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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남 해남군 들판에 어마하게 많은 풀무치떼가 출현했었다. 방제작업으로 며칠만에 대부분 사라졌지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의 추측으로는 마른장마가 길어지면서 흙 속에 있던 알이 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대량으로 부화했을 가능성과 천적인 철새의 감소를 원인으로 들기도 했다.

작물을 사랑한 곤충
 작물을 사랑한 곤충
ⓒ 들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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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진딧물이 대량으로 발생했었다. 친환경 농사로 배추농사를 짓는 어떤 농부는 화학농약의 유혹을 느낄 정도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딧물의 번식이 많았던 이유로는 태풍이 없었던 것을 원인으로 들기도 했는데, 그만큼 기후에 따라서 변화무상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생태계다.

곤충을 알고 농사를 짓자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도 곤충의 생태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농사를 지을수가 있다.

농사를 중심에 두고 말하는 해충과 익충에는 어떤 곤충들이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그들의 생태습성 등을 쉽게 풀이해 놓은 <작물을 사랑한 곤충>을 읽고나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보인다.

메뚜기쌀 축제가 열릴만큼 친환경농업의 지표 곤충으로 불리는 메뚜기는 논 뿐만 아니라 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지만, 주로 많이 보이는 것은 식용으로도 볶아먹기도 했던 벼메뚜기와 몸집이 큰 섬서구메뚜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메뚜기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업고 다니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새끼를 업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새끼라고 말하는 건 수컷이다. 섬서구메뚜기 수컷은 25mm내외지만 암컷은 42mm 정도로 수컷보다 훨씬 더 크고 뚱뚱하다.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서 암컷 위에 성공적으로 올라탄 모습인데도 크기 차이가 심하다 보니 새끼를 업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 본문 중에서 -

해남에 나타났던 풀무치처럼 메뚜기도 개체수가 많으면 작물에 피해를 주지만, 숫자가 적으면 작물에 주는 피해는 크지 않다. 메뚜기와 방아깨비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방아깨비는 앞다리에 비해 뒷다리가 매우 길며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를 찢듯이 위 아래로 몸을 움직인다.

몸집이 작은 수컷을 암컷이 업고 다니는 섬서구메뚜기(왼쪽), 방아깨비는 메뚜기보다 뒷다리가 가늘며 길다
 몸집이 작은 수컷을 암컷이 업고 다니는 섬서구메뚜기(왼쪽), 방아깨비는 메뚜기보다 뒷다리가 가늘며 길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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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하는 무당벌레와 채식하는 무당벌레

빨간색 몸에 검은점이 많은 무당벌레는 작물에 피해를 주는 진딧물을 먹이로 하는 텃밭의 대표적인 익충으로 불린다.

하루에 2백마리 이상 일생동안 5천마리를 잡아먹는 포식자인 무당벌레는 몸에서 번들거리는 광택이 보인다. 천적에 맞서기 위한 방패역할도 하면서 이쁘게 보이기도 하지만, 새끼인 유충의 생김새는 영 딴판이다. 그래서인지 해충으로 알고 잡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잡아먹는 무당벌레가 많다고 좋아할 것도 아니다. 해충이 많거나 발생할 수 있는 경고로 알고 작물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당벌레 유충이 많은 곳은 진딧물의 번식처라고 보면 된다. 해충을 잘 잡아먹는 무당벌레는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곤충이다. 약제 방제 없이 농약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생물 농약이라고도 부른다." - 본문 중에서 -

하지만 무당벌레 중에는 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도 있다. 황토색 몸에 검은점이 많은 28점 무당벌레는 주로 봄여름에 감자, 가지, 토마토의 잎이나 열매를 갉아먹는다. 실처럼 얇은 잎맥은 남기고 뜯어내는 재주를 가졌지만 채식을 한다는 이유로 해충으로 불린다.

익충으로 불리는 무당벌레는 몸에 광택이 나며 눈이 크고 흰색이며 맨 오른쪽은 유충(상단) 해충으로 불리는 28점 무당벌레는 황토색에 28개의 점이 있으며  눈이 작으며 잎맥을 남기고 뜯어먹는 습성이 있다.
 익충으로 불리는 무당벌레는 몸에 광택이 나며 눈이 크고 흰색이며 맨 오른쪽은 유충(상단) 해충으로 불리는 28점 무당벌레는 황토색에 28개의 점이 있으며 눈이 작으며 잎맥을 남기고 뜯어먹는 습성이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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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사는 곤충과 함께 하는 것

숲에서 살다가 밭으로 서식처를 옮겼다가 해충이 된 곤충이 있다. 주로 고추나무에 집단으로 서식을 하는 '썩덩나무노린재' 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숲에서 살다가 밭으로 내려온 곤충이다.

서식환경이 바뀌고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생존방식을 밭으로 옮긴 노린재는 모기처럼 작물의 줄기나 열매에 침을 꽂아서 양분을 빨아먹는다. 고추, 콩 등의 열매작물에 피해를 주지만 날아다니기 때문에 방제가 쉽지도 않다. 또한 노린재는 페로몬 물질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곤충이다.

"노린재는 매미나 풀벌레처럼 울 수도 없고, 반딧불이처럼 불빛을 깜박거릴 수도 없다. 그러니 향수로 이성을 유혹하는 사람들처럼 방귀로 짝을 유인할 수밖에. 짝을 찾아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서는 냄새 지독한 방귀가 더 없이 소중하다." - 본문 중에서 -

집단으로 모여서 서식하는 노린재는 잎뒤에 알을 낳는다.
 집단으로 모여서 서식하는 노린재는 잎뒤에 알을 낳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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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계는 균형을 스스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의 성질을 갖고 있다. 곤충도 마찬가지로 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이 있으면 그것을 먹이로 하는 천적곤충들이 생겨나서 균형을 유지한다.

숲이나 풀에서 살던 곤충들이 작물에 달려드는 것은 그들의 삶터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존재해 있던 환경을 인간은 농사를 위해 편리함을 더 많이 가지려고 그곳에 깃들어 살던 생명들을 내쫒거나 화학농약을 사용하여 죽이는 방식으로 자연생태계를 길들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인류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으로 자연을 파괴해버렸다.

인간의 눈에는 하찮아 보이는 작은 곤충이지만 지구생태계에 필요하기에 존재하는 생명들이다. 농사를 통해서 생존하는 방식을 택한 인간이지만, 최소한 그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그들의 생존법칙으로 개체수를 조절한다. 행여 작물을 조금 잃더라도 그들이 있었기에 농사를 지을 수 있었음을 이해한다면 작물을 사랑한 곤충과 공존은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작물을 사랑한 곤충 / 한영식 지음 / 들녘 / 2011.04 / 14,000원



작물을 사랑한 곤충 - 논밭에서 만나는 해충·익충 이야기

한영식 지음, 들녘(2011)


태그:#곤충, #해충, #메뚜기, #풀무치, #무당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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