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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민간분양 아파트 시행을 맡은 건설사들이 분양 과정에서 건축비를 법정 건축비보다 36% 높게 부풀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6개 단지, 아파트 4741세대를 지으며 부풀려진 건축비는 총 3612억 원에 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이같이 밝히면서 이 지역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법정건축비는 3.3㎡(1평)당 평균 536만 원이었지만 건설사들이 책정한 분양 건축비는 평당 730만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건설사들은 사용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되는 '직접공사비' 대신 모호한 '간접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을 썼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실련은 "시민들로부터 강제 수용한 공공택지가 민간 건설사들의 이윤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공공택지 민간 매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위례신도시 분양원가 분석 법정건축비 대비 민간분양 아파트 건축비
 위례신도시 분양원가 분석 법정건축비 대비 민간분양 아파트 건축비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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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건축비대로 지었으면 세대 평균 7600만 원 분양가 인하 효과"

민간분양 아파트란 건설사가 한국토지공사(LH)등 공공부문에서 토지를 매입해 공급하는 공동주택을 말한다. 현재까지 위례신도시에서는 총 6개 단지, 4741세대의 민간 아파트가 분양을 마쳤다.

이 아파트들은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건축비에 한도가 있다. 분양가 상한 한도는 정부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평당 법정건축비(기본형건축비)를 근거로 산정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분양된 위례신도시 아파트 전체가 법정건축비보다 높은 건축비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들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1666만 원인데 그중 건축비는 730만 원"이라면서 "그러나 지난해 법정건축비는 평균 536만1000원"이라고 설명했다.

건축비가 높아지면 아파트 가격인 분양가 역시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가장 높은 A2-9블록의 대우건설 '센트럴 푸르지오'는 법정건축비보다 49%가량 많은 건축비를 썼다. 세대당 1억 원 정도가 부풀려진 셈이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법정건축비 수준으로 지었을 경우 세대마다 평균 7600만 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아파트라서 건축비가 많이 들어갔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11년 위례에서 분양했던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평당 평균 분양가는 1200만 원 내외, 건축비는 592만 원 이었다. 민간아파트에 비해 3.3㎡당 139만 원 저렴한 건축비다.

그러나 건축비 구성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공사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인 '직접공사비'는 오히려 보금자리주택이 세대당 100여만 원 높았다. 경실련은 "내역이 불투명한 간접공사비가 4배나 높게 책정되면서 건축비가 커지고 분양가도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개 민간건설사 분양 아파트 중 2개 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공사비가 보금자리 주택과 같거나 적었다. 건물 수준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정부가 법정건축비로 건축비를 통제하는 척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항목의 가산비를 건축비에 추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면서 "부대비 또한 실제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부풀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지역 공공분양 아파트 건축비와 위례신도시 건축비 구성 비교
 인근지역 공공분양 아파트 건축비와 위례신도시 건축비 구성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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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가 서민 주거안정보다는 건설사 '집장사'에 이용"

위례신도시는 경기·서울 인근의 민간 소유지를 국가가 강제 수용해 만든 대규모 주택단지다. 경실련은 "이같이 조성된 주택용 토지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 등 공적인 목적으로 쓰여야 하는데 건설사 '집장사'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공공택지는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직접 개발해서 공공임대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사들은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자신들이 지은 아파트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들이 책정한 건축비가 법정건축비보다는 높지만 법적 규제 기준인 분양가상한제는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경실련이 언급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지자체의 분양가 심의 범위 내에서 산정된 것"이라면서 "친환경 인증, 층간소음 인증, 에너지 절감 같은 부분들이 다 건축비 상승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위례신도시는 강남권이고 소비자들의 취향을 감안해 다른 지역보다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단순히 법정건축비보다 비싸다고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마감재 등에 더 고급 자재를 사용했고 그 때문에 건축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전체 건축비에서 간접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공공분양 아파트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금융비용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가 짓기 전에 100% 분양이 안 되고 미분양이 남는 추세기 때문에 건설사는 계속 나가는 금융비용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비용들도 사업비에 녹여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태그:#위례신도시, #위례, #경실련, #기본형건축비, #법정건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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