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집트 대선 결과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이집트 대선 결과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이집트가 사실상 군부 정권으로 회귀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0일(한국시각)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사흘 동안 치러진 대선의 잠정 개표 결과 압델 파타 엘시시 후보가 95% 이상을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는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군부 지도자 엘시시 전 국방장관이 압승을 거두면서 호스니 무바라크 퇴진 3년 만에 다시 군부의 시대로 돌아갔다.

이집트는 2011년 2월 시민혁명 '아랍의 봄'을 통해 30년 장기집권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냈다. 이후 사상 첫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이슬람주의 정치세력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가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무르시는 정치 개혁과 경제 살리기는 뒷전으로 미루고, 이슬람주의를 강요하며 세속주의와 군부의 반발을 초래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내부 권력갈등에 몰두하며 민심을 빠르게 잃어갔다.

무슬림형제단을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군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를 축출했다. 그리고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의 최고 실세 엘시시가 국방장관에서 물러나 대선에 출마해 승리했다.

'30년 독재' 몰아낸 혁명, 3년 만에 물거품

엘시시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낮은 투표율로 굴욕을 당했다. 이미 승리가 확실시됐던 엘시시 측은 정권 탈환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득표율보다 투표율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러나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틀간 치러진 선거의 투표 마감을 앞둔 29일 오후 투표율은 고작 37%에 그쳤다. 무슬림형제단과 일부 민주주의 세력이 투표 거부 운동을 벌였고, 쿠데타를 일으킨 엘시시에 대한 이집트 유권자의 태도 역시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국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임시 공휴일을 선포하며 대선을 하루 연장하는 '꼼수'를 부렸다. 유권자에게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투표에 불참하면 500이집트파운드(약 7만 원)의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최종 투표율은 44.4%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축출된 무르시가 승리했던 대선의 투표율 52%에 한참 모자란다. 엘시시가 쿠데타가 아닌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 했던 군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기간 연장의 적법성 논란은 물론이고 과반도 넘기지 못한 낮은 투표율이 엘시시 정권의 국정 장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어찌됐건 30년 무바라크 독재정권을 몰아낸 이집트 혁명은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또한 이집트는 대선에 앞서 무르시 지지자 683명에게 집단 사형을 선고하면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고, 무슬림형제단은 정권 탈환을 위한 투쟁을 예고하며 물리적 충돌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태그:#이집트 대선, #압델 파타 엘시시 , #무함마드 무르시, #호스니 무바라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