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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주민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일 오후 청와대 부근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화상경마도박장 강제·기습·폭력 개장 시도 규탄 및 반대 주민 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학교 앞 경마도박장 안돼요" 용산 주민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일 오후 청와대 부근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화상경마도박장 강제·기습·폭력 개장 시도 규탄 및 반대 주민 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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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성심여중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이자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공동대표로, 지난 1년 2개월 동안 학교 앞 화상도박장 입점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숙농성 158일째인 지난 6월 28일, 한국마사회는 기습적으로 25층 규모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임시개장을 강행했습니다.

7월 초 '말산업 발전을 위한 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가 일간지 1면 광고를 내고, 화상경마장 개장에 따른 농업계 입장을 표명한 것을 보았습니다. 경마산업의 공익적 순기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반대 주장에 대해 강하게 우려한다고 했더군요. 이에 용산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성심여중·고 교장수녀님을 비롯해 선생님, 학부모, 종교인, 상인, 지역단체 등이 왜 학교 앞 화상경마도박장 입점을 반대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규정도 절차도 무시한 화상경마도박장

첫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은 행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009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아래 농림부)는 화상경마도박장 이전을 준비했고 부동산 개발업자와 신탁사는 낡지도 않은 기존 빌딩을 철거하며 건축허가, 사용승인 등 모든 이전 과정을 처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정가보다 357억이나 비싸게 건물을 매입한 마사회는 업체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소송까지 했습니다.

건축허가와 사용승인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화상경마도박장이 건축허가를 받은 것은 2010년 6월 30일, 전 용산구청장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 다음 구청장은 '화상경마도박장 이전 계획을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한 2013년 5월에야 알았다'고 대책위에 말했습니다. 이렇듯 주민들뿐 아니라 구청장도 모르게 화상경마도박장은 학교와 주거지 앞으로 이전을 한 것입니다.

둘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은 국가의 규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2008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건전발전종합계획'은 도박중독유병률이 높은 화상경마장을 축소하고 본장 중심으로 운영할 것과 화상경마장을 점차 외곽으로 이전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사회의 연 7조8천억 총매출 중에 본장 매출은 2조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출 대부분이 본장이 아닌 화상경마도박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농림부는 '마사회 장외발매소 개설 승인절차 및 요건에 관한 지침'에서 '관람환경 개선을 위한 공간 추가확보 및 이전 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와 사전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은 규모를 2배 넘게 확대하면서도 사감위와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주민 동의 역시 관내 이전 시에는 받지 않아도 된다며 생략했습니다(용산구에는 1988년부터 화상경마도박장이 있었습니다). 이는 화상경마도박장이 이전할 지역의 주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입니다.

셋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마사회는 화상경마도박장이 학교보건법의 학교정화구역(200m이내)을 약간 벗어났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학교보건법의 취지는 200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화상경마도박장과 210여m거리에 성심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고 500m안에는 6개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있습니다.

화상경마장 앞 인도에서 바로 보이는 성심여자중·고등학교와 원효초등학교. 반경 500m에 6개 유치원, 초·중·고가 있다.
 화상경마장 앞 인도에서 바로 보이는 성심여자중·고등학교와 원효초등학교. 반경 500m에 6개 유치원, 초·중·고가 있다.
ⓒ 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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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화상경마도박장의 건축허가 취소가 합당하다고 인정한 행정법원의 판례에서 재판부는 "발매소 건설 예정지는 초등학교에서 불과 200여m 떨어져 있어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고, 인근 도로사정 등에 비춰볼 때 교통 혼잡이 가중되는 등 공익 침해가 적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3000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도박장과 개인 오락실을 동일하게 취급하며 200m라는 수치만 지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청소년 기본법'은 제7조(사회의 책임) 3항에서 '모든 국민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을 정화하고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묻습니다.

"지키지도 않는 이런 법은 왜 만들어요?"

넷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을 추진하면서 마사회는 약속을 어겼습니다.

현명관 마사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주민들과 만나 법적인 잣대로만 사안을 진행한 것을 사과했습니다. 또한 같은 달 기자간담회에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낸 후 개장을 할 계획"이라며 "(협의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개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언론보도(<한겨레> 2014년 1월)에 따르면, 마사회는 현 회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주민 여론을 찬성 쪽으로 유도하는 편향적인 여론조사를 비밀리에 실시했다고 합니다.

또 17만 명이 반대 서명을 했음에도, 마사회와 협의하려는 수십 명의 지역상생연합회를 주민대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주민이 하는 찬반공청회라고 하면서, 마사회 건물에서 취임식을 한 용산구 생활체육회장이 주최하는 찬반공청회로 여론을 무마하려고도 했습니다.

국민권익위가 6월 16일에 "주민들의 요구가 타당하니 이전을 철회하라"고 했음에도 국민권익위 결정을 무시하고 마사회는 6월 28일 기습개장을 했습니다. 국가 공기업이 돈이 아니라 교육환경을 우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사회는 주민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까지 했습니다.

청와대에 민원 올린 중학생...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개장으로 지역주민과 마사회 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화상경마장 앞에서 성심여고 학부모들이 화상경마도박장 개설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용산화상경마장 개장 반대한다"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개장으로 지역주민과 마사회 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화상경마장 앞에서 성심여고 학부모들이 화상경마도박장 개설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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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의 진실을 농축산비대위에도 알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말씀처럼 개방화 시대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매우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도박중독유병률이 79.6%에 이르는 화상경마도박장으로 그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까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계속 나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경마가 진정한 레저로 거듭나기 위해서 본장에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행산업 기관들이 수익금을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국가가 통합관리해서 어렵고 힘든 분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기를 바랍니다.

화상경마도박장은 말 산업 발전을 위한 시설이 결코 아닙니다. 국민의 삶을 도박중독으로 피폐하게 하고 더구나 어릴 때부터 도박환경에 빠뜨리는 일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며 한국마사회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힘겹지만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손을 잡아달라 내민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에 온라인 민원을 맨 처음 올린 것도 중학생이었고 동영상을 만들어 홍보를 하고 온라인 서명을 시작한 것도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박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아이들의 삶을 지킬 것입니다. 그것이 돈을 우선해서 일어난 '세월호' 같은 참사를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이 내민 손을 여러분도 꼭 잡아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방 기자는 성심여중·고의 학부모이자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공동대표입니다. 이 글은 <작은 책>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태그:#용산화상경마장, #마사회, #도박중독, #성심여고,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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