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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정석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가 1954년 개교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대학 구조조정 방안과 대학평가 순위 하락에 따른 학내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형국이다.

박춘배 인하대 총장은 단과대학 통폐합과 단과대학 책임경영제 도입, 인센티브 교수평가제 등을 실시하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이후 교수회와 학생회가 거세게 반발해왔다.

박 총장은 "변화한 교육환경과 함께 학문 영역의 광역화와 융·복합 추세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 운영의 효율화가 필수적"이라며 "단과대학 통폐합과 이에 기반을 둔 단과대학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후 대학평가 순위 하락과 링크(LINC: 산학협력 선도대학)사업 탈락까지 겹쳐 인하대 구성원 간 갈등은 총동문회까지 확산됐다.

교수회·학생회·총동창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총장은 5월 30일 '최근 대학평가 순위 하락과 LINC사업 탈락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구성원들을 실망시킨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러나 총장은 실행의 적절한 수준과 타이밍을 결정하고 그 책임을 지지만, 실행은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해야 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담화문 발표로 박 총장에 대한 불신은 더 확산됐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박 총장은 지난 24일 총동창회 원로와 임원들을 학교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학교당국에서는 박 총장을 비롯해 부총장 2명, 보직교수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총동창회 쪽에서는 장석철 회장을 비롯해 남세종(1회 졸업생)·남종우(1회 졸업생) 명예교수, 최금행 상근부회장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총장 "구성원들 폐쇄적 생각, 마인드 바꿔야"

간담회는 박 총장이 학교발전계획을 보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박 총장은 용현캠퍼스 리모델링 방안, 개교 60주년 기념관 신축 계획, 송도캠퍼스 건립, LINC사업 탈락 사후대책, 대외평가 관리방안 등을 차례로 발표했다.

박 총장은 용현캠퍼스 리모델링과 개교 60주년 기념관의 조감도를 보여주며 "용현캠퍼스는 학부 교육의 중심이다. 장기적으로 용현학익지구와 연계한 지역문화의 허브다. 용현캠퍼스의 고질적 교육 공간 부족 문제는 본관 앞 잔디광장에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학교 내 주동선(=학생회관에서 본관과 공대사이를 지나는 길)을 차 없는 길로 만들고, 3호관 부지에 하이테크관(연면적 약 2만 5000㎡) 규모의 개교 60주년 기념관을 지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만평(=3만 3000㎡) 중 5000평(=1만 6500㎡)을 사용하고 있는 송도 산학협력 부지의 경우 올해 10월 부지용도를 R&D(연구·개발) 부지에서 교육·연구용 부지로 바꾸면 교육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11-1공구) 송도캠퍼스의 경우 인천시 도시계획이 확정되면 실용화 중심 연구센터를 유치해 국제협력과 대학원 연구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총장은 또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에 인하대가 올해 10월 개교한다. 이는 출자가 아니라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한 것으로 학사 운영 전반을 인하대가 책임진다"고 한 뒤 "학교 구성원들이 국내적인 폐쇄적 생각을 지니고 있다. 국제적으로 바꿔야한다. 그래서 역점사업으로 국제처도 신설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이 발표를 마친 뒤 동문회의 질타와 비판이 쏟아졌다. 남세종 명예교수는 "그런 (조감도 설명 등) 얘기 들으러 온 것 아니다. 학교 위상이 추락했다. 이유는 무엇이고,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들으러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총장은 "우리 대학 연구 성과가 2011년 이후 하락세다. 2006년 이후 연구비를 팀별로 주는 경향으로 바뀌었는데, 인하대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다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2012년부터 정량적인 자료를 분석해 평가하고 진단했다. 그동안 지표 위주로 대응하다보니 장기적 안목이 부족했다. 구성원 스스로 마인드를 바꾸려는 의식이 부족했다. 시스템을 구축해 회복하겠다"고 답했다.

탈락한 LINC사업에 대해선 "LINC사업엔 기술혁신 사업과 현장밀착형 사업이 있다. 교수는 기술혁신에 가까운데 학교는 현장밀착형으로 진행하면서 서로 안 맞았다. 게다가 인천의 산업구조는 인하대 교수진과 다르다. 향후 원천기술 사업과 특성화인력양성 사업에 주력하고 중국 동해안지역으로 산학협력을 진출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동문회 "총장부터 보직교수까지 물러나야할 일"

동문회가 대학평가 순위 하락을 비판한 것에 대해, 박 총장이 '어쭙잖은 순위평가에 얽매이긴보단 장기적으로 내다보자'고 하면서,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추용(화공 63학번) 총동창회 원로자문위원은 "대학평가 순위가 하락하는데 우수한 학생이 오겠냐? '어쭙잖은 순위'라고 했는데, 총장은 이 발언을 취소하고 해명해야한다"고 비판한 뒤 "더 이상 형이상학적인 이야기 말고 구체적 대학발전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남종우 명예교수 또한 "서울 소재 사립대학을 보면 이사장과 총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한진그룹의 인하대 투자 미흡을 질타했다.

이에 박 총장은 "동문회의 비판과 우려를 책임지고 가겠다. 정량적인 시뮬레이션으로 학교발전계획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입학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비인기 학과를 없앨 수 없다. 그래서 융합추세에 맞춰 단과대학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교수들이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한 뒤 "재단 이사장 또한 지난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에 동행하면서 학교 문제에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학교 또한 기업처럼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동문회가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인하대 연구비 유치 실적이 약 900억원 규모다. LINC사업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탈락했지만, 메디컬리서치센터 등 다른 사업을 유치했다"고 덧붙였다.

동문회의 거듭된 질타와 구체적 계획·재단의 투자 요구에, 박 총장은 일반적 표현으로 일관했다. 결국 동창회 원로와 임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추용 원로자문위원은 "LINC사업에서 탈락할 만큼 대학 위상이 추락했다. 총장부터 보직교수까지 다 물러나야할 일이다. 재단 이사회 갈등 구조가 대학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을 동문들이 다 안다. 지금 학생회·교수회·교직원·동문회·총장 간 갈등이 심각하다. 인화단결이 안 된다. 재단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할 판"이라고 질타했다.

조남태(기계 64) 총동창회 자문위원은 "그동안 학교발전기금 내라고 할 때마다 동문들은 냈다. 앞으로도 내라면 언제든지 낸다. 그런데 60주년을 맞이한 대학이 위기다. 학내 갈등이 심화돼 있는 상황에 대해 총장이 이사장에게 원인과 처방 방법, 발전계획을 보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총동창회가 단과대학 통폐합 동의?…후폭풍 예상

결국 이날 간담회는 박 총장 리더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간담회 말미에 ROTC 총동문회장은 "총장 브리핑에서 공감이 안 온다"는 말을 남겼다.

심지어 총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는데도, 사무처장은 간담회가 시작된 후 5분이 안 돼 자리를 비웠다. 사무처장직은 재단이 임명하는 자리로, 재단과 학교 간 채널이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총동창회 관계자는 "재단이 총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장석철 총동창회장은 "총동창회는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여러 동문한테서 전화를 많이 받는다. 동문들 또한 매우 심각하게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동문들의 문제의식은 이미 재단으로 향하기 시작했다"고 한 뒤 "향후 추가 간담회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 직후 부총장이 학생회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총동창회도 학교의 구조조정 방안에 동의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조남태 원로자문위원은 간담회에서 "인하대 구조조정 필요하다. 그러면 학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교수와 교직원, 학생이 합의해야한다. 이는 기업에서 일어나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부총장이 학생들에게 '총동창회가 구조조정에 동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한진그룹, #정석인하학원, #인하대총동창회, #인하대 6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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