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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사이버심리단장. 이들은 대부분 시민들이 들뜬 마음으로 한가위 큰 보름달을 보고 있을 때 초조하게 보름달을 보고 있을 것입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11일에 이 세 사람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1심판결이 선고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 사람의 재판이 지금까지 오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작년 4월 서울지방경찰청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여당 후보를 치켜세우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쓴 행위가 국정원의 조직적 행위인지 그리고 선거법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결론내리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고작 '댓글녀'로 알려진 김OO씨를 비롯해 국정원 직원 2명과 협력자 1명만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수사와 재판

사건을 넘겨받고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하려 했지만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가로막혔습니다. 결국, 검찰 특별수사팀은 작년 6월 14일에 원세훈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였습니다.

하지만 범행에 가담한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 '댓글녀' 김씨를 비롯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게 검찰의 변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석 달 후 이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이 제기한 재정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결국 함께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우여곡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선거개입 행위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확인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같이 중소형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선거에 개입하는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았다고 알려졌지만, 트위터를 통해서도 엄청난 양의 글을 확산시켰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밝힌 바로는 2000여개가 넘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2200만 건이 넘는 글이 확산되었습니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트위터 부문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들을 긴급체포했다가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어주어야 했고,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특별수사팀장에게 '야당 도와줄 있냐'고 말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습니다. 그나마 우여곡절에도 특별수사팀은 트위터를 통한 선거개입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공소장에 추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사의지가 높았다고 평가받은 윤석열 특별수사팀장과 주요 팀원들은 수사에서 배제되었고 나중에는 징계까지 받았습니다.

선거 공정성 깨뜨린 이들에 사법부가 어떤 판단 내릴지 긴장

추석 연휴를 보낸 직후인 9월 1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21형사부가 1심 판결을 선고합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여서 긴장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7월 14일 열린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정치개입행위를 지시한 바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사이버심리전단의 활동은 북한과 '종북세력'의 공세에 대응하는 정당한 활동이었고, 일부 문제된 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은 조직적이나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쓴 글들은 여당 후보를 치켜세우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었습니다. 북한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국민과 정치인들을 향한 글이었습니다.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글들을 한 두 명의 직원이 한 두 번 쓴 것도 아니었습니다.

원세훈 전 원장이 간부회의에서 한 이야기를 모은 '원장님 지시 강조말씀'은 전체 직원들에게 '활동지침'으로 하달되었습니다. 원 전 원장은 '원장님 지시 강조말씀'을 통해 정부 주장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세력과 야당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명백한 조직적 행위를 지시한 것이었습니다.

피고인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9월 11일 선고될 판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일반 국민인 것처럼 신분을 숨긴 채 야당을 비방하고 여당 후보를 치켜세우는 글을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엄청나게 반복적으로 뿌린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와 선거는 어떻게 될지 끔직하기 때문입니다.

9월 11일 저녁, '판결 환영' 촛불집회를 희망합니다

'원세훈1심판결보고촛불집회' 포스터.
 '원세훈1심판결보고촛불집회' 포스터.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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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국정원시국회의에 참여하는 단체의 관계자들이 판결이 선고되는 순간을 직접 방청할 예정입니다. 역사를 바로세워야 하는 재판(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을 방청하는 시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날 저녁 7시에는 참여연대도 함께 하는 '국정원 시국회의'가 촛불집회를 개최합니다. 장소는 서울 청계광장 입구에 있는 파이낸스빌딩 앞 입니다. 작년 6월 첫 대규모 촛불집회의 문을 열었던 '표창원, 진선미, 박주민 국민설명회'에 나왔던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박주민 변호사 그리고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국정조사 때 수고했던 이상규 의원(통합진보당)의 판결에 대한 소감도 듣습니다.

과연 환영할 만한 판결이 나올지, 규탄해야 할 판결이 나올지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촛불집회에 나왔던 수많은 시민들을 환한 얼굴로 다시 보고 싶습니다.


태그:#원세훈, #참여연대, #국정원, #국정원시국회의,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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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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