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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읍의 천연기념물 숲인 '성밖숲'에 세워져 있다.
▲ 백년설 노래비 성주읍의 천연기념물 숲인 '성밖숲'에 세워져 있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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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지가 되고, 또 남북으로 분단된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국무총리 지명자 문창극씨의 역사 인식에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 하태경씨 등은 문창극씨의 역사인식이 '건강하다'는 논평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언행을 통해 아직도 친일 청산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되새기기 위해 다시 한번 '친일 노래'의 현장을 떠올려본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 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다
선창가 고동소리 옛님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조경환이 노랫말을 쓰고 이재호가 작곡한 이 노래 <나그네 설움>은 1940년 2월 레코드로 발매되었다. 노래는 경북 성주 출신 가수 백년설이 불렀는데 당시 10만 매를 넘는 레코드 판매 실적을 올렸다. <나그네 설움>의 10만 매는, 그 무렵 조선어 레코드의 1년 국내 판매량 전체가 대략 30만 매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노래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단숨에 짐작하게 해준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 비 내리든 그 밤에 애절구려
능수버들 태질하는 창살에 기대어
어느 날짜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

<나그네 설움>에 이어 같은해 10월에 발매된 <번지 없는 주막>도 역시 작곡 이재호, 노래 백년설의 인기곡이었다. 나라 잃은 망국민의 한많은 생활을 애절하게 담아낸 노랫말과 곡조는 겨레의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했고, 대중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백년설은 그 이후 일제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복지만리> <대지의 항구> <아들의 혈서> 등을 열창하는 친일 가수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백년설은 '호국의 신'이 되어 전쟁터에 나아가 죽으라는 내용의 <아들의 혈서>(1942년 발매)를 부르기 위해 매일 방송국으로 출근을 했다.

어머님 전(前)에 이 글월을 쓰옵노니
병정이 되온 것도 어머님 은혜
나라에 바친 목숨 환고향 하올 적엔
쏟아지는 적탄 아래 죽어서 가오리다

어제는 황야 오는 날은 산협천리
군마도 철수레도 끝없이 가는
너른 땅 수천 리에 진군의 길은
우리들의 피와 뼈로 빛나는 길입니다

<복지만리> 또한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찬양하는 데 골몰하는 노래이다. 조국과 고향을 떠나 만주로 이주하는 우리 겨레의 궁핍한 이주를 마치 환상의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희망찬 도약인 양 왜곡하고 있다.

달 실은 마차다 해 실은 마차다
청대콩 벌판 위에 휘파람을 불며 간다
저 언덕을 넘어서면 새 세상의 문이 있다
황색 기층 대륙길에 어서 가자 방울소리 울리며

본명이 이창민인 백년설은 1914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0년 미국에서 사망했다. 성주읍을 찾아가면 수령 500년 안팎의 왕버드나무 군락으로 이루어진 성밖숲(천연기념물 403호)에 세워져 있는 그의 노래비와, 성주고교 교정에 건립되어 있는 흉상 및 노래비를 볼 수 있다. 노래비들은 둘 다 <나그네 설움>이 새겨져 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백년설 가요제'가 2003년 제 1회 대회를 열었지만 그의 친일 행위에 대한 논란 끝에 중단된 상태라는 점이다.

'백년설 가요제'처럼 문창극씨 국무총리 취임도 바로 끝나야

'백년설 가요제'가 시작되다가 바로 끝난 것처럼, 문창극 씨의 국무총리 취임도 지명 이후 곧장 종결되어야 한다. 문창극 씨의 역사인식은, <복지만리>의 표현을 빌면, 일제가 '새 세상의 문'을 우리에게 열어주었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2011년 서울 용산구의 어느 교회에서 말한 강연의 내용에도 "지금 돌아보니 (우리를 일제의 식민지로 만든) 하나님의 뜻이 전부 다 이해가 된다. 1960∼70년대 공업화를 했다. 공업화를 한 가장 큰 힘이 일본의 기술력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다 기술을 하고 앞장섰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만 따라가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모두 다 일본 따라서 이만큼 컸다. 우리는 지금 특히 일본 사람들을 우습게보지만 일본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경제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국무총리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곳이 어느 나라이든, 국가의 수치이다.

경북 성주군 최고의 역사여행 답사지는 세종대왕의 아들들과 손자 단종의 태가 묻혀 있는 '세종대왕자태실'이다.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 관련 유적(생가 등)과 파리장서 유적 백세각 등도 성주가 자랑하는 역사 답사지들이다.
▲ 세종대왕자태실 경북 성주군 최고의 역사여행 답사지는 세종대왕의 아들들과 손자 단종의 태가 묻혀 있는 '세종대왕자태실'이다.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 관련 유적(생가 등)과 파리장서 유적 백세각 등도 성주가 자랑하는 역사 답사지들이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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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창극, #백년설, #복지만리, #나그네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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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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