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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35일, 두 번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10명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사고의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하나의 정쟁으로 치부되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2014년 8월 말 현재 세월호 정국과 관련하여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6월 월드컵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던 세월호의 추모 열기가 7월 들어 잦아드는가 싶더니 8월 말 들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유병언으로 추측되는 시신의 발견을 계기로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털고, 보수집단과 보수언론들을 통해 세월호에 대한 피로감을 확산시킴으로써 이 정국을 돌파하고자 했지만, 어느 정도 그들의 뜻대로 변화하던 여론이 다시금 반전된 것이다.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지난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참석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지난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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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무엇보다 최근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김영오씨의 단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무시로 일관하여 김영오 이슈를 삼키고자 했으나 결정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이런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교황이 계속해서 세월호 가족을 만나고 광화문에서 직접 김영오씨의 손을 붙잡으면서 정부의 무시 정책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김영오씨의 단식일수가 길어지면서 그의 단식 자체가 화제가 되어가고 있다. 비록 김영오씨는 46일만인 28일 주변의 건강악화 우려 속에 단식 중단을 결정했지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40일이 넘는 단식일은 호사가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이고, 문재인 의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동조단식을 하면서 언론들 역시 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다시금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한 정부와 보수집단의 불편한 심기는 여러 군데서 감지된다. 국정원이 단식하는 이들을 사찰한다는 정황이 여러 군데서 포착되는가 싶더니,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들이 김영오씨를 직접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의 과거 행적부터 시작해서 아버지 자격까지 운운하며 매우 치졸한 형태로 그를 몰아세우고 있다.

더불어 광화문에 또다시 등장한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의 퍼포먼스는 '과연 인간이 이래도 되는가' 싶은 자괴감을 일으킬 정도인데, 그들은 김영오씨의 단식을 폄훼하기 위해 그 옆에서 단식 며칠 째란 표식을 붙이고 열심히 치킨을 뜯으시는 추태를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정부는 작금의 상황을 꽤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프레임의 전환을 꽤하는 박근혜 정부

다시금 불붙기 시작한 세월호 논쟁을 막기 위해 정부가 위와 같은 꼼수만 부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는 자신들이 불리하다 싶으면 항상 들고 나오던 그 프레임을 다시금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바로 '민생 운운'이 바로 그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민생법안들의 타결을 막고 있으니 하루빨리 세월호 정국을 털고 가자는 논리.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 시점에 우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정부가 말하는 '민생'은 무엇인가? '민생'이라 함은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를 의미하는 것인데 현재 세월호 특별법만큼 급한 민생법안이 있을까?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국가가 나를 지켜준다는 신뢰 회복을 위해 제정되어야 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무시 된다면 도대체 '민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수많은 이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동조단식에 나서는 이 마당에 유유히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민생의 뜻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들이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통과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민생법안의 내용들이다. ▲의료민영화를 위한 서비스발전기본법안 ▲원격진료를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학교보호구역 내에 호텔도 세울 수 있는 관광진흥법 일부개정안 ▲외국인의 국내개발을 완화시켜주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법일부개정법률안 ▲해운업체들에게 세금간면과 국가예산 지원 등을 해주는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투자은행의 양산 등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등. 물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처럼 '진짜 민생'을 위한 법안들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렇지 않은 것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민생이라고 표현한 것일까? 그들은 정녕 위에 나열한 법들이 일반 소시민들의 삶을 보호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일부 대기업들과 대형 자본들을 위한 법들이 그들이 말하는 '민생'의 본질인가?

나쁜 놈 보다 더 싫은 멍청한 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여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피켓 시위 벌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여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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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그나마 정치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넋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영화 <명량>의 이순신은 고작 12척의 배로 왜군의 배 300척 이상을 막았는데, 새정치연합은 의원수 130명을 자랑하면서도 김영오씨 한 명이 하는 역할도 못하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7·30 재보선 패배 이후 국정이 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의 의지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저자세로 참가했지만 이는 커다란 판단 착오다. 재보선 당시 나 역시 새정치연합의 패배를 간절히 바랐는데, 이는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새정치연합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발 정신 차리고 현 정국에 대처하라는 일침.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이와 같은 지지자들의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계속해서 정부여당에 끌려 다니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그들의 핵심 지지세력이었던 '호남'마저 회초리를 들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 줄도 모르고 국민들의 기대를 또 배신한 것이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보고 정치를 하는지, 늘 2등만 하며 자신들의 금배지만 확보하면 되는 것인지.

다행히 이런 새정치연합의 새누리당 들러리 역할은 현재 세월호 참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시민들에 의해 잠시 멈춰져 있는 상태다. 비록 많은 국민들이 뒤늦게 광화문을 찾아온 그들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들이 언론의 1차적인 주목 대상이라는 면에서 새정치연합이 할 일은 아직 적지 않다. 부디 그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세월호 특별법의 올바른 제정에 최선을 다하길. 만약 그들이 다시 자신들의 본분을 잃은 채 새누리당과 함께 말도 안 되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을 백안시 한다면 이는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끝으로 정부여당에게 이야기하겠다. 이제 모든 공은 정부여당에게 돌아갔다. 새정치연합의 헛발질 덕분에 국민들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된 모든 결정권한이 여당마저 눈치 보는 청와대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여의도에서 알아서 하라며 그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을 사용했지만, 결국 이 모든 꼬인 정국의 해결은 청와대에서부터 시작함을 우리 모두는 인지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의 처리 책임은 야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정부여당에게 있다.

정부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 최소한 멀쩡한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하지 말자. 이게 어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일인가.


태그:#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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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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