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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창완 대표
 위창완 대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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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말하긴 좀 힘든데, 글자 그대로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공공예술도 따지고 보면 생활 속 예술의 한 분야지요."

'스톤앤워터' 위창완 대표 설명이다. 스톤앤워터가 '생활 속 예술'을 표방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 하지만 '생활 속 예술'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또렷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그에게 설명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설명을 들어도 아리송하긴 매 한가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늘은 기필코 '생활 속 예술'이 뭔지 알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꼬치꼬치 캐물었다.

"잘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주시죠, 아니 그보다는 작품 하나만 소개 해 주세요."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캐나다에서 17년 살다가 돌아오면서, 저는 달랑 가방 하나만 들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인증샷을 찍었고요. 이게 내 작업이고, 작품입니다. 그 작품을 위해 난 캐나다 살림살이를 모두 정리했어요. 팔고, 나눠주고, 버리고."

이 말을 들으니 감이 올 듯하다가 또 다시 떠오르는 의문. 본인은 작품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과연 예술작품이라 생각할까?

"다른 사람은 이게 작품인지 모를 것 같아요. 척 보고 아! 작품이구나 하고 느낄 만한 건 없나요?"
"그렇죠,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죠. 그냥 사는 게 예술이긴 한데... 이 곳에서 '꿈틀거리다' 란 작품을 한 적이 있어요. 전시장 바닥에 누워서 꿈틀꿈틀 거리는 거죠. 2주 동안 매일 30분씩, 술 취해서 쓰러져 있는 사람처럼."

실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그나마 올듯 말듯 하던 감이 쏙 들어가 버렸다.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직업이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할 만한 생활 예술은 없을까요?"
"그렇죠, 제가 하는 건 행위 예술이니 그걸 일반인들이 따라 하긴 좀 힘들겠죠. 그냥 사는 게 예술입니다. 돈 버는 것도 예술이고, 그 돈 세는 것도 예술이고. 생활 속에서 예술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즐기면 그게 곧 생활 예술입니다."

 '꿈틀거리다' . 위창완 대표의 행위예술 작품.
 '꿈틀거리다' . 위창완 대표의 행위예술 작품.
ⓒ 위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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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창환 대표를 만난 건 지난 9일 오후 5시 경이다. 석수시장 한편 허름한 건물 2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위 대표는 10년 동안 스톤앤워터를 이끌어 왔던 박찬응 대표가  군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직을 맡으면서 떠난 자리를 작년부터 지키고 있다.

"도발적인 문화 활동으로 신선한 충격을"

'스톤앤워터'는 경기도 안양 석수시장에 자리하고 있는 비영리 예술단체다. 2002년부터 석수시장의 유휴공간과 안양천에서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스톤앤워터가 추구하는 예술을 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다 시피 스톤앤워터는 생활 속의 예술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공공성, 지역성, 생태성에 입각한 예술을 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그 외에, 도발적인 문화 활동으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그런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위창완 대표는 2년 전에 스톤앤워터와 인연을 맺었다. 2012년 2월, 공개채용 광고를 보고 찾아 왔다가, 박찬응 대표와 통하는 게 있어서 눌러 앉았다고 한다. 박 관장과 잘 통했던 게 바로 '생활 속 예술'을 중요시 한다는 점이었다. 그 이전에는 '인천여성 비엔날레' 팀장으로, 부산비엔날레 요트경기장 특별전시실에서 현장감독으로 일했다.

위창완 대표는 아직 한국문화에 적응이 좀 덜 된 상태다. 캐나다로 유학 가서 17년 간 살다가 돌아온 지 4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 대표는 대학(부산대학교)을 졸업한 후 몬트리올의 콩코디아대학교(Concordia University)예술대학에 유학, 시각예술학 석사학위(MFA,2002)를 받았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조교로 2년간 일했고, 그 이후에 시간강사로 10년간(1999 - 2010) 강의를 했다.

캐나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던 위창완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매우 특별하다. '그냥 무조건 오고 싶어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기분이 내켜서 왔다는 것이니, 이거야 말로 진짜 특별한 이유 아닌가.

1분 조각. 사람이 배추처럼 포개져 있는 자체가 작품.
 1분 조각. 사람이 배추처럼 포개져 있는 자체가 작품.
ⓒ 위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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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가장 낯설었던 건 '빨리빨리' 문화였다고 한다.

"캐나다는 가난해도 잘 먹고 잘살아요. 복지가 잘 돼 있어서, 구멍가게 알바만 뛰어도 잘 삽니다. 처음에 이렇게 풍요로운 곳이 또 있을까 하고 무척 놀랐어요. 시간 강사 할 때도 이틀 일하고 5일 놀아도 잘 먹고 잘 살았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여유가 있고,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은 참 살기 힘든 사회 같아요. 돌아왔을 때 전쟁터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들 걸음걸이도 무척 빠르고, 한국은 모든 게 진짜 빠릅니다. 처음보다는 좀 낫지만 아직도 거기에 적응이 좀 덜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스톤앤워터에서 위창완 대표가 주로 한 일은 시각예술의 한 분야인 영상이나 행위 예술이다. 2년 전, 오자마자 10주년 기념행사에서 7개국 18명 정도 되는 외국 작가와 함께 국제 행위 예술제를 개최했다.

"그 때 작가들이 재미있는 작품 많이 만들었어요. '1분 조각'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1분 동안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죠. 장대 끝에 마달려 있기도 하고, 채소 옆에 사람이 포개져 있기도 하고."

현재 스톤앤워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토요문화학교'사업과 '블랙마켓(암시장)' 사업 등이다. 토요문화학교는 초중고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이다. 오는 17일 토요일부터 격주로 12월까지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기', '내가 살고 싶은 집 그리기' 등이다.

'블랙마켓'은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는 예술행위다. 작가들이 카트를 끌고 다니며 칵테일도 팔고 '야바위'판도 벌인다. 블랙마켓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9~10월경에 한차례씩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1분조각. 장대끝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자체가 작품이다.
 1분조각. 장대끝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자체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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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창완 대표의 꿈은 이런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좋은 사례로 만들어서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스톤앤워터를 최대한 발전시켜서 좋은 사례로 만든 다음, 저보다 더 젊은 사람한테 물려주려고 합니다. 선임자(박찬응)가 잘 했으니, 저도 열심히 해서 좋은 사례 만들어야죠. 공존하기 위해, 상인들과 늘 좋은 관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상인 분들이 대체로 친절합니다. 외국 작가 돌아갈 때 선물 주는 분도 있고, 물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위창완 대표는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만안 문화 발전 추진 위원회'라는 단체가 주관하는 '만안 문화마을 만들기'사업 예술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게릴라가드닝'이다. '게릴라가드닝'은 허가받지 않은 공간에 남몰래 식물을 심는 행위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쓰레기로 덮여 있던 땅에 꽃밭이 만들어지는 등, 안양 만안구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진행할 사업은 '제1회 만안잔치'다. 본래 일정대로라면 지난 4월 19일, 만안구에 있는 삼덕공원에서 이미 진행됐어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 행사 일정이 장기간 미루어 졌다고 한다.

만안잔치의 하이라이트는, 경합과 멘토링을 거친 출전자 12팀이 벌이는 '슈퍼스타만안'이다. 슈퍼스타 만안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50명의 참가자들이 예선과 멘토링 과정을 거치면서 12명으로 줄었다.

멘토는 전문 음악인과 연예 기획사 <JYP>의 보컬 트레이너다. 참가자들 중, 가수로서의 소질을 보이는 사람은 가수 박진영이 대표로 있는 유명 기획사인 <JYP>연습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슈퍼스타만안' 참가자는 학생, 주부, 미술학원 원장 등 다양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위창완, #스톤앤워터, #행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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