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侍(시, 모심)는 내 안의 신령한 생명을 회복해 다른 사람의 생명 또한 신령하게 하며, 온 세상 사람들이 각각 깨달아 옮기지 아니하는 것이다."올해 진주탈춤한마당을 열면서 주최 측이 내건 주제다. 진주탈춤한마당제전위원회·진주오광대보존회·진주문화연구소 등 단체들은 오는 12~14일 사이 진주에서 '제17회 진주탈춤한마당'을 연다.
올해는 과거 진주에서 활동했던 동편제 이선유(1873~1949) 명창을 떠올리는 행사가 열린다. 하동 출신의 이선유 명창은 판소리 다섯 마당의 사설을 정리한 <오가전집>을 펴내는 등 동편제 연구에 큰 의미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제전위원회는 "이선유 명창은 판소리 동편제의 큰 봉우리로, 그 분이 돌아가자 동편제 갈래가 끊겼는데, 쟁쟁한 소리꾼들이 '이선유 판소리 복원 예술단'을 일으켜 아름다운 진주소리를 70년 만에 들려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행사에는 '솟대쟁이놀이'도 선보인다. 제전위원회는 "진주삼천포12차농악의 뿌리이며 남사당패와 쌍벽을 이루었던 솟대쟁이패는 1936년 황해도 공연으로 깃발을 내린지 80년 만에 12차농악의 젊은 풍문꾼들이 솟대쟁이놀이보존회를 일으켜 빛나는 놀이를 되살려 보여준다"라고 소개했다.
나흘 동안 진주 일원에서는 탈춤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진주문화연구소는 오는 12일 오전 10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 대강당에서 '진주 교방과 민간 전래의 소리 탐구'를 주제로 '학예굿' 행사를 연다.
김수업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이 '진주 소리의 전승 가치와 현대적 의미'에 대해 기조강연하고, 진주삼천포12차농악보존회가 '진주농악 지신밟기 재현'한다. 이어 최헌 부산대 교수(음악), 강인숙 경상대 교수(민속무용), 남성진 진주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조정현 안동대 연구교수가 '진주교방가요'와 '놀이노래' 등에 대해 토론한다.
김선태 문학박사가 김선옥 진주삼천포농악 예능보유자와 유영희 진주검무 예능보유자를 초청해 '진주소리 전승자에게 듣는다'는 제목으로 대담한다.
'일본 카구라 설명회'가 13일 경상대 인문대학 세미나실에서 열리는데, 이카미토시미 다마미술대학 예술인류학연구소 연구원이 발표한다.
12~14일 사이 진주남강야외무대에서는 갖가지 탈춤 공연이 펼쳐진다. 고성오광대(중요무형문화재 제2호), 통영오광대(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진주오광대(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27호) 공연에 이어, 청소년봉산탈춤과 어린이 진주오광대가 선보인다.
창작탈춤․마당극인 '동학 120주년 역사 맞이굿 칼노래 칼춤'(민족미학연구소)과 '오마이 갓뎅'(극단 자갈치), '덕만이 결혼원정기'(마당극패 우금치)를 공연한다. 솟대쟁이놀이보존회는 '놀판' 공연하고, 이선유 판소리 복원 예술단은 동편제 판소리를 공연한다.
이밖에 '진도북춤'(풍류춤연구소), '부토 퍼포먼스'(서승아), '다이스케 스트리스 서커스'(오우찌 하야토), '진주삼천포12차농악'(중요무형문화재 제11-가호), '전통줄타기'(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등이 선보인다.
행사 마지막날 전통예술원 '마루'는 창작소 탈놀이를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대동놀이인 '누렁이등동타기'를 벌인다. 이밖에 행사장에서는 탈만들기, 탈탁본짜기, 탈색칠하기, 탈페이스페인팅, 꼬마솟대만들기, 천연염색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벌어진다.
진주탈춤한마당은 1996년 (재)삼광문화연구재단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탈춤축제를 열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전국 대학생 탈춤 경연대회'를 연데 이어, 일제 강점기 때 명맥이 끊겼던 진주오광대가 복원돼 1998년 제3회 진주탈춤한마당 때 선보이기도 했으며, 2006년 이후부터 중국과 일본의 탈춤꾼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자리 매김했다.
제전위원회는 "올해는 진주농민항쟁이 불씨가 되어 겨레 살리는 횃불로 일어난 동학농민항쟁의 120주년이기도 해서 뜻이 깊다"라면서 "특히 '이선유 판소리 복원 예술단'과 '솟대쟁이놀이보존회'는 전통예술계에서 올해에 거둔 가장 값진 열매로 손꼽힐만하고, 진주에서 그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