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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만5000km의 대장정이었다. 이들은 부산 일정을 진행한 후 동해항으로 이동해 블라디보스토크 행 배를 타고 다시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 부산에 도착한 고려인 랠리팀 장장 1만5000km의 대장정이었다. 이들은 부산 일정을 진행한 후 동해항으로 이동해 블라디보스토크 행 배를 타고 다시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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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 모스크바 및 중앙아시아 각지에서 출발한 '고려인이주 150주년 기념 유라시아 자동차 대장정(고려인랠리)' 팀이 1만 5000km를 달려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께 종착지인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 해운대구 한 호스텔에서 열린 '한-러 우정의 밤' 행사의 랠리팀 환영식에서 김 에르네스트(54) 단장은 "부산이 8년 전보다 많이 변했다"라며 "남북이 자주 만나야 마음이 서서히 열릴 수 있고, 사이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랠리팀이 온 길로 다른 많은 단체들이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고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면서 왕래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남북의 평화를 위해, 더 나아가 유라시아의 평화를 위해 달려온 35명의 랠리팀 단원은 9대의 차량으로 시작해지만, 5대의 차량만 남으로 내려왔다. 1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고장으로 운행을 중지했고, 나머지 3대는 북한에 기증했다고 한다. 러시아-북한-남한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각 국가의 국경을 넘기 위해선 세 나라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는데, 이 허가를 받는데만 1년여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경험한 유라시아, 연해주, 남북한은 어땠을까? 랠리팀 일원인 박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38)씨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300km 주행 중 주유소에서 딱 한 번 쉬어"

랠리팀 일원인 박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씨
 랠리팀 일원인 박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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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랠리 행사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두 가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제 조상의 땅을 밟기 위함이고, 둘째는 올해가 고려인 이주 150주년이라, 한반도가 통일돼 있었던 모습을 다시 한 번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 시베리아를 횡단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여름이어서 모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사나운 모기들로 인해 고생을 했지만, 일정을 진행하면서 숙박 및 야영에는 익숙해졌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르쿠츠크를 지날 때 하루 안에 1300km를 주행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천여km의 여정 중 주유소에서 단 한 번만 쉬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 연해주 일정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옛 땅이었던 곳을 달릴 때 느낌은 어땠나요?
"사실 연해주 일정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단 하루만 잡아서 촉박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주로 역사적인 장소를 관람했지요. 역사적 장소 외에 우리 팀을 맞아주셨던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연해주 지역뿐만이 아니라 멀리 중앙아시아 고려인들도 와주셔서 우리를 환영해줘 감사했습니다. 저는 연해주를 처음 가봤는데, 그곳의 자연경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냈는데 북한 비자를 받기 위해 머물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 북한을 방문하셨을 때, 평양과 개성 및 다른 도시의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나진을 지나 백두산을 거쳐서 금강산을 본 다음, 평양과 개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특히, 평양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현대화된 도시였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묵었던 고려호텔은 우수한 4성급호텔이었지요.

평양은 다른 도시에 비해 차도 많이 다닙니다. 평양의 워터파크도 방문했습니다. 다른 도시들은 평양과는 대조적으로 전쟁에 대한 상징물이 많았고, '위대한 영도자'와 관련된 장소들이 빠짐없이 있었습니다. 도시 모두 획일적이란 느낌이 들었지요."

- 군사분계선을 통과했을 때 어떠했습니까?
"국경 통과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즈스탄으로 향하는 국경을 통과할 때 어려움을 겪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40분만에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 정부로부터 원하는 답변 듣길"

- 서울에서 세월호 유족과 함께 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인종, 장소, 국가체계 및 국가발전수준과 상관없이 굉장히 슬프고, 유족에게는 아픔이 되는 일입니다. 분향소를 방문했을 때 가슴이 많이 아팠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달했습니다. 유족들이 정부로부터 이들이 원하는 올바른 답변을 듣는 것을 저는 응원하고 있습니다."

- 안산과 천안 방문 여정은 어떠했습니까?
"안산 분향소 방문 후 뗏골마을의 고려인과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시는 고려인들을 만나면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지요. 서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동향인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천안 독립기념관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기억을 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후세에 가르치고 전승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지요."

- 최종 목적지 부산을 방문했을 때 첫 인상은 어땠나요?
"부산은 목적지이긴 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우리는 다시 동해로 돌아가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를 타고 다시 우리가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아직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부산은 현대화된 도시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내일 부산 일정이 기대됩니다."

- 통일을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고려인으로서 통일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으십니까?
"우선 시작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진행되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 수 있습니다. 대화 다음의 단계는 바로 평화협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반도는 휴전협정만 존재할 뿐 이후 진전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수반과 모든 국민이 통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태그:#고려인 랠리팀, #남북통일,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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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독일에서 통신원 생활하고, 필리핀, 요르단에서 지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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