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희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있어야 할 곳에 돌아가도록 도와주세요." 

더운 공기를 가르며 엷은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교과서를 덮고 뙤약볕 아래로 걸어 나온 소녀들의 호소이다. 학생들이 든 피켓에는 이렇게 써있다.

"도박할 권리는 있고 교육받을 권리는 없나요?"
"포기해요!"

학생들은 "대통령 선배님! 후배들을 지켜주세요!"라며 '학교 선배님께' 도움을 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심여자중학교 1967년(8회), 성심여자고등학교 1970년(8회) 졸업생이다.

14일 오후 3시 30분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에서 성심여자중고교 학생회 학생 40여 명이 '도박장 철회 호소 및 청원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심여자고등학교 한채을 학생회장과 최소현 부학생회장이 학교 인근에 들어서는 화상경마장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성심여자중고교 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 대통령 선배님! 후배들을 지켜주세요. 성심여자중고교 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 이세정

관련사진보기


한 회장은 "저희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인 교육권을 지키기 위해, 화상경마도박장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 그리고 저희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마련했습니다"라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한 회장은 "청소년 보호법 제1조에 따르면 이 법은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라며 "청소년 유해업소로 장외발매소가 지정되어 있습니다"라고 화상경마장 설치 반대 의견을 말했다.

홍성연 성심여자중학교 학생회장은 "저희 성심여자중고등학교의 선배님이시자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신 박근혜 대통령님께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대통령님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청와대에 성심여중고교 학생들의 청원이 담긴 엽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도박할 권리는 있고 교육받을 권리는 없나요?" 학생들은 묻고 있다.
▲ 도박할 권리는 있고 교육받을 권리는 없나요? "도박할 권리는 있고 교육받을 권리는 없나요?" 학생들은 묻고 있다.
ⓒ 이세정

관련사진보기


이날 기자회견은 성심여자중고교 학생회의 자발적 주도로 열렸다. 박혜숙 성심여자중학교 교감은 "아이들이 기자회견 가는 것을 학교에서 모르면 안 되니까 이야기는 했다"고 밝혔다. 박 교감은 "선생님들이 동반하지 않더라도 고등학교 학생회 정도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용표 성심여중고 교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에 좋은 경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기자회견 내용을 들은 이상원(25·취업준비생)씨는 "학생들이 자신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자세가 고무적"이라며  "지식은 교과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행동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선원(54·직장인)씨 역시 "학생들의 행동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화상경마장이 생기면 주변에 퇴폐유해업소가 연달아 생겨날 것"이라며 지지의 뜻을 표했다.

또래인 고교생들 역시 지지를 보냈다. 기자회견 도중 하교 중이던 박형우(18·고등학생)씨는 "같은 나이인데도 많은 사람의 시선을 모으려 하는 점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상우(18·고등학생)씨도 "도박장이 생기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나와 나이가 같은데도 기자회견에 나서는 모습이 용감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리던 오후 4시 경 서울 기온은 30도에 육박했다. 대답 없는 선배를 향해 태양 아래에서 후배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세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성심여자중학교, #성심여자고등학교, #화상경마도박장, #청운동사무소, #청와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