버스는? 비행기는? 누가 안전을 보장할 수는 있나? 평소에 점검을 한다고 하지만 그건 또 어떻게 믿나? 세월호는 점검하지 않던 배였나? 한다고 했지만 순 거짓말 아니었던가.

이런 불안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 중에 개막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경기장에 가서 관람을 하려고 마음 먹은 사람도 없다. 유독 내 주변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근원적인 이유는 모여서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불안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런 국가적 차원의 집단 불안이 시작된 건 세월호 사고가 맞지만 역대로 이러한 사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 사고가 났어도 우리는 수습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서 그 불안을 걷어내고 헤쳐가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처럼 불안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안이 오래 가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아직 수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다. 그 수습을 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그 원인을 밝히는 게 먼저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마련하고 대책을 세워야 사람들이 불안을 걷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그런데 반년이 다 되어가도록 명확한 원인 파악조차도 못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럼 그 수습의 주체는 누구인가? 범국가적인 사고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조직은 누구인가?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가 차원의 일이니 당연히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이 잘 됐든 못 됐든 남 탓 할 것 없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고 그걸 못하면 비난 받아야 마땅한 거 아닌가? 어떻게 자식 죽은 이유를 묻는 부모가 그 책임을 져야하고, 콩가루 야당이 그 책임을 질 수가 있단 말인가.

정부가 본분을 외면하고도 멀쩡할 수 있는 건 선거가 끝났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말을 똑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이렇게 말하자.

"경기가 다 죽어가는 건 세월호 수습을 못하는 무능한 정부 탓이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캠핑 블러그에도 게재했습니다.



태그:#세월호, #사고수습, #국가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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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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