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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보다 빠르다. 미니밴보다 더 쓸모있다. SUV보다 더 스타일이 좋다. 테슬라 사장 일란 머스크가 모델 X를 선보이면서 한 말이다. 홍보용 구호지만 사실상으로 봐도 테슬라는 획기적이다. 예전의 전기차들은 겨우 몇 십 km를 천천히 주행할 수 있는 장난감 수준이었는데 내연 자동차보다 더 좋은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2004년에 시작한 테슬라는 실제로 그런 차들을 내 놓고 있다. 모델 X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420km 를 주행할 수 있고 시속 100km를 4.5초에 돌파한다. 게다가 납짝한 베터리와 전기모터만 있기 때문에 7명이 탈 수있을 뿐만 아니라 앞 뒤를 모두 트렁크로 사용할 수 있고 차축이 없어서 차 안 공간도 상당히 넓다. 소모품도 거의 없어서 배터리만 10여년에 한번씩 갈아주면 영구적이다. 충전은 320km 마다 전국에 있는 테슬라 충전소에 들려서 30분만 해 주면 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도 가능하다.

2015년 출시 예정인 테슬라 SUV
▲ 테슬라 모델 X 2015년 출시 예정인 테슬라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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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전략은 친환경이 아니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다는 전제 하에서 시작한다. 내연기관에 비해 전기모터는 부피가 작고 힘이 좋을뿐더러 변속기가 필요없기때문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리튬이온 배터리가 나오기 전에는 배터리 용량이 작고 무거워서 전기차가 현실성이 없었을 뿐이지 연료를 태워서 가는 차는 전기차에 비하면 목탄차만큼이나 원시적이다. 전기차를 틈새 차량으로만 여겨 온 다른 회사와는 달리 전기차의 우월함을 전제로 시작한 테슬라는 골프카트같은 차가 아닌 400km를 주행할 수있는 힘좋은 스포츠카를 내 놓으면서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새 자동차회사를 출범시킨다.

그러나 테슬라의 첫 모델이었던 로드스터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테슬라는  위기에 처한다. 두 명밖에 못타는 스포츠카가 1억을 뛰어 넘는 가격이니 시장이 클리가 없었고  포르쉐와 경쟁한다고 했지만 두명이 타는 전기차이다보니 실용성이 없는 힘 센 골프카트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테슬라는 2500 대 정도 판 후 로드스터가 창고에 쌓여 있었고 테슬라는 투자를 더이상 유치하지 못해서 직원들을 해고정리했다. 그 후 곧 닥친 금융위기는 테슬라를 도산위기에 몰아넣었다.

다행히 정부가 경기부양책이자 녹색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테슬라에 5천억원을 빌려주었다. 그 돈으로 테슬라는 대형 승용차인 모델 S를 성공적으로 개발해서 6천~9천만원 대에 출시했고 2012년에는 빚을 다 갚을정도로 재정이 좋아졌다. 모델 S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차라는 극찬을 받았고 2017년에는 320km를 주행할 수있는 중형 승용차를 3천만원 대에 내놓겠다고 한다. 2010년에 $17에 상장한 테슬라는 한 때 $300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 테슬라가 근래에 모든 특허를 공유했다. 전기 자동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1%도 안되는 상황에서 전기 자동차 시장 자체가 성장해야만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테슬라도 같이 클 수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전기차 시장을 테슬라 기술로 표준화하려는 장기 전략적 계산도 있었겠지만 현재 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가 눈 앞의 이익을 무시하고 그런 상생을 생각한다는 건 통이 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특허를 도용하며 중소기업의 등을 쳐먹고 살면서 말로만 상생을 외치는 한국 대기업들은 상상도 못할 발상이다.

Summit 2013 에서 강연 중인 일란 머스크
▲ 일란 머스크 Summit 2013 에서 강연 중인 일란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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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 머스크는 테슬라 뿐만 아니라 SpaceX 라는 회사도 같이 경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발사체와 우주선을 만드는 회사인데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2008에 도산 위기에 처했었다. 시험 발사에서 세 번 모두 실패하고 남은 돈으로 마지막 발사만 남았었는데 그 마저도 실패하면 끝이었다. 다행히 마지막 발사는 성공했다. 그런데 마지막 발사가 성공하자 마자 나사에서 전화가 왔다. 스페이스셔틀을 대체하기 위한 위성 발사를 2조에 계약하자는 것이었다. SpaceX가 나사의 1/10의 가격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으니 계약을 준 것이다. 이 계약으로 스페이스 X는 살아났고 그 후로 발사에 실패한 적이 없다. 지금은 우주 엘리베이터와 민간인 우주여행같은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그야말로 과학공상 소설이다.

일란 머스크는 소위 말하는 연쇄 사업가 (Serial Entrepreneur) 이다. 인터넷 지불방식인 페이팔 창시자 중 하나였던 그는 페이팔을 이베이에 팔아 4천억을 챙긴 후 테슬라와 SpaceX를 포함한 세 개의 회사들 동시에 시작한다. 일상적으론 하나의 창조적인 회사를 설립해서 성공하는 것도 극히 드믄데 그는 총 네 개를 설립해서 성공한 것이다.

이런 연쇄 사업가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기술 자체에 열정이 있거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이 있다. 일란 머스크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어릴때부터 우주여행에 관심이 있어서 페이팔에서 돈을 벌자 바로 우주여행사 SpaceX를 설립했고 지구 온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테슬라에 뛰어들었다.

이런 동기는 돈이나 명예같은 동기에 어떻게 비교될까? 최근에 흥미로운 심리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일하는 동기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내부적 (internal) 동기이고 다른 하나는 도구적 (instrumental) 동기라고 한다. 즉 일 자체가 목적이거나 또는 일이 다른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

예일대와 스와스모어대학 연구진이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에 진학한 학생이 좋은 커리어를 위해 진학한 학생보다 장교로 졸업할 확률이 높았고 승진하는 속도도 빨랐다 한다. 내부적 동기를 가진 학생이 도구적 동기를 가진 학생들보다 성공할 확률이 확연히 높았다는 것이다. 사업가에게 적용해 보면 일 자체에 열정이 있거나 사회에 도움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돈이나 명예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사람이 내부적 동기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믈고 대 부분 둘 다 가지고 있는데 어느 쪽이 더 많냐의 차이다.  도구적 동기의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내부적 열정이 적어지고 내부적 열정이 적으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때 좌절하고 포기하기가 쉬워진다. 그리고 실망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내부적 열정이 많으면 신념도 그많큼 많기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고 결과보다는 일 자체에서 의미를 얻기때문에 실패해도크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한국인은 도구적 동기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동안 먹고 사는 게 주 목적이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 과시욕이 원래 높다. 그래서 돈과 권력에 욕심이 많고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다. 그리고 돈을 무었보다 중요시해서 위험성이 높은 투자에 소심하다. 한국에서는 남을 베껴서 돈 벌거나 중소기업이 이루어 놓은 것을 착취해서 돈버는 기업은 나올 수 있어도 애플이나 테슬라같이 남이 해 본 적이 없는 첨단 시장에 제일 먼저 통 큰 투자를 할 수있는 회사가 안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요즘 한국에는 "창조"라는 구호가 유행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 3개년 계획을 실행한다고 한다. 이는 불면증 환자가 잠 잘 계획을 실행한다는 말과 같고 자발성이 없는 아이에게 자발적으로 하라고 때리는 것과 같다. 한국이 테슬라처럼  창조경제를 못하는 이유는 집단주의나 권위주의같이 내부적 동기를 억압하고 도구적 동기를 부추기는 문화때문인데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 권위주의로 창조경제를 하겠다는 자체가 코미디이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돈과 권력이 최고인 사회의 가치관을 선진국화 하고 집단주의와 권위주의를 타도해서 일란 머스크같은 내부적 동기를 가진 사업가가 번성할 수 있는 문화적,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익환의 소프트웨어 지혜 (ikwisdom.com) Silicon Valley News에 동시 게재 예정입니다



태그:#테슬라, #일란 머스크, #창조경제, #내부적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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