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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촛불이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의왕시 청계근린공원에서 청계자유학교 학부모에 의해 켜졌다.
 세월호 추모 촛불이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의왕시 청계근린공원에서 청계자유학교 학부모에 의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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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이렇게 잊혀 지면 안 되잖아요. 적어도 우리 학부모들은 잊으면 안 되잖아요. 청계자유발도로프학교(이하 '청계자유학교') 1학년 엄마들의 이름으로 'remember0416' 콘서트를 열면 어떨까요?"

안은미(42)씨는 지난 8월초에 열린 청계자유학교 1학년 학부모 모임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가 정권에 의해 외면당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학부모들은 이 제안을 이구동성으로 찬성했다. 대안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면서 공동체회복을 삶의 가치로 삼은 학부모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청계자유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 경기도 의왕시 청계마을에서 15차례에 걸쳐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그러다 장시간 피로감이 쌓이면서 중단했다. 하지만 촛불이 아예 꺼진 것은 아니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지켜보며 고민하던 학부모가 문화공연으로 세월호 촛불을 다시 켜자고 제안하면서 제2의 촛불이 참사 150일째인 날에 시와 노래로 밝혀졌다.

"마음이 캄캄한 유족들의 아픔을 잊지 말자"

청계자유학교 1학년 아빠들이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민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청계자유학교 1학년 아빠들이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민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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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7시, 경기도 의왕시 청계사 길목에 위치한 '공감터 참방'에 어린아이부터 초중등학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100여 명이 모였다. '공감터 참방'은 청계자유학교 학부모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문화공간이다. 한 달 동안 공연 준비를 한 청계자유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모였고, 자녀들은 엄마아빠들의 다짐을 지켜보기 위해 눈빛을 반짝였다.

첫 무대는 아빠들이 장식했다. 20여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1학년 아빠 합창단은 김광석의 '일어나'를 합창한 데 이어 <레미제라블>의 주제가인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불렀다. 권력에 의해 자식을 잃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거리로 내몰린 세월호 유족들의 분노를 담아 목청껏 그리고, 뜨겁게 불렀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 하나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싸우리라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살아도 죽어서도 앞을 향해 전진하라
저 순교의 피로서 조국을 물들이리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다음 순서는 콘서트 제안자인 안은미씨 차례였다. 안씨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극중 곡인 'I dreamed a dream'(꿈을 꾸었네)을 독창으로 부른데 이어 성악가인 남편 이인구씨와 '9월의 어느 멋진 날'을 듀엣으로 불렀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아빠 손종현(45)씨는 붉어진 눈빛으로 '언젠가는'(조은 시)이란 시와 '아이들은'(작사 선용)이란 동요를 낭송했다. 동요 '아이들은' 일곱 살 딸이 가르쳐주었다고 밝혔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 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모를 거야
아이들이 해인 것은
하지만 금방이라도 알 수 있지 알 수 있어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낮도 밤인 것을
노래 소리 들리지 않는 것을

시낭송을 마친 손씨는 "아이들을 잃은 유족들의 마음은 해가 떠도 캄캄한 밤일 것"이라면서 "자식을 잃고 마음이 캄캄한 유족들의 아픔을 잊지 말자"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어서 "세상에는 생계유지조차 힘든 사람들과 그 부모에 의해 돌봄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우리 아이들만 챙기지 말고, 공교육 경쟁에 내던져진 우리 아이들과 버림받은 아이들을 함께 챙기자"고 호소했다.

참사의 아픔을 또 겪어야 하나?

청계자유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remember0416' 콘서트를 통해 세월호의 아픔을 되새겼다.
 청계자유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remember0416' 콘서트를 통해 세월호의 아픔을 되새겼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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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오늘로 150일 째입니다. 유족들은 아직도 자기 아이들이 왜 구조되지 못하고 죽어가야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혀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잊혀지고, 잊혀지고 나면 그래도 되는 것이 되어 버리고, 그래도 되는 것이 되어버리면 참사가 또 반복되겠지요."

'remember0416' 콘서트를 진행한 청계자유학교 1학년 대표 최수진(38)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온 몸으로 투쟁하는 분들 그리고,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에게 작은 빛을 보내드리고자 콘서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엄마 합창단이 유족을 위로하는 내용의 'You raise me up' 등 3곡을 잇따라 부르면서 1시간가량의 동네 콘서트는 끝나고 노란 종이배 접기가 이어졌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노란 종이배에 노란 리본을 묶은 세월호 종이배는 아이들 손에 들려져 각 가정에 놓여졌다. 나보다는 우리, 혼자 살기보다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청계자유학교 엄마아빠들의 콘서트는 끝났지만 그 노래와 다짐은 학부모들의 가슴에 새겨졌다.

청계자유학교 연대이사인 정영철(47)씨는 "1학년 엄마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콘서트를 자발적으로 연 것을 보면서 대안학교 학부모로서 뿌듯했다"면서 "하반기에는 청계자유학교 학부모와 청계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동네 촛불 문화공연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망각의 쓰나미가 대한민국을 덮치고, 유족들의 간절한 요구에 대한 왜곡과 불신 그리고, 분열이 극심한데도 침묵한다면 이 나라는 무덤이다.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유족들의 당연한 외침마저 매장하려는 이 나라에서 청계자유학교 학부모들은 내 아이와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망각과 투쟁 중이다.

망각을 강요하는 시대에 맞선 청계자유학교 엄마들의 remember0416' 콘서트는 노래가 되어 가슴에 새겨졌다.
 망각을 강요하는 시대에 맞선 청계자유학교 엄마들의 remember0416' 콘서트는 노래가 되어 가슴에 새겨졌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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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계자유학교, #세월호 참사, #유족, #세월호특별법,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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