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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구조 실패의 원인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도 이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반복되는 재난사고 속에서 왜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되었는지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는 연속칼럼을 통해 '살아남은' 우리의 의무와 우리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글쓴이 박보나씨는 단원고 2학년 5반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입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참사 95일째가 되는 이 시간(7월 19일 기준),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10명의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국회에는 4월 16일의 진도 체육관에서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광경 속에 우리 가족들이 있다. 이들은 일주일째 한낮의 뙤약볕 아래 땀범벅이 되어 농성을 하고, 저녁엔 오직 얇은 홑이불 하나로 견딘다.

진전도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이 시간을 견뎌내며 단식까지 시작한 지 벌써 5일째다. 어제는 몇몇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쓰러지셨고, 말 할 힘도 없으실 임원진 아버님들께서는 가만히 있어도 힘드실텐데 이런 저런 일들로 움직이신다.

이미 가족들은 4월 16일부터 진도에서, 청와대 앞에서 노숙을 해왔다.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94일을 지내면서 몸도 마음도 돌보지 못한 채 가족들은 아직 국회 땅바닥 위에 앉아 있다.

모니터링 3개월째, 모욕성 글 급증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엄마부대봉사단과 탈북여성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나타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과 대학 입학 특례 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 엄마부대봉사단 "세월호 희생자 의사자 지정 반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엄마부대봉사단과 탈북여성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나타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과 대학 입학 특례 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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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와 관련된 기사에는 악성댓글이 순식간에 1000개를 넘어선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에서 비방글 모니터링을 한 지 석 달이 되어가지만 유가족, 희생자, 생존자를 모욕하는 글은 급증하고, 비방글에 대한 제보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단원고 1, 3학년 학생들을 모욕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헐뜯다 못해 사람을 인간 이하로 만들어버리는 비방글이 부모님들과 그 가족들, 단원고 학생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족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특별법 내용이 아주 논리적으로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인양 올라오고,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다. 그런 글들의 패턴은 같고, 동일한 아이디가 이곳저곳에서 보이기도 한다. 때론 계정 없는 아이디로 밝혀지기도 한다.

가족들이 "진실만은 알고 싶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고 전국을 떠돌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으러 다닐 때도 함께 슬퍼해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특별법이 이상한 거라던데 다시 취소할 수 없냐", "집에서 가만히 울기나 할 것이지 얼마나 많은 보상을 받고 싶어서 이렇게 나오느냐", "자식 팔아 얼마나 호강하려 하냐"는 말들로 가족들 마음에 비수를 꽂기도 한다.

이미 가족들은 언론을 통해 보상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가 요구하는 법안에는 의사자도, 대학특례도, 평생지원도 없다고. 오직 희생자들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또 다른 참사와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부 사람들은 우리 가족들이 물밑에서 보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매우 주관적인 생각으로 우리를 모욕하고 판단하며 특별법 반대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 역시 국회에 있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름만 특별법인 특별법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세월호침몰사고 유가족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서명운동을 위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 사진이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아이들을 위해 서명 부탁드립니다' 세월호침몰사고 유가족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서명운동을 위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 사진이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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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헌법을 초월한 선례 없는 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특별법은 그동안 수많은 참사들이 있을 때마다 요구해온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생명보다 당리당략을 중시하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번번이 좌초됐다. 그러한 정부였기에 304명이 희생된 지금 또 다시 안전한 사회를 위한 법안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법안이 '특별한 법'이 된 것이다.

우리는 목도했다. 국가의 안보는 지키지만 세월호 안에서 수장된 304명의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현실을. 법으로부터 국민이 보호 받지 못하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을.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누려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만들고자 이렇게 못 먹고, 못 자가며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월호 유가족 비방글을 모니터링해서 고소하고 있지만 제대로 처벌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 처벌이 가능키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 정부는 우리가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 청문회, 동행명령권, 무엇 하나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을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진실을 밝힐 수 없고, 이름만 특별법인 특별법 제정으로는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해상 사고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다시 4월 16일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침몰을 목격하면서 이 나라의 적폐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깨달았다. 그로인해 많은 이들의 삶이 바뀌었다. 그러나 또 다시 가만히 있고, 손놓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대참사는 어디선가 또 다시 일어날 것이다.

특별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에겐 힘도 권력도 없지만 상식과 정의가 있고, 아직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아이들, 부모님은 국가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 땅 위의 다른 아이들과 사람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고, 상식 있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 고통, 억울함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 것인지 안다. 때문에 또 다른 이들이 겪는 것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어디선가 또 다시 우리가 질렀던 비명소리와 오열소리가 들리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유가족이 또 다시 '특별한 법'을 만들어 달라며 억울함과 분노에 찬 소리로 오열하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힘을 내고 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사건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진실, 처벌, 안전한 사회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엄마부대봉사단과 탈북여성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나타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과 대학 입학 특례 주는 것을 반대하자, 한 시민이 '유가족 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 특례입학이 없다'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가족 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 특례입학 없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엄마부대봉사단과 탈북여성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나타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과 대학 입학 특례 주는 것을 반대하자, 한 시민이 '유가족 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 특례입학이 없다'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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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많은 분들이 진도와 팽목항에서 봉사활동을 해주시고,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시고, 국회까지 도보행진을 하는 아이들과 팽목항까지 도보순례를 하는 두 아버님을 응원해 주셨다.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기도해 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진실을 밝히고 안전하고 상식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죽은 희생자들과 자신들이 이런 사고를 당하고 친구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생존자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함께 알려주길 바란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만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제 2의, 제 3의 대참사를 막는 하나뿐인 열쇠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희생자들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4·16 이전의 사회와는 다른, 상식 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골든타임을 또 다시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7월 19일 오후 4시 4·16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다. 많은 분들이 서명에 동참해주셨던 것처럼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태그:#세월호, #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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