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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2015년 최저임금이 5580원(2014년도보다 7.1%(370원)인상)으로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습니다. 최저임금은 누가 결정하는 걸까? 찾아보니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구가 있었습니다. 그 기구에는 노동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이 있는데, 이들이 매년 6월 모여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머리를 '쾅' 하고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아본 적도 없는 자들이 모여 최저임금을 정한다고 하니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노동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5210원) 대비 26.8% 인상한 6700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할 때, 사용자 측은 계속해서 동결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7년 동안 알바로 지쳤는데, 2015년도 최저임금 5580원?

알바노조가 6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고장 300원 수준에서 노동자의 삶을 흥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차라리 해체하라' 기자회견을 펼쳤다.
 알바노조가 6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고장 300원 수준에서 노동자의 삶을 흥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차라리 해체하라' 기자회견을 펼쳤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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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받고 사는 저같은 알바를 비롯해 시급을 받는 1700만 임금노동자가 부여한 적 없는 권위를 가지고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다음해 최저임금을 정한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더 화나고 더 배신감이 드는 것은 최저임금 5580원에 찬성한 노동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때문입니다. 이들 18명이 만장일치로 2015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고 하네요(사용자 측은 모두 기권). 다른 사람도 아닌 노동자 위원들이 그들이 어떻게 5580원을 단 한 표에 기권표도 없이, 반대표도 없이, 찬성 할 수 있는 거죠?

노동자위원들조차 우리의 노동가치가 '한 시간에 5580원이 맞다'고 인정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이 최저임금을 받고 사는 이들이라면 고작 370원, 껌 한 통도 못 사먹는 돈 370원을 올려놓고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제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나같은 노동자들을 위해서 더 이상 나를 대변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픕니다. 노동자위원 9명이 만장일치 찬성이라니. 저는 5580원에 찬성한 적 없습니다. 동의한 적도 없습니다.

7년 동안 알바노동자로 살아온 저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7년 동안 알바를 해왔다는 것은, 7년 동안 사람으로 살기를 포기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 간단합니다. 밥값과 커피값은 제 1시간 일한 노동의 대가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한 편 보기 위해서는 2시간 노동을 해야지만 볼 수 있으니, 당연히 시급보다 높은 것들을 포기 하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고 산다는 것은 "남들처럼 살기를 포기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500만 알바 노동자들은 제가 7년간 그랬던 것처럼, 매끼니를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고 밤낮없이 일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 수밖에 없겠죠.

노동자위원님,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요?

노동자위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370원 인상,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요? 2013년도 기준 2014년에 350원이 올랐는데, 올해는 20원 더 많은 370원이니 괜찮아서 찬성한 건가요? 더 이상, 최저임금위원회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고작 370원 올려놓고 노동자위원이라고 이름 붙이지 마십시오. 그 최저임금회의에 들어가서 노동자위원이라고 이름 붙이고 앉아 있지 마세요. 저는 당신들의 "찬성"에 동의한 적이 없는,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노동자입니다.

5580원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최저임금 위원회의 노동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 그리고 기권표를 던지고 자리를 뜬 사용자위원 전부 하나같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 6월 27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드러났습니다.

최저임금이 너무 낮아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꿈인 노동자들을 절대 잊지 마세요.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는 것 그리고 남들이 잘 때 나도 자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평범한 삶이 꿈인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태그:#알바노조, #최저임금, #최저임금위원회, #2015년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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