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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경 선생님은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하고 부사장을 지내셨다. 박정희 군사정권시절부터 저항하는 언론인의 지표셨고, 1979년에는 신군부에 의해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당했다. 여든에 이른 오늘까지도 언론자유 운동의 큰어른으로 우리 곁을 든든히 지키고 계시다. - 기자말

나라가 어려움을 당하였을 때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는가의 여부는 언론이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달려있다. 나라를 배(舟)에 견준다면 그 키(拕)를 쥐고 있는 것은 국가 기구이고 국가 기구는 관료들의 손아귀에 놓여있는 것이다. 배의 키를 잡은 사람이 방향 감각을 상실하였거나 다른 곳에 신경이 팔려있을 때 배는 흔들리다 결국 난파를 면치 못하는 수가 허다하다. 단 승객이 악을 써 키를 잡은 사람이 정신을 차리도록 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비책이다. 

국가 기구에 대한 국민의 불신 고조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는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인천에서 제주를 왕래하는 연안 여객-화물선의 물리적 난파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초래한 '대한민국호'의 심한 동요이다.

세월호 침몰로 인하여 국가 기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쌓일 대로 쌓여가고 있는 것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불신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현실 이외에 새로운 불신의 씨앗이 나라 안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겸허한 반성, 뼈를 깎는 노력이 오랜 시간을 두고 이루어져야 비로소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이 국가기구에 대한 불신 해소 과정이다. 

우리가 보는 대로 세월호에 탔던 300명의 죄 없는 생명을 앗아간 것은 전쟁이나 불가항력의 자연자해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국가기구 곧 관료가 소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로 빚어진 것이 세월호의 떼죽음이다. 여기서 "깍깍"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미네르바의 부엉이, 즉 나라의 언론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언론이 소임을 다하였는가.

언론 최소한의 책무라 할 사실의 정확한 전달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만천하가 다 인정하는 대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보안 관료기관들의 비열한 변명과 집권 세력의 정치 선전을 거드는 데 몰두하였음을 자성하는 소리가 언론계 일각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하여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기레기'라는 말이다. '기자 쓰레기'의 준말이 '기레기'라니!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수치다.

길환영 퇴진은 세월호 참사 책임규명과 관피아 척결의 시발점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불신을 해소한답시고 내놓은 국무총리 후보 안대희의 퇴장이 보여주듯 세월호 참사는 일파만파의 기세로 불신의 늪을 넓혀가고 있다. 대법관을 그만둔 날로부터 하루 1천만 원 가량의 변호사 수임료를 챙긴 정황을 알고도 '관피아' 척결을 맡기려했다면 그건 이미 정상적인 심리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우리 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관피아' 중의 '관피아'가 사법관료와 변호사업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관피아 폐해 청산이 쉽지 않다는 점은 구미사회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으나 폐해의 정도로 미루어서는 우리 쪽이 훨씬 위중한 상태다. 언론이 이제까지의 수치를 청산할 기회를 찾으려 한다면 '판검피아' 청산 캠페인같은 일에 몰두하는 자세를 보여줄 때다. '기레기'의 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손쉽게 찾아 올 것이라 믿었다면 그야말로 오해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50일 지난 현 시점에서는 KBS 사장 퇴진문제는 솔직히 말해 여러 분야의 사태 진전으로 인해 뒤로 밀려났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그러나 공공방송의 위치와 방송 영역의 파급력으로 볼 때 KBS의 명예를 팽개친 현 경영책임자, 길환영의 퇴진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 규명과 관피아 척결의 시발임에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췝진 [e-시민과 언론] 홉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보도, #KBS파업, #민언련, #임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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