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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의 법정관리가 예상되고 있다. 법정관리가 되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의 상환책임을 지게되는 피해를 입게 될 납품업체들의 호소문
 에스콰이어의 법정관리가 예상되고 있다. 법정관리가 되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의 상환책임을 지게되는 피해를 입게 될 납품업체들의 호소문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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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에스콰이어(법인명 EFC)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관련 업체들의 호소문이 발표되었다. 이어 24일 서울 현대건설 본사 앞 원서공원에서 서울, 부평, 성남, 광주 등 총 160여 개 관련 납품업체들이 모였다. 바로 원청업체인 에스콰이어의 법정관리 철회와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절차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2009년 사모펀드 H&Q AP에 약 800억 원에 매입된 에스콰이어는 그후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3월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현재 국내 브랜드 에스콰이어는 워크아웃 신청이 진행 중이다. 지금 상황은 워크아웃이 될 가능성이 낮다. 지난 주에 열린 9개 은행채권단의 워크아웃 논의가 2:7로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달 17일에 있을 재심사도 불투명해졌다.

에스콰이어의 협력업체였던 이들이 법정관리가 아닌 워크아웃을 요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때문이다. 법정관리가 되면 에스콰이어와 은행이 맺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에스콰이어가 아닌 납품업체들이 상환해야 하는 기괴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스콰이어(법인명 EFC)의 메인 홈페이지 화면
 에스콰이어(법인명 EFC)의 메인 홈페이지 화면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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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세월호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란 중소기업의 물품납입대금의 효율적 회수를 위하여 만들어진 어음대체결제제도 중 하나이다. 대기업에 납품을 한 하청업체들이 물품을 구매한 대기업이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납품대금을 조기에 받는 제도이다.

하지만 편리함 뒤에 생각지 못한 어마어마한 뒷감당이 있다. 어음은 발행한 기업이 만기일까지 어음대금을 갚지 않으면 부도처리가 된다. 그렇게 발행한 기업이 책임지는 어음과 달리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구매기업이 은행에 상환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구매기업이 아닌 구매기업에 납품한 납품업체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게 된다. 현재 에스콰이어 납품업체의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제적 책임이 현실화된 상태다.

상품을 이용하도록 만든 대기업, 상품을 만든 은행,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 등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는다. 단지 그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안전하다며 가입하게 된 영세납품업체들만 상환책임을 지며 파산과 부도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현대건설 원서공원 H&Q본사 앞 시위현장에 걸려진 사모펀드 H&Q에게 워크아웃을 촉구하는 현수막
 서울 현대건설 원서공원 H&Q본사 앞 시위현장에 걸려진 사모펀드 H&Q에게 워크아웃을 촉구하는 현수막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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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주범들은 탈출... 안전하다는 말만 믿은 이들 수렁에 빠져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은행과 가입을 권유한 대기업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고, 안전하니까 안심하라고 했다고 했다. 단, 안전하다는 말을 믿는 영세 납품업체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죽음과도 같은 부도와 파산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1억 정도 미수가 있다는 50대의 한아무개 사장은 "그냥 전자어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뭔지도 모르고 대출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또, "그냥 부도나면 미수금만 못 받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인 50대의 최아무개 사장은 처음엔 "아무 담보 없이 해줘서 안심했다"고 했다. 은행 측도 이 상품을 판매한 담당자가 아니면 무엇인지도 모르더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을지로에서 회사를 운영 중인 김아무개 사장(60)은 "어음과 전자어음만도 못하다"고 했다. 어음과 전자어음은 (업체만) 부도 나면 되는데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그 위험성을 모르기 때문에 부도와 동시에 채무상환책임까지 생기는 무서운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현대건설 원서공원 H&Q본사 앞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에스콰이어 납품업체 관계자들
 서울 현대건설 원서공원 H&Q본사 앞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에스콰이어 납품업체 관계자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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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는 말만 믿은 자신들은 정말 바보...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이 바보였다고 한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과 에스콰이어의 안전하다는 말만 믿은 게 실수였다고 했다. 약정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고, 정부와 은행가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상품을 만들지도 허가하지도 않을 줄 알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게다가 약정서나 그 사본 등을 받은 업체도 없었다.

현재 피해업체들은 평균 3억 원 이상의 상환책임이 발생한 상태로 큰 업체들은 10억 이상이다. 집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현재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에스콰이어가 80억을 (추가대출을) 신청했으나 채권단이 부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에스콰이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H&Q가 80억 원을 내어 놓으라는 상황으로 진행 중 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에스콰이어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신청했을 때 신용도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 상품이 진행된 게 의문점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집회를 개최한 관련자들과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집회 관련 진행자 강희원, 어언수씨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서울 원서공원 H&Q본사 앞 집회에 참가중인 에스콰이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피해 납품업체들.
 서울 원서공원 H&Q본사 앞 집회에 참가중인 에스콰이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피해 납품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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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무엇이 문제인지?
강희원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상환청구권에는 2가지 옵션이 있다. 구매기업이 책임지는 것과 하도급업체까지 공동 책임지는 것 2가지가 존재한다. 우리는 배운 것도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불리한 조건으로) 갑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해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가입했다.

어언수 "저희는 보시다시피 망치질하면서 먹고 사는데. 계약서 이렇게 많은 걸 다 읽어가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고 에스콰이어 본사에서 이렇게 하라니까 거기에 대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건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건 의도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거다. H&K(사모펀드회사)에서 의도적으로 한거다.

은행도 사실 편하니까. 은행도 에스콰이어가 망해 버리면 (영세업체 들한테)추심하기가 편하니까 자기들끼리 이런 제도를 만든 거다. 거기에 우리가 끌려가는 거고 금융감독원에서 이걸 잘못된 것이라는 걸 감독해야 하는 건데 지금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이 사지에 내몰린 상황이다.

저희 모두 에스콰이어 직원들까지 3만여 명이 다 죽는 상황이 된 거다. 내가 대출 받아서 납품했는데 그걸 전자어음으로 받았는데 그걸 다시 할인해서 썼는데 결국은 또 우리에게 추심이 들어오는 건 잘못된거 아닌가? 에스콰이어 본사에서 갚아야 되는 걸 왜 우리가 갚아야 하는건지. (이런 상황은)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 에스콰이어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언제쯤 시작되고 있었는지?
강희원 "2012년도쯤이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되는 줄도 몰랐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중에서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보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이미 워크아웃이니까 들어주지도 않는 상황이다.

지금 법정관리로 간다는 얘기가 많이 있어서 끝까지 싸울 예정이다. 다행히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지면 11월 달까지 돌아오는 어음이 있다. 그걸 에스콰이어에서 갚아주면 다행인데 갚지 못했을 경우엔 또다시 우리에게 다 책임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럼 에스콰이어 쪽에서 고의적으로 안 갚을 수도 있는지?
어언수 "그렇다. (에스콰이어가)H&K와 은행이 협의해서 워크아웃을 받아들이게끔 무슨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워크아웃 신청만 해놓고 끝이다. 어떠한 액션이 취해지지 않으니까 이건 의도적일 수밖에 (볼 수 밖에)없는 거다. 그냥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워크아웃 신청한 거고 형식적으로 대출 신청한 상태인 거다.

저희들은 그것만 믿고 있었는데, 막상 당일 워크아웃 신청한 날 당일 어음이 만기되는 날 보니까 막을 돈 자체가 없다고 하더라. (에스콰이어 자신들은) 주머니에 십 원 한 푼 없는 상황이고 자기들은 막을 계획도 없는 상황이고. 저희들은 그 사람들을 믿고 왔는데 전혀 무책임하게, 쉽게 얘기해서 먹튀하려는 거 같다. 전혀 책임도 없고, 전혀 워크아웃 받아들일 의사도 없고 대출을 받아서 하청업체들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나 생각자체도 없는 상황이다."

-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어디서 처음 나왔는지?
강희원 "이게 어디서 나왔는지 이런 대출 자체를 서민들은 잘 모른다. 어음처럼 막 이렇게 까다롭게 할인을 하는 게 아니라 은행에서 그때그때 쉽게쉽게 할인을 해주니까. 그런 맛에 했는데 알고 보니 이렇게 안 좋은 점이 있었다. 우리도 첨에는 몰랐다."

-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약정서는 받으셨는지?
강희원 "전혀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었고, 약정서 자체도 받은 게 없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우리뿐만 아니라 제2의 이런 사태들이 많이 일어날 거다. 정말 중소기업 죽이는 법이다."

어언수 "약정서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은행에 가서 체크한 것은 있다. 진짜 너무나 잘못되었다. 우리 와이프와 아이들까지도 이해를 못한다. 말도 안 되는 법이다. 이건 실상 은행도 잘못됐고 에스콰이어도 잘못됐다. 이건 금융감독원에서 제재를 해줬어야 하는데 지금은 수수방관하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

- 관련업체수는 얼마나 되는지?
강희원 "완사입업체(완전히 만들어 납품하는 업체) 포함해서 160여개 업체이다. 서울 성수동, 성남, 광주, 부평 등이 다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종업체들 다 연쇄도산이다. 구두가 잔손이 많이 가는 상품이다. 그래서 여기에 딸린 식구들이 많다.

이제 다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현재 다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인데 상환청구권이 들어오면 우리는 길바닥에 나와야 된다. 철없는 애들까지도 '아빠 우리 이제 어떡게 해야 되요'라고 한다. 그렇게 애들까지 걱정을 한다. 얼마나 미안스럽고 죄스러운지 모른다. 우린 진짜 편안한 구두 만들어서 장사해서 팔아보겠다고 한 죄밖에 없는데 이제 빚쟁이로 나앉게 생겼으니 이게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입니까?"

- 에스콰이어가 무너지면 주변업체에도 타격이 되는지?
강희원 "일단 에스콰이어가 무너지면 재고를 꺾어서 팔게 될 거 아닙니까? 그러면 다른 업체들은 판매도 안 될 것이다. 그럼 다른 업체들이 살아남으려면 다른 업체에 치고 들어가려고 단가를 낮추고 서로 제살 깎아먹는 상황이 된다."


태그:#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에스콰이어, #H&Q, #사모펀드, #금융판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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