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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노들텃밭이 우리에게 준 것, 정몽준 후보에게 약간 나눠주기 기자회견.
 노들섬 노들텃밭이 우리에게 준 것, 정몽준 후보에게 약간 나눠주기 기자회견.
ⓒ 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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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갓 나온듯한 차림의 십여 명의 사람들이, 여의도의 빌딩 숲을 찾았다. 장화를 신고, 한 손에는 호미와 모종 그리고 다른 손에는 갓 수확한 쌈채소(상추)가 든 바구니를 들고 서 있다.

지난 1일 일요일 낮 12시, 여의도에 있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 앞에서 조금 독특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몽준 후보의 노들텃밭 비하에 화가 난 경작자들'이 주최한 '노들섬 노들텃밭이 우리에게 준 것, 정몽준 후보에게 약간 나눠주기 기자회견'이었다.

정몽준 후보에게 선물하려던 상추를 경찰방패 앞에 두고 온 까닭은?
 정몽준 후보에게 선물하려던 상추를 경찰방패 앞에 두고 온 까닭은?
ⓒ 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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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처음 제안한 노들텃밭 1-2 구획 경작자 김유미씨는 모두 발언에서 "정몽준 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있는 '1000만 서울이 박원순 후보께 묻습니다'의 4번째 꼭지인 '4만 여 평 노들섬을 텃밭으로 놀린 것은 심한 것 아닌가요?'라는 부분에 마음이 상하여 이런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단이 된 정몽준 후보의 선거 공보물.
 문제의 발단이 된 정몽준 후보의 선거 공보물.
ⓒ 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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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 후보님은 '3년 간 텃밭은 심한 것'이라 하셨지만, 우리는 심하게 좋았다"며 "오늘 재배한 무농약 쌈채소를 약간 나누어 드릴테니, 맛있게 드시고 생각을 고쳐주실 것"을 당부했다.

노들섬 노들텃밭이 우리에게 준 것, 정몽준 후보에게 약간 나눠주기 기자회견 참가자.
 노들섬 노들텃밭이 우리에게 준 것, 정몽준 후보에게 약간 나눠주기 기자회견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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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를 들고 참석한 노들텃밭 경작자.
 호미를 들고 참석한 노들텃밭 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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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발언에서 노들텃밭 4-4구획 경작자는 "비싼 돈 내고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만 문화 여가가 아니라 돈 없이도 도심에서 자연을 즐기고 생명을 체험할 수 있는 텃밭이 진정한 문화여가시설"이라며, "문화여가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햇살도시농부학교에서 1년 과정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경작자는 "올해 노들텃밭을 처음 알았다"며, "정말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의 공간이다, 아카시아와 자연의 향기가 가득한 그 곳 덕분에, 주말이면 마음이 설레고 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침저녁으로 텃밭을 일군다고 한 7구획의 경작자는 "지역주민으로, 한강대교를 자주 건너다가 노들텃밭을 알게 되고 신청해서 운 좋게 당첨되어 올해 처음 농사를 시작했다"며, "바람, 물, 흙, 햇볕, 사람의 정성이 더해지면 이렇게 잘 자라는구나라고 느꼈다. 초보라서 잘 모르는데 주변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었다. 아침저녁으로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고, 수확물들을 이웃과 나눈다. 우리의 텃밭은 놀지 않았다. 제발 우리의 노동과 텃밭을 폄하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녹색당 이유진 서울시의원 비례후보.
 녹색당 이유진 서울시의원 비례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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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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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발언에 나선 녹색당 서울시의원 이유진 비례후보는 노들텃밭에서 난 '분노의 파프리카'를 들고,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의 공보물에 이런 내용이 실린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며, "정몽준 후보에게 땅은 오직 부동산의 가치로만 환산할 수 있는 것, 수익을 내는 것으로만 인식되는가. 땅은 생명의 공간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는가"라고 물은 뒤, "이제 그만 하자. 건물과 개발은 이미 포화상태다. OECD자살률 1위의 땅에, 생명의 농사를 짓자"고 역설했다.

그 외 많은 참가자들은 "자기 손으로 상추 한포기라도 길러본 사람이 시장이 되어야 한다", "노들텃밭에 과연 와보고 하는 얘기냐?","다들 밥 먹고 똥 싸지 않나, 흙을 고맙게 여기지 않으면 같이 살 수 없다. 다들 땅을 일구자"고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노들텃밭을 놀렸다고 표현한 정몽준 후보 측에 다시 한 번 생각해 줄 것을 권했다.

참가자들.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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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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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정몽준 후보 측에 직접 수확한 노들텃밭 무농약 쌈채소를 두 바구니 선물하고자 했으나, 경찰들에 의해 건물 진입 자체가 막혀 버렸다.

경찰의 진입 저지와 비디오 채증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소리들이 오가며 살짝 긴장감이 돌기도 하였다. 현장에 있던 영등포경찰서 경비과 김호창 경위에 따르면 "정몽준 후보 측은 공식적으로 상추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후보 측의 시설보호 요청으로 진입을 막는다"고 밝혔다.

호미와 채소를 들고 참석한 노들텃밭 경작자들.
 호미와 채소를 들고 참석한 노들텃밭 경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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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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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채소가 무섭냐"고 야유를 보냈고, 정몽준 캠프 측 사무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상추를 받아 가시라"고 했으나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자는 선거 사무실에 올라가 선본의 입장을 직접 확인해 보고자 했으나 사무실에 있던 선본 관계자 백지용씨는 "캠프 책임자가 식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정몽준 후보측에 상추를 선물하려는 참가자들.
 정몽준 후보측에 상추를 선물하려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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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과 채소를 촬영하는 경찰.
 참가자들과 채소를 촬영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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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참가자들은 경찰 방패 앞에 채소 바구니를 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중간 중간에도 시들어 가는 채소에 물을 뿌리며 싱싱함을 유지하려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으나, 끝내 아쉬움을 남기고 상추와 작별을 고했다.

상추를 선물하지 못해 많이 속상한 참가자.
 상추를 선물하지 못해 많이 속상한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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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몽준, #노들텃밭, #상추, #선물,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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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보다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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