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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던 1987년, 창원공단 내 한 공장에 내걸렸던 펼침막이 지금도 생각한다. 그 펼침막은 '생활임금 쟁취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여영국 경남도의원(창원)이 '생활임금'을 주제로 토론하며 30여 년 전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일부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생활임금 조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를 어떻게 제도 도입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최저임금현실화 경남운동본부는 2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상남도 생활임금 제도의 도입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최저임금현실화 경남운동본부는 2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상남도 생활임금 제도의 도입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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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경남진보연합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현실화 경남운동본부'는 2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상남도 생활임금 제도의 도입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서울 성북구·노원구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다. 최저임금(2014년 시급 5210원, 2015년 5580원)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기에 '생활임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도·시·군청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논의가 없다.

이날 토론에서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 우리는 최저임금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 사회 생활하는 데 일정 정도 기반이 될 수 있는 임금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영국 "노사정 발표하면 상당한 의미"

여영국 의원은 이날 발제에서 "생활임금은 아직 대중적으로 공유되고 합의된 용어와 개념이 아닌 만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나온 단어로, 개인적으로는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방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경총'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저임금 정책을 유지해 오고, 기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 '분할통치'하는 차원이다"며 "최저임금이 목숨줄이라면 생활임금은 인간의 최소한 생활을 위한 임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임금 조례가 만들어지면 공공부문으로 한정되지만, 민간부문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대공장 노동자(노조)들의 변화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과 관련해, 그는 "공공부문의 경우 결국 세금으로 임금을 올려 주어야 하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 출자출연기관장과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기관장과 임원들의 임금을 제한해서 배분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법인소득은 늘어나지만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있듯이 '최고임금제'를 두어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임원들이 임금을 많이 가져가려면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려주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여 의원은 "노동자들이 아무런 노력없이 정치권의 논의 등으로 해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동자들이 임금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그 효력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임금이 현실화 되어야 하는데, 법과 제도 마련이 되지 않는다면 우선적으로 광역·기초자치단체에서 노·사·정이 함께 생활임금에 합의해서 발표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강동화 "당장에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진행"

최저임금현실화 경남운동본부는 2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상남도 생활임금 제도의 도입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최저임금현실화 경남운동본부는 2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상남도 생활임금 제도의 도입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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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화 민주노총(경남)일반노동조합 남부경남지부장은 "정부기관이 낸 2010년도 기준 중앙생활 최저생계비를 보면, 월 140만 원 정도다. 현재 최저임금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며 "생활임금 문제를 공공기관으로 축소해서는 안 되고 민간기업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과 관련해, 그는 "공공근로자의 임금 보전은 세금으로 메워야 하고, 민간 근로자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함께 낸 세금이 공공근로자만을 위해 쓰인다면 불만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임금 조례 제정이 당사자들의 참여 없이 진행된다면 정치권의 호혜적인 측면으로 흘러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 정치인의 왜곡된 밥그릇 논쟁에 휩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지부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역의 생활임금을 정하는 것으로 목표로 해 널리 알려야 하고,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내용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잘하기 위한 조직을 광범위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현실적으로 당장에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되 민간기업으로 확대를 전제로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역의 생활임금은 어느 정도로 한다는 내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출기준 모호... 사회적 합의 이끌어야"

토론이 이어졌다. 김석규 창원시의원은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할 경우 산출기준이 모호하고, 재정건전성 문제를 들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세금을 특정인한테 준다는 반대논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창원시의 경우 기간제근로자와 외주용역근로자에 대한 합리적인 임금 가이드라인 설정이 시급하고, 이에 민간에서 개입해 들어가면서 앞으로 생활임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추진팀을 별도로 구성해 세부 지표와 자료를 분석해 적용대상과 예산추정치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여용 경남고용복지센터 소장은 "생활임금 제도는 지역에서 조례를 만들고 이것이 관철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생활임금 제도화는 광범위한 시민들의 참여로 시민사회의 합의가 근거가 되어 해당 의회로 전달되어 이루어져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숙 경남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생활임금 쟁취 운동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인권운동"이라며 "조직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임금 쟁취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은 우리 사회 최저임금을 인상시키고, 생활임금 조례제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생활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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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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