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 22일 오후 9시 5분]

이곳 오색1리 마을회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며 특별히 중점적으로 진행하기를 바라는 분야가 있다. 흔히 볼 수 있으나 다른 고장에서는 귀한 식물들을 중점적으로 배양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랜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도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믿기에 설악산의 산나물과 들꽃 만큼은 마을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재산이라 생각한다. 그 중 하나인 들꽃을 소개한다.

에델바이스로도 불리나 우리 고유종인 솜다리다.
▲ 솜다리 에델바이스로도 불리나 우리 고유종인 솜다리다.
ⓒ 정덕수

관련사진보기


'솜다리'라는 꽃을 말하면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솜다리가 아닌 '에델바이스'라고 하면 그제야 "아, 그 꽃이 우리나라에도 있어요?"라 반문한다.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웬 솜다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에델바이스라야 맞는 표현이라고 하는 사람은 우리 땅 우리 강산에 피는 모든 들꽃들을 모두 그렇게 불러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바람꽃은 아네모네로, 털개회나무나 정향나무는 미스킴나무나, 미스킴라일락으로 불러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시기가 되면 지금 이 낯선 '설악로0000번'으로 붙여진 주소도 우리에게 익숙한 '구라우마을 OOO님댁'으로 다시 불려질지… 마찬가지로 외래어에 익숙한 이들에겐 자연스럽게 불리는 아네모네나 에델바이스가 바람꽃과 솜다리로 불리는 날이 있으리라.

우리 땅, 우리 강산의 아름다운 들꽃들을 우리 이름으로 부르는 게 정겹다.

솜다리가 자생하는 곳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으로 자생지 자체의 높이와 환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해발 1424m의 점봉산이 엇비슷한 높이로 보인다.
▲ 남설악 솜다리가 자생하는 곳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으로 자생지 자체의 높이와 환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해발 1424m의 점봉산이 엇비슷한 높이로 보인다.
ⓒ 정덕수

관련사진보기


솜다리는 설악산의 꽃이다. 지리산과 소백산 국망봉에도 솜다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같은 국화과인 외솜다리다. 솜다리가 한창 남설악을 포함해 설악산의 공룡능선이나 칠선봉, 용아릉에 필 때 외솜다리는 암릉의 척박한 환경이 아닌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며 비교적 뿌리 내리기 좋은 토양에서 잎을 낸다. 솜다리가 씨앗을 맺은 다음인 6~7월에야 외솜다리는 꽃이 피니 꽃 피는 시기도 다르다.

세상에 알려지기로는 눈 속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다. 솜다리는 5월10일이 되어야 개화한다. 그런데 왜 눈 속에 핀다고 했을까? 그건 스위스의 만년설을 연상하여 알프스의 꽃이라고 하니 그런 듯싶다. 알프스에서도 눈 속에서 피지는 않는다. 물론 솜다리가 자생하는 지대가 해발 1000미터 정도 되는 위치라 꽃이 만개한 5월 하순에도 눈이 내릴 수 있는 환경이다.
활짝 핀 솜다리다.
▲ 솜다리 활짝 핀 솜다리다.
ⓒ 정덕수

관련사진보기


솜다리를 상징으로 하는 단체가 있다. 한국산악회나 한국등산학교가 그렇고 대한산악연맹과 대한산악연맹 구조대도 솜다리를 상징으로 한 로고를 사용한다. 등산을 터키어인 알피니즘(alpinizm)으로 쓰고, 산악인을 '알프스를 오르는 사람'을 의미하는 알피니스트(alpinist)라 하니 알프스와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스위스 국화인 에델바이스(edelweiss)를 등산관련 단체에서 차용해 사용하는 것은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당연히 우리 산의 우리 토종식물인 솜다리를 비슷하다고 해서 무작정 에델바이스로 불러야 한다는 건 이상한 논리다. 솜다리에 대해 백과사전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유럽과 남아메리카의 고산지대가 원산지이다. 2~10개의 노란 꽃이 두상(頭狀)꽃차례를 이루며 바로 밑에 6~9장의 잎이 달린다. 창 모양의 잎은 부드러운 털로 덮여 하얗게 보이는데 별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키가 5~30㎝이다. 많은 변종들이 있으며 이중 대부분은 관상용으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자라지 않으나, 이와 비슷한 식물로 같은 속에 속하는 산솜다리(L.leiolepis)·솜다리(L.coreanum)·한라솜다리(L.hallaisanense) 등이 설악산과 한라산 등의 고산지대에서 자라고 있다. 설악산에 자생하는 솜다리는 최근 학계에서 '설악솜다리'로 별도의 개체로 독립시켰다고 작업에 참여하신 신현철님께서 알려왔다.

일반적으로 외솜다리로 불리는 꽃은 백과사전에는 정확한 설명도 없다. 다만 식물분류학상 부여된 학명을 찾아보면 '외솜다리(Leontopodium japonicum)'라 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솜다리에 붙여진 학명에서 유럽이나 남미의 에델바이스와는 다른 영어로 표기는 되어 있으나 한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corea'나 'halla'도 아닌 'japonicum'인 걸로 미뤄 일본인이 이 식물도 처음 발견했다고 한 모양이다. 이런 통탄할 일들이 어디 솜다리 하나뿐인가.

칠형제봉과 한계령(오색령)을 바라보며 핀 솜다리.
▲ 솜다리 칠형제봉과 한계령(오색령)을 바라보며 핀 솜다리.
ⓒ 정덕수

관련사진보기


몇 년 전 솜다리를 촬영해 사진을 공개하자 몇 사람이 촬영한 장소를 물어왔다. 평소 그들을 믿었기에 동행해 촬영에 나섰다. 동행한 까닭 하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장소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는 그 솜다리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고부터 어떤 들꽃을 만나더라도 동행을 부탁하면 거절한다.

솜다리는 사실 인공적인 재배는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외솜다리는 토양을 제대로 관리만 하면 얼마든지 인공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솜다리에 몰입된 이들의 눈길을 외솜다리로 돌릴 필요가 있다. 꽃이 피는 시기만 차이가 날 뿐 꽃의 매력이 솜다리에 크게 뒤지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희소성 운운하면 미친 짓이다. 영원히 간직할 수 없음에야 희소성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반면, 외솜다리는 한 번 심으면 지속적으로 자연번식을 하고 매년 꽃도 만날 수 있다. 바로 이런 들꽃을 번식시켜 자연으로도 돌려주고 마을의 미래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개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http://www.drspark.net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 동시 기재됩니다.



태그:#솜다리, #외솜다리, #설악산, #남설악, #점봉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