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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을 정의당 노회찬 후보(오른쪽)가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날 자신을 지지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서울 동작을 정의당 노회찬 후보(오른쪽)가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날 자신을 지지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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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궐선거가 투표일을 닷새 앞두고 새 국면을 맞았다. 꽉 막혀있던 단일화 물꼬가 틔였다.

동작을의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부터다. '기동민 효과'는 즉각 발생했다. 수원정(영통)·수원병(팔달)에 각각 출마했던 정의당 천호선·이정미 후보가 같은 날 연달아 사퇴하면서 수도권 선거구 6곳 중 3곳에서 단일화가 성사됐다.

야권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정의당 대표인 천호선 후보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사실 얼마 전까지 수도권의 야권 전패 분위기가 있었는데 정의당이 이 상황을 반전시켰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노 후보가 먼저 후보 사퇴를 내걸고 배수진을 치면서 '기동민 효과'를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단일화 효과'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무성 당대표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는) 패색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그를 보고 실망한 본래 지지자들은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막판 변수로 등장한 단일화 효과 확산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고 야권을 맹비난했다. 윤상현 당 사무총장 역시 "꼼수 각본에 의한 막장드라마이자 야합정치의 끝판"이라고 주장했다.

'낙승 기대' 새누리-'방어 급급' 새정치... 단일화 이후 구도 변하나?

사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의 낙승이 예측됐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15곳 가운데 최소 4곳에서 승리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삼았지만 내심 최대 8곳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의 '안마당'인 부산 해운대기장갑·울산 남구을 2곳과 충청권 3곳(대전 대덕·충남 서산태안·충북 충주)모두 우세하다 판단했고 수도권 선거구 6곳에서도 반타작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비해 새정치연합의 자체 판세 분석은 소극적이었다. 특히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냉정하게 보면 전체 15석 가운데 5곳만 우리가 갖고 있던 데라서 현상유지만 해도 잘 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이는 정홍원·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연쇄 낙마 등 '인사 참사 정국'에서 여권의 과반 붕괴를 목표로 삼았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셈이다. 그만큼 동작을·광주 광산을 전략공천 후폭풍이 거셌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단일화 직전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지난 20~23일 격전지 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권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었다.(해당 지역구 성인남녀 700명,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7%p)

특히 동작을의 경우,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는 기동민·노회찬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10%p 안팎으로 앞섰다. 나 후보는 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44.5%를 얻어 노 후보(34.4%)를 10.1%p 차로 앞섰다. 경기 김포에 출마한 홍철호 새누리당 후보가 같은 조사에서 40.3%를 얻어 29.7%를 기록한 김두관 새정치연합 후보를 10.6%p차로 앞섰다.

KBS가 지난 22~2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우위로 평가됐던 경기 평택을마저 흔들렸다. 정장선 새정치연합 후보가 39.9%를 얻어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39.0%)와 고작 0.9%차 초접전을 벌였다.(해당 지역구 709명, 유선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p)

다만, 야권에 희망적인 변화도 보인다.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손학규 새정치연합 후보는 <중앙일보> 조사에서 37.5%를 얻어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34.3%)에 앞섰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선거 시작 후 첫 역전이다.

천 후보가 사퇴하며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로 단일화된 수원정(영통)도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 연구소에 의뢰,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와 한 양자대결에서 42.1%를 얻어 임 후보(36.9%)를 앞섰다. 다자대결로 조사한 같은 조사에서 천 후보가 11.6%를 얻었던 만큼 단일화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해당 지역구 50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전문가 "단일화 효과는 제한적... 심판 정서 높지 않다"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가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유가족과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려 아픔을 나누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가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유가족과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려 아픔을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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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선거 막판 성사된 단일화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단일화가)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사실"이라며 "사전투표 이틀간에는 사퇴로 인한 사표를 막을 장치가 있지만 본 투표 당일에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동작을의 경우, 새정치연합의 전통적 지지자들이 과연 정의당 후보를 찍으러 가겠느냐"라며 "표수로 따질 때 그렇게 전세를 뒤집을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워낙 야권이 코너에 몰려있던 상황이었다"라며 "후보들이 열세에 처한 상황에서 이뤄진 단일화라 그 자체의 효과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병언 사망'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 소장은 "공교롭게도 단일화 성사와 '유병언 사망' 발표가 비슷한 시기에 겹쳐졌다"라며 "이 두 가지 변수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병언 사망' 이슈의 경우,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고를 친 셈"이라며 "세월호 참사 정도의 충격은 없을지라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새누리당에 불리한 이슈"라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3.1%p)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 대비 4%p 하락한 집권 후 최저치로 여전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유병언 사망 이슈는) 야권에게 장·단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야권 입장에서는 '유병언 사망 이슈'가 부각되면서 권은희 공천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것과 세월호 참사 100일 등을 고리 삼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정서를 고조시킬 수 있다"라고 짚었다.

다만, "유병언 이슈가 도배되면서 선거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부정적 효과도 같이 존재한다"라며 "야당이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메시지 등을 모아 '유병언 이슈'를 선거의 주요쟁점으로 끌어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단일화의 파괴력이 크려면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 혹은 견제정서가 커야 하는데 2010년 지방선거나 이명박 정부 당시 재보선, 6·4 지방선거 때와 비교할 때 심판정서가 높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우세-야당 열세'라는 7·30 재보선의 근본 흐름을 뒤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박빙승부가 진행된 몇몇 선거구에서는 단일화 효과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7.30 재보선, #단일화, #노회찬, #기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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