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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일 푸른하늘 공동행동'에서 주최 단위 중 하나인 청년초록네트워크 대표 김성빈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14 한-일 푸른하늘 공동행동'에서 주최 단위 중 하나인 청년초록네트워크 대표 김성빈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시사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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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6일은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지 69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한국과 일본에서는 '한-일 푸른하늘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핵무기, 핵에너지 등에 반대하는 행사가 열렸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Little boy'로 인해 피폭되어 백혈병에 걸린 사다코라는 초등학생이 본인의 병이 낫길 바라는 마음에서 종이학 천 마리를 접었던 것에 기원한 종이학 접기가 사전 행사로 진행되었다. 비록 사다코는 백혈병으로 인해 죽었지만, 종이학은 피폭 희생자들의 상징으로 남아 '반핵', '탈핵'의 상징물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핵으로 인한 또 다른 희생지인 청도에서 편지가 왔다. '이억조 할매가 서울에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온 이 편지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나르기 위한 송전탑이 세워질 청도 삼평1리의 주민인 이억조씨가 보낸 편지다.

청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여경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청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여경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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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송전탑 건설이 시작되고 약 5년 동안 송전탑 투쟁을 지속해온 삼평1리는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에 놓일 마지막 송전탑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현재 삼평1리는 송전탑 지중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으며, 한국전력은 이미 주민 합의서를 다 받았다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7일 대책위 및 주민들이 합의서를 보여달라고 항의했으나 묵묵부답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치가 격해지자 한국전력은 공청회를 하겠다고 했지만, 공사를 멈추지 않은 채 진행하려고 해 무산되었다. 공사가 재개된 7월 21일 이후 벌써 20명이 넘는 주민과 연대자들이 연행되었으며 이 과정 중에서 미란다 원칙 고지를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쓰러진 노인들을 호송할 응급차를 진입 못하게 하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은 명찰 등 식별할 수 있는 표시도 달지 않았다.

공사 재개 이후 하루 두 명씩 주민들이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 이억조 씨가 서울에 보낸 편지는 핵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문화제인 '2014 한-일 푸른하늘 공동행동'에서 낭독되었다.

다음은 이억조 할머니가 청도에서 서울로 보낸 편지 전문이다.

'청도에서 보낸 편지'의 주인공인 이억조 할머니다.
 '청도에서 보낸 편지'의 주인공인 이억조 할머니다.
ⓒ 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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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조 할매가 서울에 보내는 편지>

청도 삼평리 마을에 사는 이억조 할매입니다.

우리 삼평리 고을은 신고리 핵발전소부터 시작해 밀양땅을 지나쳐 청도까지 오는 송전탑 대문에 못살겠습니다. 이게 부산에서부터 온대요. 얼마나 멀어요, 거리가. 밀양 할매도 다 죽이고, 우리도 다 죽이는게 이거라요. 지난달에는 구미서도 왔어. 철탑 땜에 못살겠다고. 이기 우리 삼평리만의 문제가 아니라요.

매일 새벽 일어나면 데모장에 나갑니다. 저 뒷산에 보이는 철탑이 집에 가면 집에 따라오고 데모장가면 데모장 따라오는 거 같애요.

뽀그레인도 막아야데고 공구리도 막아야되요. 근데 폭력경찰이 둘러싸서 못 살겠어요. 할매들이 공구리차 앞에 앉으면 그냥 막 끄집어내요. 이런 세상 정말 없었으면 좋겠어요.

너무너무 억울해요. 가스나 용역들한테 붙잡혀가 쥐박히고 그것들은 사과도 안하고 저거 잘못도 모르고 나는 스스로 죽고싶어도, 이기 죽으면 해결되겠나 싶기도 하고 죽도 못하고 솔직히 싸울라카이 힘도 없고 팔십자리에 앉아가지고 이 모양이 뭐시고 싶어요.

사는게 너무너무 힘들어. 분통터져서 못살겠어, 뭐라 말을 다할래요. 마이마이 와주시야 되는데 이제는 삼평리도 세상에 마이 알려진거는 같어. 손님들이 마이 오시는데, 그 손님들이 떠나고 타면 틈을 타서 경찰들이 들어와요. 그면 또 전쟁같이 붙어요. 전에는 헬기가꼬 하디만 인쟈는 평화공원도 뺏어가 저그꺼라 카고 인쟈는 트럭도 공원으로 드갈꺼래요. 공원문으로 자꾸 자재를 나를라 케요.

힘없는 할매들은 내 땅 지킬라꼬 가가 앉아있으마, 끄지키나오다 기절해가 넘어지고 용역 가스나들한테 끄이 나가가 폭력당하고 쓰러지고 분통터지고 말로써 그거 다 모한다 그런거.

올라가는 망루도 홀라당 치아뿌고, 공사 들어오는 날 밤 다섯시 안되서 전화를 받고 나오이 손발이 떨리면서 분통이 터졌어요.. 그리고 막대기 치고 끈으로 둘러가꼬 벽을 쳤어요.. 분통이 터져가 벽붙들고 우이 거도 비끼라 케요. 그래가 안 비키가 있으면 '할매, 나가자 나가자' 시번케가 안나가면은 담요에 똘똘싸서 그 경찰 가스나들이 길가로 끄집어 내요. 죽은 송장 꺼내듯이 그 모양이라.

법이 즈그들 법이가. 우리 삼평리 할매들은 지땅 지가 지킬라고, 살라꼬 카는데 이런 세상 더는 오지말아, 너무 싫어요. 청도 경찰서장님은 한전 꼬주봉 노릇이나 하고. 폭력 경찰들은 앞장서서 무전기 들고 착착 주고받고 우리 할매들 괴롭히고 싫어, 너무 싫어. 정말 너무 무섭고 싫어.

경찰관 물러가고 딴데 우리 구역 말고 진짜 필요한 데로 좀 가라.
우리도 국민입니다. 우리 좀 살게 해주세요.
너무 인원수가 적어서 한전놈들캉 붙지도 몬해요. 서울 분들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세상이 쪽바로 가도록 해야 되요.


태그:#청도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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