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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은 주로 제식훈련과 구보 등으로 이뤄진다.
▲ 중국 대학 신입생들의 군사훈련 훈련은 주로 제식훈련과 구보 등으로 이뤄진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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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얼이(一二一), 이얼이!"

9월 초, 중국 대학 캠퍼스 도처에서 들려오는 군사 훈련의 구령 소리이다. 개학하고 전문대는 보통 2주차까지 본과생은 3주차까지 실시된다. 중국 '병역법'에 따르면 고등학생 신입생은 1~2주, 대학 신입생은 2~3주 군사훈련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분단 상황을 감안해 부병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말까지 고등학생 교련수업과 대학생 군사훈련, 전방부대 입소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병제를 실시하는 중국이 예비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훈련을 받는 대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실시되는 '쥔쉰(軍訓, 군사훈련)'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겨울 방학의 느슨했던 마음을 다잡고, 대학 생활의 시작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어쩔 수 없이 인내해야 하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힘든 시간일 뿐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린다.

인터넷 설문에서 군사훈련이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엇비슷하다.
▲ 강제적인 군사훈련이 필요한가요? 인터넷 설문에서 군사훈련이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엇비슷하다.
ⓒ 왕이(網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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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고등학교에서 군사훈련 중에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사고와 교관과 학생간의 집단 난투극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쥔쉰'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포털 사이트 왕이(網易)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강제 군사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45%와 49%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미 군사훈련을 실시한 재학생들은 대체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고, 신입생은 그 반대 의견이 많다.

서주(西周) 때부터 국학에서 무관 스승의 지도 아래 군사훈련이 실시되었다고 한다. 민국(民國) 시절에는 '동자군(童子軍)'이라는 이름으로 학생군사훈련이 있었으며, 1955년 처음 '병역법' 제정 당시 체대나 철도대 등에서 부분적으로 실시되던 것이 점차 확대되어 지금은 전국 500여 개 대학, 3000여 개 고등학교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각 학과별로 실시한 훈련 결과를 사열하여 평가하기도 한다.
▲ 중국대학생의 통과의례 쥔쉰 각 학과별로 실시한 훈련 결과를 사열하여 평가하기도 한다.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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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臨沂)대학에서 군사훈련 중인 한 여학생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중간체조 시간에 제식훈련을 했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도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대학 입학 후에도 당연히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쥔쉰'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의아해 한다.

자유롭고 톡톡 튀는 개성으로 시작되어야 할 대학생활이 획일적인 상명하복의 군사훈련으로 시작하는 것에 대해 별로 불만이 없고,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230만의 정규군을 보유한 중국군은 대략 초등학생 9630만, 중학생 4440만, 고등학생 2436만, 대학생 2468만 명의 후방 지원 예비인력을 양성,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 개혁 개방에 속도를 내기 위해 덩샤오핑은 이상, 도덕성, 문화적 소양, 기강이 있는 '4유(四有) 인재'를 사회주의 신인재상으로 주창했다. 계급투쟁이 한창이던 시절, 자산계급의 멍에를 쓰고 박해 받던 지식인을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 일꾼으로 위상을 높여 준 셈이다.

그러나 그 지식인의 비상은 '사회주의 규율과 기강'이라는 하늘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군사훈련은 예비 지식인들의 날개에 사회주의국가의 이념과 기강의 무게를 장착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군복이 준비되지 않아 사복을 입고 제식훈련을 하고 있다.
▲ 제식훈련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 군복이 준비되지 않아 사복을 입고 제식훈련을 하고 있다.
ⓒ 김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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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강조되는 21세기에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한 동작, 획일적 복종을 요구하는 제식훈련 중심의 '쥔쉰'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국가가 있기에 개인이 있고, 그래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는 잠시 유보되어도 좋다는 것에 많은 중국인들은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최근 발생한 몇 건의 군사훈련 관련 사고에 대한 미봉책보다는 군사훈련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캠퍼스 도처에 군복을 입고 부동자세로 서 있는 모습, 검게 그을려 로봇처럼 제식훈련을 하고 있는 풍경이 그 곁에서 스마트 폰을 들고 채팅하는 대학생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으로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중국 대학 캠퍼스에서 이런 부자연스러운 풍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중국군사훈련, #쥔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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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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