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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적대-견제-공생-유착-일체'

무슨 관계일까? 얼핏 보기엔 건곤일척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술·전략 같지만 언론과 정부 사이에도 이런 관계가 반복되거나 지속될 수 있다. 마치 '진자 운동'을 하는 것처럼 언론과 정부는 적대나 견제관계를 유지하다가도 어떤 상황과 조건의 변동에 따라 유착 내지는 일체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이른바 '언론-정부의 진자운동모형 이론'이다.

언론이 정부 또는 권력에 종속되거나 동조세력으로 안주하는 '유착관계'와 언론이 정부의 선전선동 기구로 이용되는 '일체관계'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일러주기 위한 이론이다. 이런 관계에 빠져들면 가장 불편하고 불행해지는 건 바로 국민들이다. 이 때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지수가 역행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주류언론을 참칭하는 보수신문과 그들의 종편방송, 그리고 공영방송사들이 이러한 위험관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 더 나아가 국민들이 불행하건 말건 알 바가 아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만 해도 '적대관계'의 첨병을 마다하지 않던 그들이 이명박근혜 정부에선 '유착관계'를 넘어 '일체관계'를 향해 가는 형국이다.

박근혜, 왜 극우논객들만 선호하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대표적 케이스다. 정권 창출에 일조한 대가로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들 거대 보수신문사에게 '종편'이란 날개를 달아줬고, 이후 정부와의 '유착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정권 친위대의 잇단 낙하산 사장체제 이후 '권력 바라기'란 소릴 들을 정도로 잘 길들여진 공영방송사들은 한발 더 앞선다. '유착관계' 수준을 넘어 '일체관계'를 넘나든다. 전파의 주인인 국민과의 불편한 관계는 안중에도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언론인 출신을 '청와대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과 홍보수석, 심지어 국무총리 자리에까지 앉혀 언피아(언론인+마피아·폴리널리스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발탁된 언론인들이 대부분 극우 편향적이거나 친일 또는 독재를 미화하는 왜곡된 역사관을 지닌 자들이란 점이다.

오기·독선·불통인사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첫 청와대 대변인에 보수신문의 극우논객 출신인 윤창중씨를 임명했다. 이른바 비정상적 언피아의 씨앗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했다. 당시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여당에서까지 그의 임명을 반대했지만 대통령의 오기는 누구도 꺾지 못했다.

결국 그는 대통령의 첫 방미일정 중에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 유명한 미국발 '윤창중 성추문 사건'으로 그는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사건이 터진 뒤 박 대통령은 마치 남 이야기하듯 책임을 아래에 떠 넘겼다.

그런데 '윤창중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의 첫 언론인 출신 홍보수석(이남기 전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때부터 대통령의 이름 세자 뒤에는 '빙의' 또는 '유체이탈'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노회한 김기춘, 과도한 권력욕이 부른 '인사 참극'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은 지난 3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 때 모습.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은 지난 3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 때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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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오기와 불통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박근혜식 수첩인사와 빙의정치, 유체이탈 화법은 최근 세월호 참사과정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와 적폐타파를 앞세워 국무총리를 비롯한 17개 부처 중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9명 중 4명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지만, 곳곳이 문제투성이다.

어느 곳 하나 성한 인사가 없을 정도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이후 극도로 이반된 국민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통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친일·빈민족적, 편협한 역사관을 지닌 극우 보수논객 출신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한 것은 국민과 역사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공분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편향적 시각을 지닌 언론인 출신을 총리 자리에 앉혀 도대체 국가를 어떻게 개조하고 적폐를 타파해 나가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화합형 총리후보가 아닌 갈등형 총리 후보를 추천한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과 퇴진요구가 거셀 수밖에 없다. 대통령 최측근에 앉은 '노회한 자'의 과도한 권력욕이 부른 인사 참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거기에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홍보수석에 정치적 편향성이 늘 꼬리처럼 따라 붙었던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을 은근 슬쩍 임명했다. 그러나 그의 임명에 대해 그가 몸담았던 YTN 노동조합은 "출신지를 바탕으로 정치권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이명박 정부 이후 주요 자리를 따낸 '권력만 바라보는 인물'"이라며 "청와대 스스로 언론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청와대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민경욱 대변인은 임명 당일인 2월 5일 오전까지도 KBS 문화부장 자격으로 보도본부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하루 전날까지 <뉴스9>의 리포트를 했다는 이유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4개월 전까지 <뉴스9> 앵커로 활동했던 터라 시선이 좋을 리 없다. 그는 KBS 윤리강령에 이런 조항이 있는 것을 몰랐던 걸까.

"KBS인 중 TV 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선캠프 활동 박효종 방심위원장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최근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에 또 다시 친일·독재 미화 성향의 극우인사를 임명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편향된 역사 인식으로 물의를 빚은 뉴라이트 출신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를 방심위 위원에 임명했고, 그는 지난 17일 방심위 전체회의를 통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한 달 전. 대통령 추천 몫의 위원장 내정자로 거론될 때부터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역사학자들로부터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박효종 방심위원장의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3기 방심위원장에 임명된 박 교수는 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고,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를 맡기도 했다. 게다가 그는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는 등 편향된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방심위원장 역할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

<PD저널>에 따르면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 참여연대공익법센터 등 16개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는 17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효종씨는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도 울고 갈만한 편향된 역사관의 소유자"라고 꼬집었다.

방심위, '정치심의' '표적심의' 남발...법원 잇단 '철퇴'

새롭게 방심위원장으로 임명된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은 2012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새롭게 방심위원장으로 임명된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은 2012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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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언론계 안팎에선 친일과 독재를 비판하는 보도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편향제재 사례가 늘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창극 총리 후보와 비교하며 자신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도 비등하다. 향후 방심위 3기가 얼마나 험난하고 황당한 일들을 생산할지 박 위원장의 취임사에서도 잘 읽힌다. 그는 "방송의 과잉 상업화와 질적 저하, 무책임한 비방과 명예훼손 정보 등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앞선 2기 방심위도 '정치심의'와 '표적심의'를 남발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 왔는데 3기 역시 안 봐도 뻔하다. 이명박 정부와 함께 출범한 방심위가 그동안 방송의 공정성 등을 위반했다며 내린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방심위는 지난 2010년 11월 방송된 KBS의 '천안함'편이 방송심의 규정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경고'처분을 내렸지만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천안함 사건을 다룬 KBS <추적 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대한 방심위의 '중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외에도 지난 5월 대법원은 CBS <김미화의 여러분>이 방심위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었지만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 얼굴 옆에 북한 인공기를 배치한 영상을 내보내 제재 조치를 받은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도 서울행정법원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천박한 언론관 '비정상적' 작동... 나라와 국민 모두 불행

그럼에도 방심위는 이명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중징계를 남발해 '표적심의'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다룬 KBS <추적 60분>,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관련 내용을 보도한 JTBC <뉴스9>가 '표적심의' 논란의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방심위의 '표적심의'와 '정치심의'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방심위는 정권의 홍위병을 자처하면서 정치심의, 표적심의를 일삼아 왔고, 철저하게 제작의 자율성과 언론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아 왔다. 방심위는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 스스로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순리다."

오죽했으면 PD연합회가 방심위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을까. 민간기구라는 방심위가 마치 국정원처럼 행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창극·윤두현·박효종. 이들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메시지는 명확하다. 언론과 정부의 '일체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권의 선전선동도, 그들이 노리는 정권의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천박한 언론관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언론이 정부와 '유착관계'나 '일체관계'를 유지하면 나라와 국민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그리 멀지 않은 역사에서 봐왔다. 무엇보다 방송사는 물론 방심위가 노회한 정치적 모사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길은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가 관건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태그:#방심위 3기, #박효종, #뉴라이트, #친일, #반민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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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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