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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마을 하얀 수련
 연꽃마을 하얀 수련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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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이라 하기엔 너무 넓다. 3만여 평의 늪엔 하얀 수련이 꽃봉오리를 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에 피어나기 시작한 작은 어리연은 흡사 오이꽃을 닮았다. 경쟁이라도 하려는 걸까. 연꽃들이 한껏 자태를 뽐냈다.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서오지리 연꽃마을. 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건넌들'이라 불렀다. 강 건너 마을이란 의미다. 요즘 이 마을은 본래 이름을 잃었다. 언제부터인지 그냥 연꽃마을로 부른다.

이제부터 피기 시작하는 어리연은 오이꽃을 닮았다.
 이제부터 피기 시작하는 어리연은 오이꽃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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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수련이 꽃망울을 터뜨린 후 딱 한 달 후면 어리연이 피기 시작한다. 이후 7월 중순부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다란 연꽃들이 형형색색으로 연못을 물들인다.

연꽃과 어울린 철새들, 한 폭의 그림입니다

"연꽃마을, 언제쯤 가보는 것이 좋을까요?"

딱히 대답이 궁색해 지는 질문이다. 연꽃마을은 이른 봄부터 분주한 동네다. 물닭과 물오리, 개개비 등의 철새들이 각기 자기 영역이라고 짖어댄다. 그 시끄러운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한동안 조용한 평화가 찾아온다. 모두 알을 품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연못에 수련이 피기 시작할 무렵이면 또다시 시끄러워진다. 자신들의 새끼 보호를 위함이겠다. 수 십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는 개개비의 소리는 시골학교 어린이 합창단을 연상케 한다.

그러든지 말든지, 물닭 부부도 병아리를 데리고 외출을 나왔다. 조용한 틈을 타 백련 사이로 모습을 보였다가 인기척을 느끼자 이내 새끼들을 물풀사이에 숨긴다. 보호본능이겠다. 좀처럼 물 닭 병아리를 보기 힘든 이유다.

물닭을 만났다. 경계심 때문인지 녀석은 병아리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물닭을 만났다. 경계심 때문인지 녀석은 병아리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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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는 소리에 놀라 옆쪽을 보니, 마치 누군가 돌이라도 던진 양 연못 한가운데 거친 파장이 인다. 괴물이라도 사는 걸까.

"잉어입니다."

이 마을 반장인 서윤석씨가 거들었다. 이 연못엔 1m가 훨씬 넘는 잉어가 수십 마리가 산단다. 이 연꽃단지가 조성된 지 10년이 넘었으니 큰 물고기들이 산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그러고 보니 이 연못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식구들은 참 다양하다. 250여 종의 연들과 잉어, 붕어, 메기 등의 물고기 그리고 물오리, 물닭, 개개비, 왜가리, 뱁새. 이들은 서로 천적관계가 아니라 이웃하며 살아간다. 종이 다른 동물들끼리 싸우는 일이란 좀체로 보기 힘들단다. 같은 종류의 동물들이 영역 다툼을 위해 아웅다웅 하는 것이 전부다.  

자생 연과 물오리·물고기의 만남... 정원이 되다

이른 아침, 하얀 수련이 먼저 꽃망울을 열었다.
 이른 아침, 하얀 수련이 먼저 꽃망울을 열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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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들, 이곳에 연꽃단지가 조성된 건 2005년 무렵이다. 강변엔 제멋대로 자란 자생 연들이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물 흐름을 피해 둑을 막고 연을 심었다. 그러곤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위적인 면을 줄이자는 의도였다.

전국에 많은 연꽃단지가 산재한다. 데크를 만들고 산책로도 조성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이곳은 경쟁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갈대가 우거지고 갯버들이 자라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 결과 산새와 물오리, 물고기가 어울린 연꽃은 커다란 정원이 되었다. 이 연못을 빠져나가 내달리는 강물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효과도 거뒀다.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다조가 된 셈이다.

붉은색 수련
 붉은색 수련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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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부터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침 나절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사진작가들이다. 창포를 배경으로 연꽃을 향해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다. 물풀과 어울린 연꽃이야 말로 살아있는 사진이라고들 너스레를 떨었다.

'하얀연, 노란연, 빨간연, 작은연, 큰연, 불량한 연, 성실한 연, 예쁜연, 미운연. 써 놓고 나니 꼭 욕 같다.'

연꽃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서오지리 마을에 연꽃이 만개했어요"라는 멘트는 좀 식상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기억하게 만드는 거다.

연꽃마을 식구들에게 우리는 낯선 사람들

"연꽃 사진을 찍으려면 10시 이후에 와야지, 꼭두새벽에 무슨..."

서 반장의 말에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다. 연꽃은 새벽에 피었다가 해가 뜨면 지는 꽃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해가 뜨면 일제히 피기 시작했다가 오후엔 꽃 봉우리를 닫는단다. 괜한 부지런을 떨었다.

연들이 잠을 깰 때까지 물오리가족 촬영을 위해 갈대숲에 몸을 숨기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내가 숨어있다는 것을 아는지 한 녀석도 물풀사이로 고개를 내밀지 않았다.

범인을 찾았다. 개개비 녀석들이다. 비교적 높은 갈대 꼭대기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녀석들의 지저귐 소리가 달랐다. 물닭을 향해 '적이 출연했으니 나오지 말라'는 신호다. 그 자리를 뜨자 이내 물오리 부부는 어린 병아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을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었던 거다.

이처럼 커다란 연꽃은 7월~8월에 만개한다 *사진은 2013년 7월 촬영
 이처럼 커다란 연꽃은 7월~8월에 만개한다 *사진은 2013년 7월 촬영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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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넌들 연꽃단지 오는 길 : 춘천에서 화천 방향의 국도 5호선을 이용, 춘천시 사북면 오탄리 현지사 입구로 진입 후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서오지리, #건넌들, #화천, #연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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