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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야근 출근을 준비하던 중 처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아내가 받았다. 그러나 아내의 음성은 여전히 침잠돼 있었다. 또한 다소 비관적이고 절망적이기까지 한 얘기만을 나열하고 있어서 내 마음에는 다시금 묵직한 못이 박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 응, 여전히 내가 거동을 못 하니까 OO아빠가 (살림을) 다 하지 뭐. 지금도 여전히 차도가 없어, 그래서 요즘엔 아예 우울증까지 찾아오는 느낌이다. 사는 게 당최 재미가 없어."

더 이상은 듣기가 싫어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갔다올게." 장마가 실종된 밖은 염천더위를 방불케 했다. 땀과 함께 이유 모를 눈물이 함께 눈가를 적셨다. 그랬다. 그것은 아내를 향한 무언의 항의와 더불어 어떤 시위성 서운함과 섭섭함까지를 아울러 내포한 눈물이었던 것이다.

날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 시장서 사온 가지와 양파를 간장과 고춧가루 등을 넣어 볶아 상을 차렸지만... 아내는 그거 밥만 먹었다.
 날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 시장서 사온 가지와 양파를 간장과 고춧가루 등을 넣어 볶아 상을 차렸지만... 아내는 그거 밥만 먹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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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병구완 및 살림살이까지 꾸려가기 어느새 여섯 달째다.

고된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오늘(14일) 아침 역시도 몸이 서너 개라도 부족할 일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우선 학수고대로 날 기다리는 아내를 먹이고자 어제 먹다 남은 쇠고기찌개를 덥히고 별도로 시장서 사온 가지와 양파를 간장과 고춧가루 등을 넣어 볶아 상을 차렸다.

그렇게 수고한 이 남편에게 말 한마디조차 없이 밥만 먹는 아내. 나도 괜스레 울컥해서 덩달아 함구했다. 하지만 이어 설거지와 빨래 역시 모두 내가 할 일이었다. 그리곤 잠시 눈을 불이고 일어나 지금 이 글을 쓴다.

아내가 어제 처제에게 스스로 고백한 우울증의 도래는 자신의 건강이 극히 나빠서 내가 만날 그 일을 대신해주고 있음에서부터 기인한다. 허리에 이은 어깨수술 그로 말미암아 몸무게가 무려 15킬로그램이나 빠졌음에도 여전히 살이 붙지 않은 자신을 보자면 솔직히 나 같아도 한숨부터 날 것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그렇지 그럼 정작 자신을 위해 모든 걸 '올인'하는 나는 뭐냐고? 나는 뭐 허수아비란 말인가! 지금도 여전히 지인들과의 술 약속조차 "우리 마누라가 아파서 안 되겠으니 다음에 하자고!"라며 일을 마치면 총알처럼 귀가한다.

이렇게 '착한 남편'을 봐서라도 아내는 쾌차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고자누룩(몹시 괴롭고 답답하던 병세가 조금 가라앉은 듯하다)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IMF 외환위기 습격 당시 빚에 쫓기면서 덩달아 우울증의 망령에까지 휘둘린 적이 있었다. 말승냥이보다 고약한 우울증에 굴복해 결국 대청호에 뛰어들었으나 저승사자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포박을 풀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기사회생하였으나 아무튼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나는 우울증의 공포를 여실히 절감할 수 있었다.

다른 건 하는 수 없더라도 아내가 제발 그 고약한(!) 우울증의 포로만큼은 안 되길 소망한다! 조금 있다가 점심에는 아내의 기분 해소 차원에서라도 밖에 나가 냉면이든 고기든 맛있는 걸 또 사줄 요량이다. 우울증 치료비보다 그게 훨씬 싸게 먹히니까.


태그:#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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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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