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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김동진(45, 사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 그의 다음 운명은 징계일까. 대법원은 12일 그가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올린 글을 직권으로 삭제하는 한편,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판결이라는 사안의 민감성에다가 김 부장판사가 올린 글의 파장이 워낙 커서 대법원의 향후 처리가 주목된다. 대법원은 이미 해당 게시글을 수시간만에 직권으로 삭제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7시쯤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던 해인데 원 전 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 공작을 했다면 그건 정치 개입인 동시에 선거 개입이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장(이범균 부장판사)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사심'이 가득한 판결"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 현직 부장판사, '원세훈 판결' 실명 비판)

대법원은 즉각 코트넷 운영심의위원회를 열어 오전 10시~10시 반쯤 그의 글을 삭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법관이 다른 판사의 판결을 논평하는 것 자체가 법관의 기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의 글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고도 얘기했다.

법관윤리강령은 공정성(3조)과 정치적 중립(7조) 의무를 정해놨고,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 사건을 두고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도록(4조 5항) 하고 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다른 법관이 담당한 사건의 논평은 학술 목적 등에만 가능하다고(권고의견 3호) 정했다.

대법원은 또 김 부장판사의 글이 사법부 전산망 그룹웨어 운영지침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의 글이 타인 명예훼손(6조 4항 2호), 정치적 중립 침해(3호), 게시판 개설 목적 비부합(6호) 등 삭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삭제한 것이 아니다"라며 "김 부장판사가 반대로 '원세훈 전 원장의 1심 판결이 너무 좋다'는 식의 글을 썼더라도 똑같이 삭제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일이 법관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의 징계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지원에서 수원지방법원으로 보고를 하면, 수원지방법원장이 징계를 청구할지 말지 결정한다"고 했다. 법원징계법에 따르면, 대법원은 법원장 등이 징계를 청구한 뒤에야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그의 징계 청구를 권고할 수도 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2012년 코트넷에 대법원의 '횡성한우 판결' 비판글을 올렸을 때 대법원은 따로 윤리위원회를 열어 그의 행동이 법관 윤리강령에 위배되는지 등을 논의했다. 윤리위는 그 결과 수원지방법원장에게 '서면경고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청구하도록 권고했고, 이후 김 부장판사는 서면경고를 받았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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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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