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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공사를 하자  오래 땅속에 살아있다가 혼자서 발아된 가시연의  모습 . 잎이 큰 것은 2미터도 된다고 한다.
 복원공사를 하자 오래 땅속에 살아있다가 혼자서 발아된 가시연의 모습 . 잎이 큰 것은 2미터도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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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늪 복원공사(2008~2012)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모습이 되리라고는 짐작이라도 했을까. 인간이 파괴된 자연을 돌려주자 자연은 무서운 속도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자연의 복원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지난 13일 아침 8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경포호수 산책길을 나서기로 했다. 이미 날씨는 아침부터 28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늘도 폭염이라고 하니 더워지기 전에 복원된 경포늪을 한 바퀴 돌아볼 작정이었다. 길을 나서니 이미 등에 땀이 솟았다.

강문에 이르니 바다에서 밀려 오는 비릿한 바다내음이 상큼하게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심호흡을 해본다. 도시에서 찌든 공해가 맑은 공기를 마시자 말끔하게 씻겨 나가는 것 같다. 강문에서 호수로 통하는 곳에 바닷물이 서서히 밀려 온다.

바람이 살랑거리자 호수에 잔물결이 인다. 새들이 물결을 타고 여유롭게 떠다닌다. 비릿한 바닷내음, 송정 솔밭에서 풍겨오는 향기로운 솔향기. 나는 가슴에 묵었던 체증이 한꺼번에 씻겨내려가는 기분이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대관령도 아름답다.  

거울 같이 맑다고 해서 붙여진 경포호수, 복원 전만 해도 호수는 흙탕물처럼 탁했다. 1970년대 모 소설가가 '강릉의 삼다'로 바람이 세고, 여자 정조관념이 흐리고, 호수는 흙탕물이라고 문학지에 수필을 발표해 말썽이 생긴 적도 있다. 지금 이 맑은 물을 보면 어떤 글을 쓸까 궁금하다.

연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연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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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새가 쉬고 있다.
 여유롭게 새가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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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수 둘레길을 둘러보았다. 1910년만 해도 경포호수의 면적이 지금의 1.8배에 달했다. 이후에는 경포천과 안현천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로 호수 크기가 줄어 들었다. 지금은 둘레가 4.35킬로미터다.

강릉시는 경포 늪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2005년부터 농경지로 개간된 지역을 습지로 복원하기 위해 매입했다. 이를 시작으로 2008년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시작해 2012년에는 원형에 가까운 습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과 생물권 보존을 위해 전체 면적의 60% 이상을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핵심구역을 정하여 생물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또 식물의 인위적 도입을 자제하고 다양한 생물이 유지하도록 수심도 0~1.7 미터로 다양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훌륭한 늪지로 만들어졌다. 갈대, 부들, 애기부들, 연, 왕골 등 다댱한 식물과 삵, 수달, 너구리, 족제비 고라니 등의 동식물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아름다운 늪으로 바뀌었다.

복원된 나룻배의 모습, 예전에는 이 배로 경포호수에 뱃노리도 하고 부들같은 짐도 날랐다. (예전에는 부들로 자리를 만들었다.)
 복원된 나룻배의 모습, 예전에는 이 배로 경포호수에 뱃노리도 하고 부들같은 짐도 날랐다. (예전에는 부들로 자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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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밭 사이로 오리가족이 나들이 나섰다.
 부들밭 사이로 오리가족이 나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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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수를 찾는 겨울 철새만도 쇠기러기를 비롯 큰기러기 등 61종, 여름철새도 왜가리, 쇠백로를 비롯하여 33종이다. 텃새도 참새를 비롯한 청동오리 등 29종, 나그네새도 노랑부리 저어새 등 51종이 되어 동식물의 보고로 변했다.

구전으로 내려오던 가시연도 습지 조성으로 수심, 온도, 빛의 조건 등이 맞아 땅속에 잠자고 있던 종자가 자연발아되어 모습을 드러내는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가시연은 1년생 수초로 잎은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름은 20~120센티미터 정도지만 2미터 크기까지 자란다.

나룻배도 복원되었다. 길이 0.6미터, 폭 2.0미터에 승선 인원 6명 정도로 예전에는 이 배로 나루를 건너거나 부들을 베어 나르는 등 짐도 실어 날랐다. 달밤이면 이 배를 호수에 띄워 놓고 술을 마시며 달맞이도 즐겼다. 

꼭 마음에 드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포호수 둘레길과 잘 복원된 늪지를 들러보며 아쉬움도 있었다. 명승지와 해수욕장이 있어 해마다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환경과 조화가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아름다운 연꽃이며 잘자란 부들밭, 갈대숲, 그 속에서 노래하는 이름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걷는 동안 어느 새 배가 출출해 왔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횟집으로 들어갔다. 뭐니뭐니 해도 강릉은 회가 제일이다.

호수 건너편에 영화배우 안성기 기념관이 보인다. 호수와 조화할 수 있는 색깔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공사중에 있다.)
 호수 건너편에 영화배우 안성기 기념관이 보인다. 호수와 조화할 수 있는 색깔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공사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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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둘레길옆에 있는 물레방아.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경포둘레길옆에 있는 물레방아.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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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밑에 깔린 광고 용지를 자세히 보니, '경포팔경'이라는 글귀가 눈에 보인다. 관동팔경은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경포팔경은 처음이어서 누군가 잘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지방마다 팔경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수면이 거울처럼 맑은 물과 경포 정자각에서 바라보는 밝은 달이 아름답다. 또 웅장한 태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녹두 일출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녹두 일출이란 호수 동쪽에 있는 섬 모양의 산을 말하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떠오르는 태양은 장괸이다.  

다음은 초당취연, 초당의 저녁밥 짓는 연기 모습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호수 남쪽에 있는 초당마을로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솔향이가 가득하다. 이번에는 강문어화, 강문에서 바라보면 바다에 고기잡이 불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홍장야우, 홍장이라는 기생이 떠나간 감찰사를 그리워하며 호수에 배를 타고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자욱한 안개 사이로 감찰사의 환상이 나타나자 반가워 달려가다 호수에 빠져 죽자 바위 이름을 홍장이라고 한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다음은 환선취적, 환성정에서 들려오는 신선들의 피리소리와, 시루봉산에서 선인들이 풍류를 즐겼다고 하며, 시루봉산 저녁노을이 장관이다. 한송모종, 한송사의 저녁종소리를 말하나 녹두정이라고 불렀던 이 정자는 화랑도들의 수양도장으로 지금은 석조만 남아 있다고 한다.

허균 생가가 옆에 있어 둘레길에 만들어 놓았다. 길동이가 마을 친구들과 노는 장면이다.
 허균 생가가 옆에 있어 둘레길에 만들어 놓았다. 길동이가 마을 친구들과 노는 장면이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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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수 주위로 최초의 한글소설을 쓴 허균을 비롯해 여류 시인 허난설헌, 오죽헌의 신사임당, 이율곡 선생 생가 등이 있다. 김시습 기념관을 비롯해 안성기 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어 찾는 이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 관계자는 앞으로 배다리 나룻배 복원과 강릉에서 4km 정도 떨어진 사천에 순풍습지 석호를 복원하면 모든 복원 사업은 완료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경포습지에 연꽃이 한창이다. 코스모스 밭에 씨를 뿌렸다고 하니 사시사철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태그:#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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