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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 주냐?"

어려서부터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어머니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뜻이죠. 이미 그 따스한 잔소리가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늙어가나 봅니다. 그런 잔소리 들려줄 어머니도 안 계시고요. 왜 '배워서 남 주는' 이야기를 하냐고요? 아내는 물론 주변에서 지인들이 이럽니다.

"커피 책을 그리 읽어 뭐하려고 그래? 커피전문점이라도 차리게?"

그럼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음…. 그럼 바리스타 과정 밟아 자격증도 따고 카페나 내 볼까?"

커피공부, 유익합니다

<커피를 배우다> 표지
 <커피를 배우다> 표지
ⓒ 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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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수는 이렇게 하지만 솔직히 커피전문점 낼 생각은 없답니다. 그럼 왜 커피 책을 읽는 것일까요? 커피가 좋아서요.

또 커피 책 읽어 남 주려고요. 어릴 때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배워서 남 주냐?"라는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실은 공부해서 남 주는 거 맞거든요. <배워서 남 주자>(해오름 편집부)라는 월간 교육전문잡지도 있더라고요.

어느 목사님의 강의를 듣다가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그 말이 맞는 말이죠. 배워서 남 주고, 자신도 써 먹고.

왜 장황히 배우는 이야기를 하냐면요. 이 기사에서 소개할 책 제목이 <커피를 배우다>(예신Books 펴냄)이거든요. 책 제목에 걸맞게 커피에 대한 기초지식과 커피를 누리는 방법을 상세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Coffee樂(락), Coffee學(학)'이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커피를 배우고, 커피를 누리는 내용을 쏠쏠히 담고 있습니다.

1과에서는 커피의 역사와 기원으로부터 커피전문점의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워터드립 등 커피 내리는 방법이 설명됩니다. 이어 모카포트와 프렌치프레스를 비롯해 사이펀(플라스크 둘을 겹쳐 유하현상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 도구 - 기자 주) 그리고 터키방식 커피인 체즈베 사용법까지 안내합니다.

2과에서는 커피 생산의 기후조건과 생산지, 커피의 종류, 가공 방법, 커피 존(커피 벨트), 로스팅에서 추출까지를 비교적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세밀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3과에서는 커피를 업으로 하는 판매자들과 커피벨트의 커피 생산자들을 소개합니다.

'기생 커피'가 있습니다

'게이샤(藝者)'는 일본어로 '기생'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커피에도 '게이샤 커피'가 있답니다. '콜롬비아 엘 나랑호 게이샤' '파나마 게이샤' 등이 있는데, 2005년에서 2007년까지 3회에 걸쳐 'SCAA, Roasters Guild Cupping Pavilion)'에서 우승함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2007년 커피경매 역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게이샤(Geisha)'는 커피마니아라면 누구든지 탐내는 커피입니다. 일본어가 아닙니다. 에티오피아어로 에티오피아 남쪽 카파 마지(Kaffa Maji) 지역에서 자라던 커피 균종을 말하는 것입니다. 원래 이 커피종은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재배됐습니다. 카파(Kaffa) 내에 있는 게이샤지역에서 이 커피의 종자를 채취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인 '아비시니아'나 '게이샤'로 불렸는데, 그중 게이샤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후 게이샤 커피는 아프리카에서 코스타리카로 전해지고,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파나마까지 유래합니다. 그러니까 '기생 커피'는 아닌 거죠. 그런데도 커피를 좀 안다는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은어로 '기생 커피'라고도 부른답니다.

이는 커피종 중에 버번보다 티피카에 가까우며 그 재배면적이 적어 희소가치까지 더해 높은 값에 거래되는 품종입니다. 생두의 모양이 길고 가는 게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꽃 향과 과일 향이 풍부합니다. 특히 감귤류를 연상시키는 상큼한 신맛은 게이샤의 특징입니다. 루왁 커피만큼 비싸지는 않지만 상당히 고가의 고급 커피입니다.

'똥 커피'도 있습니다

'루왁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사향고양이를 키우는 농장입니다.
 '루왁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사향고양이를 키우는 농장입니다.
ⓒ 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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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커피'도 있답니다. 정확히는 '말레이시아사향고양이 똥 커피'입니다. '루왁 커피'는 인도네시아어로 '코피 루왁'(Kopi Luwak)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시벳 커피(Civet coffee)'라고도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말리이시아사향고양이(Civet, 아래 '사향고양이')가 커피의 열매를 먹고 배설한 똥을 수거해 원두를 추려내 씻어 가공한 커피입니다.

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좋아한답니다. 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먹으면 과육과 껍질은 소화가 되지만, 커피씨앗은 소화가 안 됩니다. 그걸 주워 가공하는 거죠. 소화되지 않은 씨앗(커피생두)은 사향고양이 체내의 효소에 의해 발효가 되면서 단백질이 분해돼 향미가 더해집니다. 특히 향미는 초콜릿, 캐러멜 향이 짙습니다. 씁쓸해 신맛이 적절히 조화된 시럽 같은 풍부한 바디감이 일품이죠.

자연발효를 통해 독특한 향과 맛을 내고 화학적 변화를 통해 생두의 색은 더욱 짙어지고 더욱 단단해집니다. '루왁 커피'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자바, 술라웨시 및 필리핀과 동티모르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많이 생산됩니다. 희소성과 맛의 독특성으로 인해 한 잔에 1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답니다.

워낙 고가다 보니 자연적으로 생산하는 원래의 방식보다 사육하는 사향고양이에 의해 배설된 루왁 커피가 많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가에서 사향고양이 사육을 장려하기도 합니다. 유명세에 힘입어 유사품도 있습니다. 베트남에는 '위즐 커피'라는 게 있는데, 베트남 원산의 족제비 종류가 커피를 먹고 배설하면 커피 생두를 추려내 가공하는 것이죠. 유사품에 조심하세요.

'루왁 커피'는 영화 <버킷리스트>(2007, 롭 라이너 감독)에서 주인공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이 즐기는 커피로 나옵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루왁 커피 마셔보기'를 적어 넣기도 해 화재였죠.

저자 안지영은 누구?
대구카톨릭대학교 외식산업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커피명가 교육 팀장을 거쳐 대구보건대학 와인커피학과 외래 교수, 동부산대학 바리스타&소믈리에과 외래교수, 구미1대학 웰빙식품과 외래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코리아 커피 학원을 경영하면서 카페 달 운영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카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과 대구보건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커피 바리스타 대표 교수로 재직중이다.

(사)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자격증 수석 평가위원이면서 WBC, SCAE Latte art국가 대표 선발전 심사위원이다.
인간이란 참 묘합니다. 희귀한 걸 좋아해요. '게이샤 커피'는 아직 못 마셨지만 '루왁 커피'는 마셔봤는데 그 정도로 비쌀 이유는 없거든요.

맛과 향으로만 따지면. 물론 지금도 박하향과 와인향이며 입안에 알 듯 모를 듯한 알싸한 맛이 감돌았던 루왁 커피의 추억은 오롯이 살아있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비쌀 이유가 되진 않죠. 희소성 때문에 그렇게 비싼 거랍니다.

'똥에서 커피를 추린다' 상상만 해도 더럽지 않나요? 그런데도 마니아들은 별짓을 다하는 거죠. 그게 바로 커피랍니다. 그게 바로 인간만의 특징이고요. 커피공부가 되셨는지요? 제가 <커피를 배우다>를 읽고 터득한 내용 중 가르쳐 드리고 싶은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열치열, 뜨거운 커피 한 잔, 어떠세요?

덧붙이는 글 | <커피를 배우다> 안지영 지음 | 예신Books 펴냄 | 2013년 초판 | 237쪽 | 값 18000원



커피를 배우다

안지영 지음, 예신(2014)


태그:#커피를 배우다, #안지영, #커피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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