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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낮기온이 29도까지 오르는 등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여의지구에서 한 시민이 벤치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는 옆으로 엄마 품에 안긴 아이가 잠을 자고 있다.
 서울 낮기온이 29도까지 오르는 등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여의지구에서 한 시민이 벤치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는 옆으로 엄마 품에 안긴 아이가 잠을 자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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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휴식이 필요한 직원에게 낮잠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점심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짬을 내어 자는 것과 다르다. 현재 청사 내에 소파나 온돌마루 등을 갖춘 직원 휴게 공간을 활용해 편하게 잘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최대 1시간까지 낮잠을 허용한다고 한다. 낮잠을 희망하는 서울시 직원들은 출근 후에 부서장에게 신청하면 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할 수 없단다. 대신 낮잠 시간은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울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 시행하는 '시에스타(Siesta)'를 연상케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서울시 직원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까? 그리고 과연 좋은 제도일까?

만약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일단 부서장에게 낮잠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눈치가 보일 것 같다. 물론 주변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낮잠 신청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용기 있게 신청했지만 실제로 직원 휴게 공간에서 얼마나 편하게 잘 수 있을까? 직급이 있는 회사라는 공간이기에 어색하고 불편한 모습이 연출될 것 같다.

어렵게 눈을 감고 낮잠을 위한 포즈를 취했는데 막상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다시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부서장에게 통보해야 할지 말지가 무척이나 갈등될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낮잠을 자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낮잠 시간은 근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기에 퇴근시간이 늦어져 낮잠 잔 것을 후회할지도 모를일이다.

'신청 낮잠'보다는 '점심시간 연장'이 더 효율적

예상 시나리오를 적었는데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 결국 이대로라면 서울시의 낮잠 허용 정책은 유명무실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서울시가 낮잠 허용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낮잠을 잠으로써 자율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꼭 낮잠을 통해 해결해야 할까. 누군가는 산책으로, 누군가는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머리가 상쾌해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결국 시간을 각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점심 시간을 30분 더 늘려 1시간 30분으로 만들어 이 시간을 점심식사 외에 자기 계발이나 스트레스 해소 시간으로 만들도록 권장하는 것은 어떨까? 별도의 신청이 필요 없고 일괄적으로 전 직원에게 보장해 주는 방식이라 제도의 정착도 훨씬 빠를 것이다.

서울시가 직원들을 배려하는 움직임을 보인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서울시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려면 직원들의 불평, 불만을 없애고 스스로 일을 찾아 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이것에 더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는 아직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태그:#서울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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