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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지난 9일.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푹푹 찌는 날씨 탓에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골목에는 평소보다 주민들이 적었다. 그날은 동네 슈퍼 앞에서 장기를 두시던 할아버지들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이 다 돼서야 성북천 근처에 주민들이 모였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가족들, 천 앞 호프집에서 맥줏잔을 기울이는 아저씨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집으로 돌아가는 여고생들이 눈에 띄었다. 살이 따가울 정도로 뜨겁던 해가 가라앉은, 여름 저녁의 천변풍경은 소박하고 따뜻했다. 전봇대 옆 쓰레기봉투 사이로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밟기 전까지는.

쓰레기 봉투 가득한 골목길

화분 사이에 일반쓰레기 봉투가 끼워져있다.
▲ 삼선동1가 골목 화분 사이의 쓰레기봉투 화분 사이에 일반쓰레기 봉투가 끼워져있다.
ⓒ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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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삼선동 주택가의 생활쓰레기 배출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세월이 쌓인 골목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은 건물 옆마다 놓여 있는 쓰레기봉투들에 가려진지 오래다.

삼선동의 생활쓰레기는 화·목·일요일 오후 6시 이후(일부 지역은 오후 4시 이후)에 수고ㅓ한다. 그러나 수거 시각에 맞춰 쓰레기봉투를 내놓는 주민들이 얼마나 될까. 삼선동 골목길에는 언제나 쓰레기봉투가 쌓여있다.

올해 6월부터 삼선동1가의 고시원에서 사는 태성재(21)는 "고시원으로 가는 골목길 계단 옆에 쌓인 쓰레기봉투 때문에 항상 날벌레가 들끓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삼선동1가의 주택에서 살았다는 김지수(22)는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비둘기와 고양이가 헤집는 바람에 쓰레기봉투를 수거해 간 이후에도 골목길 바닥에서 악취가 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대 없는 곳... 문제는 계속된다

재활용쓰레기와 일반쓰레기가 건물 구석에 어지러이 놓여있다.
▲ 삼선동 1가 OO번지 주차장 옆에 쌓여있는 쓰레기봉투들 재활용쓰레기와 일반쓰레기가 건물 구석에 어지러이 놓여있다.
ⓒ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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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동 골목길에는 주민들이 지적한대로 일반쓰레기봉투, 재활용쓰레기를 담은 투명봉투, 음식물쓰레기봉투가 무분별하게 뒤엉켜있다. 생활쓰레기는 사계절 내내 삼선동 골목환경을 더럽히는 주범이지만 그 문제는 여름이 되면 더욱 심각해진다.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는 음식물쓰레기가 쉽게 부패해 그 악취가 더욱 심해지고, 쓰레기봉투가 쌓인 곳을 중심으로 벌레들이 더욱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삼선동 청소행정 담당자 김성수씨는 "주택이 많은 삼선동에서 특히 청소 환경과 관련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김성수씨는 "환경미화원 9명, 공적일자리 19명, 공공근로 4명이 시간대마다 삼선동의 생활쓰레기를 수거한다, 이는 다른 동에 비해 적은 인원이 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청소 인원이 충분한데도 매번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삼선동의 생활쓰레기 배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실 생활쓰레기 배출 문제는 삼선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삼선동뿐 아니라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밀집된 지역에는 생활쓰레기가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기 십상이다. 주택가에는 일반쓰레기봉투를 담는 생활폐기물보관함과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이래도 될까... 폐기물 보관함 필요하다

의자, 까만 비닐봉투, 일반쓰레기봉투가 뒤섞여 있다.
▲ 삼선동1가 △△번지 골목 계단 옆 쓰레기들 의자, 까만 비닐봉투, 일반쓰레기봉투가 뒤섞여 있다.
ⓒ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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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민들이 대문 옆 구석에 쓰레기봉투를 그냥 내놓게 되고, 이것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생활악취를 만드는 요인이 돼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보인 지역으로는 경남 양산시가 있다.

경남 양산시는 2014년 1월부터 건축 허가(3세대 이상)때 생활폐기물 보관함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양산시민신문>에 따르면 "보관함은 빗물 유입과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 뚜껑을 설치하고, 쓰레기 수거가 쉽도록 보관함 내부에 망이나 마대걸이를 설치하게" 돼 있다고 한다. 양산시에서 설치되고 있는 생활폐기물보관함이 삼선동에도 설치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활폐기물보관함은 삼선동을 비롯한 모든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에 꼭 필요하다. 생활폐기물보관함을 설치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 동네 골목길에 다시 낭만을 되찾아 올 수 있지 않을까? 골목길에 배인 쓰레기 악취가 사라지고, 인도와 차도를 따지지 않고 기어다니는 바퀴벌레가 줄어들게 된다면 몇몇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조금 늦추게 될지도 모른다.

주민들이 여름밤 더위를 식히며 골목길을 천천히 거닐 수 있는 동네. 그러다가 담벼락을 천천히 걷는 길고양이와 보도블럭 사이에 핀 풀꽃에도 눈길을 줄 수 있는 동네. 주민들이 아끼고 가꾸는 동네는 그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태그:#마을가꾸기, #쓰레기배출문제, #골목길, #무단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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