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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16명의 실종자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여전히 슬픔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작은 도움이 위로가 될까 하여 안산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봉사를 다녀 왔다.

 

지난 23일 오전 9시, 안산 와스타디움에 봉사자들이 모였다. 단기 봉사자는 주로 연차를 낸 직장인이나 취업준비생, 휴학생이 많았다. 서울에서 온 휴학생 정정로(27) 씨는 "국민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울예대, 한양대 등 안산에 위치한 대학교들은 아예 학생회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참여했다. 서울예대 총학생회장 김동주(24) 씨는 "단원고와 가까이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셔틀버스에서 인솔자가 안내사항을 설명했다. 봉사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은 △웃거나 큰 소리로 떠들지 않기 △실종자 가족 향해 사진 찍지 않기 △현장 통제에 협조하기 등이었다. 버스는 9시 15분쯤 출발했다.

 

긴 이동시간 끝에 오후 2시를 넘겨 진도체육관에 도착했다. 다시 버스에 오른 팽목항 근무자들을 제외하고, 체육관 근무자들로 근무지와 역할을 나눴다. 진도체육관은 사고 초기부터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던 곳이다. 현재도 대부분의 가족들이 이곳에 있다. 이곳에 배치된 봉사자들은 상황실 교대근무와 밥차 취사지원으로 나뉘었다.

 

체육관 앞에는 2대의 밥차가 있다. 실종자 가족, 현장 근무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은 사랑의열매 밥차와 안산시 밥차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물론 식대는 받지 않는다. 안산시 밥차 근무자들은 조리장의 지시에 따라 조별로 취사, 배식, 서빙, 설거지 등을 담당한다. 식자재는 주로 전국의 지자체에서 보내준 재료를 사용하는데, 밥차에서 추가적으로 요청한 자재는 안산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가족들 중에는 간혹 식사를 하다가도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있었다. 일산에서 온 고재영(21)씨는 "가족들의 아픔이 느껴져 무척 슬펐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 정정로(27)씨는 "그래도 서로 밥 챙겨 먹고 힘내라고 격려하면서 사람들이 버텨낼 힘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24일에는 팽목항에 배치되었다. 1박 2일 봉사프로그램이었지만 센터에 요청하여 하루 더 남았다. 팽목항은 진도 본섬에서 침몰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로 구조 선박들이 오가는 곳이다. 수십 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으며 일부 가족들은 이곳에 설치된 조립식 주택에 머무르고 있다.

 

 

팽목항 봉사자들은 검안실, 상황실 등에 배치되거나 가족 숙소 청소를 맡았다. 필요 인력보다 봉사자가 많아서 주변의 다른 부스의 쓰레기를 비워주는 등 환경정화활동을 수행하기도 했다. 인상적인 건 새벽 시간이었다. 새벽 4시 팽목항은 고요했다. 뒷짐 지고 다니는 공무원들도, 특종을 쫒는 기자들도 없었다. 아이의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었고, 그들 옆을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팽목항에서는 봉사자들이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다. 수색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소조기지만 악천후로 인해 민간바지선이 임시 철수했다는 절망적인 소식만 들려왔다. 그래도 자원봉사 부스들은 해체하지 않았다. 봉사자들마저 떠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가족들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단원고 봉사지원팀 페이스북과 안산시 자원봉사센터, 전라남도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신청 및 접수를 받고 있다.


태그:#세월호, #진도, #진도체육관, #자원봉사,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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