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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학부모란에 올라온 게시글들
▲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학부모란에 올라온 게시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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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선출된 후, 경기도 교육청은 2학기부터 초·중·고 '등교 시간 9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과 토론회도 열었지만, 찬반양론이 있었고 학부모 커뮤니티나 경기도 교육청 누리집에는 찬반 게시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 '자유게시판 학부모' 메뉴에는 제목만 봐도 '9시 등교 시행' 반대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다. 주로 '독단에 빠진 독단적인 행동'으로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도입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글의 내용처럼 '독단적인 정책'인 것일까.

지금 자녀가 초·중·고에 다니는 학부모들이라면 1970~1980년대 중·고등학교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때는 9시 등교가 일반적이었다. 사교육도 지금보다 심하지 않았으며, 대다수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팽개치고 밖으로 나가 자유로이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랐으며, 대다수 부모도 밥벌이하느라 자녀교육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자란 세대들이 크게 잘못됐을까. 오히려 어린 시절 학교나 학원이 아닌, 친구나 자연과 더불어 지냈던 풍성한 추억들이 더 인간답고 강인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는가?

현재 우리 교육의 심각한 문제는 '입시'만을 위한 줄 세우기 교육이라는 데 있다.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시험성적에 의해서 줄 세우는 입시교육, 너도나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가둬두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들은 부모대로 힘든 시간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줄 세우기의 행렬에서 뒤처지면 아예 중학교,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꿈을 접고 자포자기하는 인생을 강요당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숱하게 봐왔던 현실이다.

지금의 교육은 어떤가요

수능시험을 보고 나오는 학생, 누가 우리 아이들을 저 입시지옥이라는 올가미에 가둬놓는가?
▲ 수능시험 수능시험을 보고 나오는 학생, 누가 우리 아이들을 저 입시지옥이라는 올가미에 가둬놓는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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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것을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모로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다. 그 행복이라는 것을 왜 우리는 '지금 여기서'가 아니라 늘 '미래' 저당 잡히게 해 아이들의 현재의 행복을 강탈하는가?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혹사하는가? 아이들은 좀 쉬면서 공부하면 안 되는가?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라도 아이들이 조금 늦게 등교한다고, 혼자 일어나 부모가 차려준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가지 못할 정도의 무능력한 아이들일까?

나는 대학에 다니는 두 딸, 자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세 자녀의 부모다.

두 딸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대학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시절, 추억은 있으나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다면 고등학교 시절이라고 했다. 시험 보는 기계 같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에 대한 차별이 선생님들 사이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있었고, 대학진학 가능성이 없는 아이들은 들러리가 됐다. 그리고 소위 일류대학에 들어가지 못할 아이들은 이를 악물고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공부, 시험 외에는 다른 것은 생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시절, 그 시절이 행복했을 리가 없다.

막내는 분위기를 잘 타는 자신의 성향을 알고는, 자사고에 들어가 공부하는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다지 현명한 부모는 아니라서 못 이기는 척 자사고에 막내를 입학시켰다. 그러나 입학통지서가 날라오자마자, 나는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하자

수능시험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입시제도는 스ㅜ능 후에도 다양한 시험으로 아이들을 붙잡아 둔다.
▲ 수능시험 수능시험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입시제도는 스ㅜ능 후에도 다양한 시험으로 아이들을 붙잡아 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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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부터(입학 전에) 아이들을 학교에 나와 공부하게 했으며, 등교 시간도 7시, 하교 시간은 자율학습시간까지 하면 오후 10시, 학원가는 날은 오후 11시나 돼야 집에 돌아왔다.

오후 11시에나 들어와 주면 그나마 다행이고, 어떤 날은 자정, 어떤 날은 다음날 오전 1시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면 허기진 배를 채우고, 씻고, 과제물까지 하면 오전 2시, 3시는 기본이었다. 그리고 또 오전 6시 30분이면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학교로 향한다. 이러다 아이가 죽을 것 같았지만, 아이는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런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네가 착각하고 있는 거야!' 다부지게 말하지 못한 비겁한 부모였다.

직장에 다니는 나는 아이가 등교한 후에 밥을 먹고 오전 9시까지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리고 대체로 오후 5시 30분이면 칼퇴근이다. 간혹 일이 있거나 외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와도 오후 10시 이전에는 귀가하며, 대체로 오후 7시께면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도 사무실에 다녀오면 힘이 들어 잠시 누워서 TV라도 볼라치면 눈이 스르르 잠긴다. 그러나 아무리 깊이 잠이 들어도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는 깨어있는다. 그 시간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시달리는 아이도 있는데 부모가 되어 발 뻗고 잠을 잤다는 것이 미안하기 때문이다.

한 번 아이들 처지에서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같이 공부한다면, 부모님은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으신지 묻고 싶다. 나는 절대로 그 입시지옥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힘들게 공부를 강요하는 현실은 아이들을 위해서나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등교 시간뿐 아니라 하교 시간도 앞당기고, 사교육 없는 세상을 원한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라도 지금처럼 등교하거나 하교를 해도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장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현재는 '9시 등교'라고 해서, 오전 9시 전에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을 막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학교에서 아무런 제도적인 장치가 없던 1970~1980년대, 등교 시간은 오전 9시였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등교 전에 새벽반 학원도 갔다 오기도 했고, 학교에 일찍 나와서 그야말로 자발적인 자율학습을 했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으며, 아이들은 자유를 준 만큼 강하게 자랐다.

학교와 학원에서 '사육'되다시피 자란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연약한지는 긴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로지 시험에만 목숨을 걸고, 줄서기에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다른 가능성과 재능조차도 포기해 버린다. 이게 과연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이 행복을 위한 일이란 말인가?

물론, 등교 시간을 오전 9시로 한다고 해서 당장에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시초가 될 것이다. 아이들의 숨통이 트일 때, 아이들은 행복해 질 수 있고, 그 행복이 긍정적인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믿어보자. 너무 조바심내지 말고, 우리의 아이들을 믿어보자. 아이들이 대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태그:#등교 시간, #경기도 교육청, #이재정 교육감, #진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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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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