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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국가정보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국가정보원 직원의 야당 의원 질의자료 촬영 논란 끝에 20분 만에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논란이 된 국정원 직원의 출입증을 확인하고 있다.
▲ 야당 의원 질의자료 찍은 국정원 직원 이병기 국가정보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국가정보원 직원의 야당 의원 질의자료 촬영 논란 끝에 20분 만에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논란이 된 국정원 직원의 출입증을 확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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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임시취재증'을 발급받아 들어갔다는 보도를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난 2012년 지역의 한 일간신문사에 취재부장으로 입사했습니다. 그 후 해당 신문 정치면이 통신사 기사와 사진으로 채워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국회에 출입기자를 보내야겠다는 판단으로 제가 직접 국회에 들어갔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국회에 가는 게 어렵지 않겠지만, 신문사를 비울 수 없었던 저는 업무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하루 국회로 가 '임시취재증'을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10번 이상을 출입해야만 '단기 취재증'을 발급받을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국회 정론관 우측으로 난 복도를 따라가면 미디어지원실이 있는데, 거기서 출입기자들을 관리했습니다. 출입기자로 처음 등록하기 위해서는 직원에게 어떤 서류가 필요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상담받아야 합니다.

너무 힘들었던 '국회 출입'

물론 인터넷으로 서류를 만들어 올려도 됐지만, 제가 몸 담은 신문사가 추후에도 출입기자를 파견하거나 서울에 상주시키기 위해서는 그 절차를 직접 알아야했습니다. 그래서 과정을 처음부터 밟아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사무실에 들어가 직원에게 "처음 국회출입을 신청하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가"라고 물었습니다. 직원은 정기간행물등록증, 사업자등록증 등과 함께 신문사가 창간한 지 1년 이상 됐으면 출입 자격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원이 덧붙였습니다.

"임시 취재증이기 때문에 오늘만 취재가 가능하고요. 오늘 취재하실 내용을 접수서류에 기록해 주세요."

말 그대로 1일 취재증입니다. 즉 "나는 오늘 국회의원 누구를 만나서 어떤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겠다"고 서류에 기록해 접수해야만 '임시 취재증'이 나옵니다. 물론 처음 서류를 접수할 때는 기자의 사진과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서류까지 모두 빠짐없이 접수해야만 합니다.

저는 문제가 된 그 국정원 직원이 '임시 취재증'을 발급받기 위해 서류를 접수할 때 "오늘은 어떤 내용으로 취재하겠다"고 성실히 적었는지, 그보다도 '정기간행물등록증'을 어떻게 제출했는지 궁금합니다. 

국정원 요청으로 취재증이 그리 쉽게 나온다면 그건 '취재'가 아니라 '참관' 또는 '관람증'이어야 맞습니다. 취재를 하려면 제가 겪은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합니다. 언론사로 등록된 회사 서류, 출입하려는 기자의 각종 서류까지 약 5~7 종의 서류를 접수한 기억이 납니다.

지방신문이 국회에 출입기자 한 사람 보내려면 온갖 서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임시 취재증'만 10장 이상 받아야 비로소 몇 개월간 출입이 가능한 '단기 취재증'이 나옵니다. 그렇게 어렵게 출입한 후에도 언론사 전용 사무실을 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방송기자실, 종합일간지 기자실은 일명 중앙언론사들이 차지했습니다. 지방신문은 별도의 사무실을 이용하는데, 신생 언론사에게는 그마저도 그림의 떡입니다. 그러니 정론관 빈 좌석을 찾아 그곳에서 기사를 써야 했습니다.

지방신문 기자들에게는 높은 문턱이었던 '국회출입기자'가 국정원에게는 한없이 낮고 부드러운 포장도로였나 봅니다. 아마 국회사무처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또 "기자출입 자격을 강화하라"는 식의 대처를 내놓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지방언론이나 신생 언론사에게는 문턱이 더 높아지겠지요.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짜 기자' 때문에 피해는 진짜 기자가 보는 꼴입니다. 기자를 사칭하고 돌아다녔을 국정원 직원이 혹시 정론관에도 들어왔거나 아니면 기자실을 돌아다니며 취재자료들을 살펴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기자들에게는 높은 국회 출입 문턱이, 국정원에게는 너무 낮은 건 아니었을까요? 이래저래 마음이 씁쓸합니다.

국회사무처 미디어담당관 "기관 직원 확인되면 취재증 발급"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회사무처에 확인해 본 결과 제가 출입을 신청했던 2012년 당시와는 '일시취재증'의 신청절차가 많이 간소화 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최초 신청시 제출해야 했던 '정기간행물등록증 사본'이 생략됐고, 출입 절차 또한 '일시취재증' 발급자는 횟수와 무관하게 필요에 따라 '임시' 발급을 받을 수 있답니다. 특히 일시취재증을 발급받은 날에서 약 10회 또는 2개월 이상을 국회에 정기적으로 출입해야만 발급받을 수 있었던 '단기출입증'은 일시취재증과 무관하게 별도의 서류를 작성하도록 변경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사무처 미디어담당관은 이번 국정원 직원에게 '일시취재증'이 발급된 경위에 대해 "현재 '국회내규'상으로 언론사 또는 기관에서 해당 기관의 직원임을 확인하는 공문을 보내면 일시 취재증 발급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취재증은 카메라나 기타 장비를 가지고 국회 경내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일 뿐, 만일 이번과 같이 어떤 청문회를 취재하려면 해당 위원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국회출입기자, #국회출입, #국정원 취재증, #임시취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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