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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대회라지만 제대로 된 전시가 필요하다.
 학생 대회라지만 제대로 된 전시가 필요하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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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이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이 전화를 했다. 손녀가 어린이회관에서 그림 전시를 하는데 할아버지가 와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그러마고 대답하고 일요일 교회 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두 내외가 전시 장소로 가 보았다. 아들 내외는 아직 오지 않았다.

잠시 나무 그늘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아들 내외가 도착했다. 이미 정오가 가까워 배가 고프지만 손녀의 그림이 먼저 보고 싶어 이왕이면 전시회 구경을 하고 마음 편하게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다. 아들 내외는 김밥을 싸왔으니 그게 좋을 것 같다고 찬성했다.   

전시한다는 현수막이 보이지 않아 한참 헤맨 끝에 겨우 전시 장소를  발견했다. 전국미술대회니 현수막 하나쯤 정문에 크게 걸어 놓아도 좋을 듯한데 그러지 않았다. 건물 정문에 작은 현수막이 있어 그나마 겨우 찾았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복도를 중심으로 그림을 가득 펼쳐놓았다. 전시해 놓은 것이 어른 키보다 훨씬 높은 곳도 있어 아이들의 이름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이런 곳도 전시 장소가 되는구나, 조금 의아스러운 생각이 든다.     

아이의 이름을 찾아보려고 그림이 걸려 있는 복도를 이리저리 다 뒤져 보아도 아이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조금 짜증이 난다. 어쩔 수 없이 손녀 아이 보고 네가 그린 그림이니 네가 찾아보라고 했더니 손녀 아이는 위 아래를 몇 번 뛰어다니더니 고개를 젓는다.

아이도 그림을 찾지 못했다. 미안한지 풀이 죽었다. 아예 그림이 없는 것인지, 있는데 우리가 찾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일하는 이에게 물어 보았더니 학원에 연락해 보란다. 7월 한달 동안 전시하는데 교대로 그림이 걸린단다.

우리 아이의 그림을 찾기 힘이 들었다.
 우리 아이의 그림을 찾기 힘이 들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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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만 걸어 놓아도 될덴데 왜 그렇지 않은 아이들 그림까지 이렇게 많이 걸어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 우수작일까. 꽤 오래된 대회여서 믿음직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이의 그림이 없어 실망을 주지 않을까 겁이 난다.

어떤 부모는 용케 한쪽 구석에서 아이 작품을 발견한 모양이다. 그림 앞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아이도 어른도 좋아하는 것을 보며 나는 수상작을 위해 이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는 건 아닐까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수상작품은 잘 정리되어 있다.

나는 점심이나 먹자며 전시회 장소를 빠져나왔다. 며느리는 분명히 학원에서 연락을 받았다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죄송스러운 얼굴을 한다. 따로 사는 시부모를 일부러 오게 했는데 실망이 큰 모양이다. 나는 우리가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며 위로했다.

나는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를 데리고 기분 전환을 위해서 물놀이하는 장소로 갔다. 요즘은 다 그렇지만 웬만한 가정은 아이가 하나다. 외톨이로 지내다가 아이들을 보자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그림 생각은 금세 잊은 듯 잘 어울려 논다. 아이는 초등학교 일학년이다.  

지난 2일 같은 장소에 다시 들렸을 때는 그림 교체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이의 그림이 있을까 찾아 보았으나 역시 없다. 그림이 걸리는 날 아이를 다시 데리고 올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쩐지 마음은 개운하지 못하다. 이왕 전시할 것이라면 좀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태그:#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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