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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임원으로 3년 이상 금융 분야 종사이력을 요구해 터무니없는 무자격자의 낙하산 입성을 막아야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KB사태의 해결책으로 이같이 말했다. KB 내홍의 원인으로 낙하산 인사의 전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내부 갈등에는 낙하산 인사로 불리는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정병기 상임감사위원 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 부분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주제발표를 맡은 전 교수는 우선 낙하산 인사를 '내부승진이나 정상적인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 인사가 일방적으로 임명되는 관행'이라고 정의 내렸다.

전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자리는 정권과 친분 있는 인사들로 충원되어 왔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기관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감사, 부설 연구소장 등 기타자리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와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 관료)가 차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심지어 금융산업의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금융 공기업마저도 낙하산 인사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제공한 '2010~2013년 금융권 낙하산 인사 현황'을 인용하며 "금융지주, 시중은행, 손해·생명보험, 증권사 전반에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낙하산 인사 124명이 대거 포진됐다"며 "심지어 이중에는 다른 기관을 거쳐 가면서 연임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낙하산 인사는 시중은행이 45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금융지주가 41명, 증권사 21명, 생명보험 9명, 손해보험 8명 순이다. 업권별로는 시중은행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 15명, 국민은행 9명, 씨티은행 7명, 우리·하나은행 4명, 신한은행 3명 순으로 많았다.

전 교수는 금융기관 내부 개혁과 관련해 금융기관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기관 임원으로 3년 이상 금융분야 종사이력을 요구해 터무니없는 무자격자의 금융기관 낙하산 입성을 막아야 한다"며 "특히 정치권, 감사원, 국정원등을 통제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기관 임원에 대한 책임성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대개 낙하산 인사들은 능력이 없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보고를 일부러 받지 않는 등 일을 하지 않는다"며 "대표이사나 감사가 집행임원에게 의사결정의 책임을 미루는 관행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연대책임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KB사태의 본질은 낙하산 인사"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기준, 박홍근, 김기식 의원과 한정애 대변인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KB지주회장 측과 은행장 측이 찬반대립을 하고 있는데 본질은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부는 KB의 주식을 한주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KB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라는 점을 이용해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임명을 좌우해 왔다"며 "낙하산인사들은 내부 장악력이 떨어지고 단기성과에만 매몰돼있어 각종 금융사고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인 낙하산인사를 척결해 선진 금융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준 의원도 "세월호 참사의 근간에는 관피아 문제가 있었고 금융권의 모피아는 관피아의 원조격"라고 지적했다.

또 김의원은 "이번 KB사태는 전문성이 결여되고 자질도 검증되지 않은 낙하산 인사문제와 더불어 금융지주회사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라며 "옥상옥의 지위에 있는 금융지주회사는 막강한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금융지주회사의 내부통제 기능 및 경영전반에 관한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이제 금융하면 안 좋은 세 가지 이미지만 각인됐다"며 "바로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 탐욕스런 금융자본"이라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금융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부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저축은행, 동양그룹, 키코사태, 최근 대형 개인신용정보 유출까지 이루말할 수 없는 사고로 얼룩졌다"며 "그러나 금융당국은 잘못된 정책만을 남발하고 리스크관리를 하고 금융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할 금융그룹 CEO 자리에는 금융의 이해가 없는 낙하신 인사들로 채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관치금융으로 금융전체가 침몰할 위기에 놓였다"며 "특히 앞으로 국민은행 같은 민간금융회사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도 "국민들이 KB금융에 큰 기대를 했지만 문제만 생기고 있어 안타깝다"며 "경영상의 이견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외부로 표출한 경영진들은 스스로 그룹의 명성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KB금융과 국민은행의 낙하산인사들의 소통과 문제해결 능력을 지적하며 지주회사 회장과 행장의 겸직허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KB금융의 경우 그동안 갈등의 원천이 됐던 회장과 행장 간 대립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겸직을 통해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며 "다만 겸직에 따른 권한 집중에 따른 견제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일하게 금융당국 관계자로 참석한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모든 것을 낙하산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지배구조의 잘못된 관행이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과장은 "이사회가 주주와 공익을 대표해 CEO를 발굴하고 감시하는 이상적인 구조로 가야한다"며 "또한 언론이나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등 금융소비자를 대변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고 책임을 추궁할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태그:#KB금융, #국민은행, #관치금융, #낙하산인사, #전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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