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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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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수적인 교육감이지만 언론이나 정치권력이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를 판단할 수 있지만 교육현장은 교육감 개인의 정치적 이념을 구현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구교육청이 하는 정책 중에 다른 지역의 정책보다 상당히 진보적인 것도 많습니다."

우동기 교육감이 재임한 지난 4년 동안 대구교육청은 학교폭력과 자살하는 학생이 많다는 오명을 받아야 했고 무상급식 실시율이 전국에서 꼴찌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우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하자 보수교육감이기 때문에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도시의 교육정책에 비해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진보교육감이 내세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나 교육혁신 등에서 대구교육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우동기 교육감은 지난 7일 오후 대구시교육청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활동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해가는 과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신뢰하는 교육정책을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우 교육감은 다른 진보교육감들의 공약인 자사고(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반대한다며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자사고의 폐단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의 자사고는 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 완충역할을 하고 있고 일반고도 상향평준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성구와 비수성구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비수성구에 자사고와 자공고(자율형 공립고)를 많이 만들어 학력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교조가 법외노조화 되면서 대구교육청과 갈등관계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 교육감은 "전임자 복귀 등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항상 대화의 문을 열 것"이라며 교육 파트너로서 계속 대화를 해 나가고 소홀히 대하지는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교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어 당장 처우개선을 해주지 못해 안타깝다며 "단숨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고용안정과 질적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대구교육, 어느 곳보다 진보적... 서울같은 자사고 폐단 없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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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에서 보수교육감으로 당선돼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과 교육의 방향이나 행정의 변화가 다를 것 같다.
"대구교육은 지금 거론되고 있는 어느 진보교육감이 시행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진보적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시험을 2011년 대구가 제일 먼저 없앴고 아이들의 교육을 성적지상주의가 아닌 행복역량기반교육으로 전환을 선포한 것도 대구교육청이다. 보수도 계속해서 진화하지 못하면 퇴행한다. 외형적으로 교육감의 정치적 이념이 보수적이다, 진보적이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진보교육감들이 모두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구는 서울과 같은 자사고 폐단이 거의 없다.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피폐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사고는 지역 간 편차를 줄이는 완충역할을 하고 있고 일반고도 상향평준화 정책을 펴오고 있다. 학교마다 특성이 다르다면 그 특성에 맞춰서 교육할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구는 일반계고 맞춤형 교육을 하고 올해부터는 음대, 미대, 체대를 가려는 학생들을 위해 거점학교와 위탁학교를 정해 진로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 취임사에서 학생들의 '5대 행복역량'을 강조했다. 어떤 내용인가?
"성적지상주의에서 탈피해 끼와 재능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도덕적, 지적 역량이라는 5대 행복역량을 고루 갖춘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행복역량기반 교육을 정착시키겠다. 학생들 상호 간 협력을 통해 수업이 이뤄지도록 하고 교사는 그 과정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 성적향상도 이루어지도록 수업방식도 바꿔나갈 계획이다."

- 대구에서도 지역 간 학력격차가 심하다. 지난 4년간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인가?
"사실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해 14개의 자공고 가운데 13개를 수성구 이외의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로 지정해 지원했다. 또한 통·폐합 위기의 소규모학교와 도심공동화나 외곽지역의 학생 수 급감 학교 등 교육환경이 열악한 16개에 행복학교를 도입했다.

그 결과 지표상으로도 수성구와 비수성구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의 경우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할 때의 성적을 종단 분석한 결과 성적이 향상된 상위 20개 학교 중 수성구는 1곳밖에 없다. 비수성구의 성적향상이 두드러졌다는 결과다.

성적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자공고와 기숙사 운영학교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 또 권역별 학교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운영을 지원하거나 중점거점위탁학교 운영 및 행복학교 확대 등을 통해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

- 대구시교육청이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교육부 지침을 잘 따랐기 때문이지 대구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대구가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한 것은 교육의 본질적 목적인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교사와 직원, 지역사회가 모두 열정적으로 노력한 결과이지 교육부의 지침을 잘 따른 것만은 아니다. 교육부의 평가지표 역시 생명존중, 교육복지 실현, 학생역량 강화, 창의인성교육 강화 등 교육의 발전적 성과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학생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는데 대구교육청도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 과연 실효성이 있나?
"많은 학생들이 단체로 떠나는 수학여행의 안전이 담보되도록 하겠다. 우선 소규모, 테마형으로 바꾸고 안전한 수학여행 보장체제를 구축하겠다. 또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인간 중심으로 한 체험활동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개편하겠다.

예를 들어 팔공산에서 야영활동을 할 때 산악조난에 대처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해양수련원에서는 바다에 빠졌을 때나 배가 침몰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위주로 프로그램을 짤 것이다. 현재 학생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재난대피 훈련을 먼저 한다. 1500여 명이 들어가는 대공연장에서 이런 훈련을 하는 곳은 대구밖에 없다."

"전교조와 교육현장 문제 고치기 위한 대화 계속할 것"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지난 7일 대구시교육청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지난 7일 대구시교육청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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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젠 의무급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아직도 선별 무상급식으로 비난받고 있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전체 학생의 45.9%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급식비 지원 재원의 대부분을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부담하고 자치단체의 지원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권영진 대구시장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대구시와 재원분담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초등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향후 중고등학교 급식비 지원은 학부모가 순수 식품비만 부담하도록 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나가도록 하겠다."

- 전교조가 법외노조 판결을 받으면서 교육청과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전임자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금까지 함께 지역 교육을 걱정하던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어제까지도 교육의 파트너로서 함께 협의하고 대화를 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가 맞더라도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어느 교육감도 자유롭지 못하다. 법적인 조치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교육현장의 문제를 고치는 데는 대화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

- 교사들이 업무량이 많다고 아우성이다. 대구시교육청이 공문 없는 날을 만들었지만 일선 교사들은 오히려 공문 없는 날이 더 두렵다고 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동아리지도, 행정업무 등을 한다. 이게 학원 선생님과 다른 점이다. 공문이 없을 수는 없다. 공문 없는 날은 하루라도 편해보자는 요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 4월부터 매주 수요일 '공문 없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공문이 특정일에 집중되지 않고 요일별로 안배하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 공문서 부담 사례제를 강화해 전화와 문자로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미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

-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 목소리가 높다.
"학교비정규직 문제는 고용안정화 정책이 정착돼야 하고 그 다음에는 질적 수준,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한 교육청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재정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어 처우개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기간제법 상 2년으로 되어 있는 무기계약 전환 기준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고용안정을 더욱 강화하겠다. 처우개선 문제도 정부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지난 선거기간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시민단체들도 공정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사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표명하겠다."


태그:#우동기, #대구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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