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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저)는 진실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 가짐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하든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자기가 처해진 입장에 따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도 하고, 때론 왜곡하기도 한다.

왜곡된 진실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예에서처럼 진실이 거짓에 의해 가려져 있던 그 시기 동안 얼마나 많은 비정상적인 일들이 자행됐을지를 유추하게 한다. 베트남과 중공의 성장을 기정사실화 해서 바라보지 못하고, 사회주의는 성장할 수 없어야 한다는 우리의 염원이 반영된, 냉전시대의 논리로 인해 우리는 두 나라의 실체적 분석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결과를 목도했다. 정책이나 국가적 교류 측면에서 본다면, 진실을 외면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고 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공요인

<전환시대의 논리>에 따르면, 국민에게 사랑 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국민을 최상위에 두고 사랑하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1950년대를 전후하여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베트남과 중공 그리고 대한민국을 비교해 보면 무엇이 성공한 지도자를 만들어 내는지 추정 가능해진다.

베트남과 중공은 사회주의 계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계열의 국가 건설에 성공하였다. 체제의 우열보다는 지도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국민에 다가 섰는지가 더욱 중요한 요건이었던 것이다. 고딘 디엠의 베트남, 장개석의 대만은 민주주의 정권으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부패 및 국민과 유리 된 정치 행위들로 인해 끝내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사회주의가 우월한 것이라면 한반도에서도 그 결과는 같이 나타나야 할 것이지만, 우리에게서는 민주주의 진영의 남한이 더 큰 사회적 발전을 이뤄낸 게 사실이다.

체제에 관계없이 성공을 이뤄낸 세 지도자, 호치민, 모택동, 박정희의 공통점은 빈곤했던 서민에게 정책의 바탕을 두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근면 검소함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 아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두 마리 토끼

박근혜 대통령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잡고 싶은 두 마리 토끼는 어떤 것일까.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은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뚜렷한 공과로 인해 진보계층의 지지는 득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절반의 지지를 얻어 완전한 민족의 지도자가 되고 싶은 게 그 첫째일 수도 있다. 정치 부분의 상처에 대해서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그간의 논리라면, 시대가 바뀐 지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결과는 없어 보인다. 둘째는 아버지에 이어 서민에게 존중받는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와 같은 경제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박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경제민주화 뿐이라는 생각이다. 침울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새로이 임명했다고는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관료 이전에 정책에 있다. 여기서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기업을 완전하게 통제해냄으로써 기업이 국민의 위에서 군림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합리적인 통제에 실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 집단이 주장하는 무한 자율경쟁을 받아들이면서, 서민을 살리겠다고 하는 경제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서민 경제가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고 해도 진실은 그 정해진 길을 따라 갈 것이다.

지폐에는 구별이 없지만 움직이는 영역에서는 엄밀히 기업금융과 서민금융으로 나눠진다. 법인과 회사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자금이 기업금융이며, 서민들이 주고 받는 영역의 자금이 서민금융이다.

과거에는 시장에서 두부를 파는 김씨가 번 돈으로 빵을 사먹고, 빵 가게 이씨는 이 돈으로 할머니네 가게에서 반찬을 사서 먹는 구조로 서민금융의 자금은 일정부분 지속적으로 이 영역에 머물면서 경제의 흐름에 기여했다.

대기업 집단이 서민금융의 영역에 대형슈퍼, 빵 가게, 커피숍 등 지속적으로 침범한 이후부터 서민 금융영역의 자금은 미처 하부에서 혈액순환도 하기 전에 기업금융 영역으로 흡수되고 말았다. 기업금융에서 서민금융으로 내려오는 주요한 경로는 근로자의 임금이다. 하지만 임금 상승은 극도로 제한되고 있으며, 근로자의 소비생활은 주로 대형 마트에서 이뤄지고 있다.

'낙수효과'는 허구... 서민금융 살려내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

기업에 돈이 쌓이면 투자를 할 것이고 그러면 서민들이 사는 윗목까지 온기가 올 것이다라는 논리가 낙수효과다. 이것은 여러모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이익이 날만한 곳이 있어야 투자를 한다.

고 정주영 회장이 돈이 남아서 조선소를 지은 것이 아니듯, 또한 이익이 나는 곳이면 빚을 내어서 달려 드는 것이 기업이다. 이익이 나지도 않을 곳에 돈이 남는다고 투자하는 기업을 우리는 방만하다며 비판한다.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고 투자를 강요하는 정부는 또 다른 방만을 부추길 우려 마저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민주주의 국가의 자율 경쟁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서민계층에 공급되는 혈액을 차단하는 생존의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 세계를 누비는 세일즈 대통령으로 대한민국 기업의 주머니를 아무리 두둑하게 해줄지라도 서민들이 그 기업의 혜택을 누릴 방법은 없다.

기업은 대통령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겠지만, 국민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귀 막는 동안 국가는 부유하나 국민은 행복하지 못한 정상의 비정상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의 꿈도 멀어져 갈 것이다.


태그:#박근혜대통령, #경제민주화, #전환시대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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