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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오전 11시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가 알행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향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 7월 24일 오전 11시 장영승 서촌갤러리 대표가 알행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향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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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머님들보다도 늦으면 안 되잖아. 부끄러우니까." 

비와 땀에 젖은 그는 30분도 채 쉬지 않고 자리를 뜨려했다. 4시간째 쉬지 않고 삼보일배를 한 그는 끼니도 거른 상태였다. 마포역 1번 출구 앞에서 커피 한 잔으로 배를 채운 후 인터뷰가 끝나자 일행과 함께 곧바로 떠났다. 

24일 오전 11시 마포대교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던 그는 장영승(51) 서촌갤러리 대표다. 장 대표는 지난 4일 서촌갤러리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삼보일배 역시 그가 시민으로서 세월호 참사에서 느낀 부채의식의 연장선이다. 장 대표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라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23일부터 1박2일에 걸쳐 진행되는 '100리 행진'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유가족의 행진 일정에 맞춰 24일부터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빌어주는 의미로 삼보일배"


- 언제부터 삼보일배를 하고 있었나? 
"24일 오전 7시에 국회의사당 앞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농성장에서 출발해 4시간째 하고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마포대교까지 3km 가량을 3000배를 하면서 왔다.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광장까지의 거리가 9.6km 정도 된다. 도착하면 거의 1만 배를 하는 셈이다." 

- 무릎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멍이 들어서 지금 잠깐 쉬는 거다. 무릎 보호대가 2개 밖에 없어서 같이 삼보일배를 하는 사람들과 서로 번갈아가면서 차고 있다." 

- 함께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 
"우리는 '세기친'이다.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우리 스스로에게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려는 페이스북 친구들(세기친)'이라고 이름 붙였다. 내가 페이스북에 서촌갤러리에서 고 박예슬양 전시회를 한다고 글을 게시했을 때 봉사하겠다며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때부터 알고 지내 오늘 삼보일배를 같이 하게 되었다." 

- 이렇게 삼보일배를 하는 이유는? 
"첫째로 세월호 아이들에게 절을 하려는 것이다. 오늘이 아이들이 떠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태어나고 100일째 되는 날에 백일상을 차린다. 행복하게 살라는 뜻에서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죽지 않았는가. 그럼 뭘 해줘야 할까 생각하던 중 똑같이 상을 차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빌어주는 상. 그런 뜻에서 아이들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 

둘째로 국민들에게 절을 하려는 것이다. 삼보일배를 하며 서강대교와 마포대교를 건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의경에서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그 사람들한테 세월호 특별법 통과에 관심 좀 가져달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셋째로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죄인이라고 생각되어서이다. 원래 절이라는 게 남을 숭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깨달음을 위한 행위이다. 불교에서 108배를 하고 1000배를 하는 이유가 절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는 것이다. 결국 나 자신에게 절을 하면서 반성을 하는 것이다." 

-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활동이 또 있는가. 
"오늘(24일) 오후 10시에 KBS 1TV의 'KBS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되는 <열여덟 살의 꿈>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소박한 꿈에 대해 다뤘다." 

- 힘들지 않은가. 
"사실 너무 힘들다. 이번에 삼보일배를 처음 해봤는데 앞으로 하겠다는 사람 보면 말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처음에 절을 할 때엔 바닥에 뭐가 있나 살펴 볼 정도의 정신은 있었다. 그러다가 점점 생각이 없어지고 몽롱해졌다." 

- 30분도 채 쉬지 못했다. 벌써 가려는 건가? 
"예상보다 30분이나 늦었다. 세월호 부모님들이 1시에 국회의사당에 도착하실 예정이다. 어머님들은 이틀째 도보행진 중이시다. 우리가 (광화문에서) 어머님들을 맞이하고 있어야 하는데 더 늦으면 안된다. 부끄럽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세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장영승, #서촌갤러리, #박예슬, #세월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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