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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유가족 150여명이 지난 12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특별법 제정관련 여·야·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 150여명이 지난 12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특별법 제정관련 여·야·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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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보고 싶다. 한 번 만져봤으면 좋겠다. 요즘 나는 아들의 옷을 입고 아들의 양말을 신고 다닌다. 아들 옷을 입으면 옷에서 아들 냄새가 나는 것 같다.…내 새끼는 죽었는데 책임자는 없다.…아무도 내 새끼가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를 말해 주지 않는다."

지난 12일 서울 청계광장은 울음 바다였다. 세월호 유가족이 처음으로 주최한 집회, 전국을 돌면서 특별법 서명을 받고 올라와 보고대회를 하는 자리였다.

집회의 처음은 '다녀오겠습니다'란 제목의 영상이었다. 다녀오겠다고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은 돌아올 수 없었다. 아직까지 11명의 시신은 찾지도 못하고 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어머니는 조용조용한 어투로 말한다. "우리에게 아이들 팔아 보상금 많이 챙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인간들은 이 땅에서 꺼져야 한다." 유가족들을 향한 막말에 얼마나 아팠을까?

유가족들이 전국을 돌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을 때 국회에서는 국정조사가 열리고 있었다. 여당의 국정조사에 임하는 입장을 가장 잘 보여준 이는 조원진 의원이었다. 6·4지방선거 막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다 바꾸겠다'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던 그였다. "유가족이면 다냐!"고 고함치더니, 세월호 참사를 AI(조류독감)에 빗댔다. 방청하던 유가족이 아이들이 닭이냐고 항의할 만했다. 그런 자가 국정조사위원이고, 특별법을 논의하는 여야 태스크포스팀의 일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기 전에 국회에서 침묵시위를 시작했다. 여야의 특별법안 논의에 유가족이 참여해 3자 협의를 하자는 요구였다.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 특히 여당의 국정조사에 임하는 불성실한 면을 봤을 때 유가족들의 요구는 당연하다. 더욱이 야당의원들조차도 조원진 의원과 심재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국정조사 일정에 응하지 않는 상황까지 온 것을 보면 더욱더 유가족들의 거센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유가족들은 14일에는 급기야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단식농성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 분노했으면 행동하자

유가족들과 시민사회가 같이 만든 단일 법안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한 권한을 가진 위원회 구성이 핵심이다. 국장조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처럼 청와대는 1분 1초가 아까운 골든타임에 컨트롤 타워로서 명확한 지침을 내리거나 지휘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VIP에게 보고할 동영상 자료만 해경에 요구했다. 해경은 구조는 하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는 구조하는 척만 했다는 점 또한 밝혀졌다. 보고를 듣고 상황을 지휘할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10시간 가까이 실종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통령까지 조사할 수 있는 실효적 권한이 있는 위원회가 아니면 진상규명은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명확해졌다. 여야의 특별법안과 다른 점은 보상 등의 지원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위원회의 구성,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 마련 등이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의 호소에 부응해 가장 짧은 시간에 350만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그래서 이 법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같이 울고, 미안해 하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한 국민들이 만드는 법이다. 사건의 목격자인 국민이 함께 만드는 특별한 법이 되어야 한다.

마침 오는 15일에는 3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서명지를 전달하는 행사를 한다. 국회의장에게 직접 국민의 뜻을 전달하는 행사이지만 평일 오전이라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할 지 걱정이다. 또 19일에는 전국에서 세월호 버스가 서울로 올라온다. 여기도 함께 하면 좋겠다.

세월호 이후는 세월호 이전과 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회에서 한뎃잠을 자고 밥까지 굶고 있는 유가족들과 함께 행동하자. 유가족들이 집회에서 말했듯이 내 새끼, 내 가족만 챙기고 외면하다가 세월호를 맞지 않았는가. 무늬만 특별법이 되도록 여야 정치권에 맡길 수 없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는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행동으로 참사 1백일이 되는 24일 이전까지 무늬도 내용도 특별한 법인 4·16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분노했으면 행동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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