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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반성문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한 달 전 여수 앞바다에 떠다니는 '거북선형 유람선' 안전 문제를 기사화했습니다. (관련기사 : 105명 더? '여수밤바다' 뱃놀이, 큰일 날 수도) 돌이켜 생각하니 거북선형 유람선은 안전에 관한 한 세월호와 흡사했습니다. 때문에 당시 기사를 좀 더 치밀하고 집요하게 기록했더라면 세월호의 비극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뒤늦은 후회와 반성을 하는 이유입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 기자 말

고효주 전 여수시의원이 오동도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거북선형 유람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는 "거북선형 유람선은 언제든 침몰할 수 있다. 치명적이고 치유 불가능한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런 배가 정원을 초과해 운항했다. ‘미친 짓’이다”고 말했습니다.
 고효주 전 여수시의원이 오동도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거북선형 유람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는 "거북선형 유람선은 언제든 침몰할 수 있다. 치명적이고 치유 불가능한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런 배가 정원을 초과해 운항했다. ‘미친 짓’이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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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호는 언제든 침몰할 수 있다. 치명적이고 치유 불가능한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런 배가 정원을 초과해 운항했다. '미친 짓'이다." - 고효주 전 여수시의원

지난 3일 오후 고효주 전 여수시의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거북선형 유람선 '여수 거북선'호는 안전에 관한 한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국가가 국민 세금 44억 원으로 만든 배인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고 치유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를 아직까지 그대로 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고효주 전 시의원은 시의원 재직 시절인 2010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거북선형 유람선 위법설계 제재조치 요구 및 완전한 안전성 확보 후 운항 촉구'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거북선호 운항을 1년 동안 중지시켰습니다. 하지만 2014년 현재, 거북선호는 여수 바다 위를 여전히 운항 중입니다. 도대체 이 배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문제점 1] 복원력 부족한 선박 구조, 안전운항에 치명적

거북선형 유람선은 3층 구조입니다. 지붕은 무거운 강판으로 씌웠습니다. 층수 올리기 위한 뼈대는 두꺼운 H형강입니다. 이러다보니 가뜩이나 무거운 배가 무게 중심도 위쪽에 있습니다.
▲ 거북선형 유람선 거북선형 유람선은 3층 구조입니다. 지붕은 무거운 강판으로 씌웠습니다. 층수 올리기 위한 뼈대는 두꺼운 H형강입니다. 이러다보니 가뜩이나 무거운 배가 무게 중심도 위쪽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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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형 유람선' 거북선호는 엄밀히 따지면 '거북선형 여객선'입니다. 2014년 현재 거북선호를 위탁받은 업체가 '부정기여객선' 사업 면허를 가지고 있고 배 또한 돌산대교와 오동도를 부정기적으로 오가기 때문입니다. 유람선과 여객선은 관리하는 기관도 다르고 적용되는 법률도 다릅니다.

여객선은 '해운법' 적용 대상이고 감독기관은 해양수산부입니다. 유람선은 '유선및도선사업법'의 적용을 받고 해양경찰청이 감독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여수시가 배를 건조할 당시 명칭을 따라 '거북선형 유람선'이라고 쓰겠습니다.

거북선호는 2010년 10월 5일, 해양수산부 산하 선박안전기술공단(KST)으로부터 최초 선박검사증서를 발급 받았을 때 승객을 최대 200명만 태우게끔 허락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선박검사증서'에 적힌 승선인원보다 250% 늘어 500명까지 승객을 태웁니다.

거북선호가 최초로 선박검사를 받았을 당시 선박안전기술공단은 거북선호에 대해 '복원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3일, 선박안전기술공단 여수지부장을 만나 거북선호의 복원력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거북선호는 복원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평형수를 만재한 후 운항하는 조건으로 선박검사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복원력은 배가 기울었을 때 원 상태로 되돌아오는 힘입니다.

무게 중심 위로 올라간 426톤 배에 50톤 평형수 싣고

복원력이 부족하면 배가 기울었을 때 침몰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배의 복원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헌데, 거북선호는 복원력에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거북선호는 무게중심이 배 위쪽에 몰려있습니다. 선박 규모(426톤)에 비해 배를 지나치게 높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거북선호는 3층 구조입니다. 지붕은 무거운 강판으로 씌웠습니다. 층수를 올리기 위한 뼈대는 두꺼운 H형강입니다. 이러다보니 가뜩이나 무거운 배가 무게 중심도 위쪽에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은 '여수시의회 2010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에서도 확인됩니다.

'선박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3층 구조 및 중량을 많이 차지하는 거북선 지붕을 무게가 3분의1에 불과한 가벼운 알루미늄 등을 배제하고 무거운 강판 및 H형강을 사용함으로서 선박무게의 중심이 위로 올라가서 전복위험성이 상존함을 선박검사에서 지적 받았으며 최소한의 복원성 확보를 위해 선박 아래 좌․우현 및 중앙의 모든 워터 밸러스트 탱크(W.B.T)에 항상 해수를 만재(滿載)하여 운항할 것, 여객들이 선호하는 3층(네비게이션 브리지 태크)에는 전복위험성 방지를 위해 162인 이상의 여객이 올라가는 것을 금지하는 등 많은 관광객이 승선해서 운항할 유람선의 안전운항과 인명보호를 보장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국, 이 배는 총톤수 426톤에 평형수까지 가득 싣고 바다를 항해합니다. 평형수 무게만도 약 50톤입니다. 때문에 배를 움직이려면 두 배로 힘이 듭니다. 배가 제 속력을 내려면 엔진에 힘을 많이 넣어야 합니다. 힘을 무리하게 사용해 배를 움직이다 보니 당연히 엔진에는 과부하가 걸립니다.

덩달아 기름 낭비도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속력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칩니다. 때문에 고효주 전 시의원은 "거북선호의 지붕과 뼈대는 강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었으면 배가 덜 무거울 텐데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문제점 2] '선박검사증서'도 없이 배 인수... 200명 정원이 500명으로

거북선호는 특이한 점이 또 있습니다. 이 배는 '선박검사증서'도 없는 상태에서 여수시에 인수됐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2010년 8월 9일 거북선호는 시험운항과 준공검사를 마치고 같은 달 23일 여수항에 입항합니다.

이후 2010년 9월 7일 여수시는 선박검사증서도 없는 배를 인수합니다. 선박검사증서는 대행검사기관이 선박안전법에 따른 검사에 합격한 선박에 대해 교부하는 증서입니다. 이 증서는 배가 다니는 항해구역과 최대승선인원 그리고 항해와 관련한 조건 등을 적어 놓은 서류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검사증과 비슷합니다. 여수시는 자동차 검사도 마치지 않은 새 차를 몰고 도로를 질주하듯 배를 운항할 계획이었을까요? 불안전한 거북선호, 2010년 10월 5일 우여곡절 끝에 선박검사증서를 받습니다. 지난 13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시 담당공무원에게 물었습니다.

시 공무원은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승선인원 조정 때문에 선박검사증서를 뒤늦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박검사증서를 뒤늦게 받은 일도 황당하지만 선박검사증서에 적힌 최대 승선인원은 여수시를 더 큰 고민에 빠뜨립니다.

여수시가 거북선형 유람선을 만들기 위해 작성한 '과업지시서'. 승선인원 300명 내외로 적혀 있다.
 여수시가 거북선형 유람선을 만들기 위해 작성한 '과업지시서'. 승선인원 300명 내외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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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거북선호를 만들기 위해 작성한 2009년 6월자 '과업지시서'를 보면 관광객 300명을 태울 계획이었습니다. 2009년 8월 시의외에서 의결한 거북선형 유람선 건조사업 공유재산관리 계획변경안의 승선예정인원 역시 300명이었습니다. 헌데, 여수시가 받은 선박검사증서에는 최대 승선인원이 200명이었습니다.

그러자 여수시는 거북선형 유람선 건조·운영 사업 기본설계용역 납품서에 적힌 '임시여객포함'이라는 말을 근거로 승선인원을 맞췄다고 주장합니다. 허나 시 주장은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소리일 뿐입니다.

2010년 10월 5일 발급된 선박검사증서. 최대승선인원이 200명으로 명시되어 있다.
 2010년 10월 5일 발급된 선박검사증서. 최대승선인원이 200명으로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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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는 '거북선형 유람선 건조?운영 사업 기본설계용역 납품서'에 적힌 '임시여객포함'이라는 말을 근거로 승선인원은 맞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여객 정원은 선박검사증서 상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를 초과해서는 태울 수가 없습니다. 또한 유람선 관련 법률인 ‘유선및도선사업법’ 뿐 아니라 ‘해운법’에도 ‘임시여객’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여수시는 '거북선형 유람선 건조?운영 사업 기본설계용역 납품서'에 적힌 '임시여객포함'이라는 말을 근거로 승선인원은 맞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여객 정원은 선박검사증서 상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를 초과해서는 태울 수가 없습니다. 또한 유람선 관련 법률인 ‘유선및도선사업법’ 뿐 아니라 ‘해운법’에도 ‘임시여객’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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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만난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여객선 담당 공무원은 "해운법과 유선및도선사업법에 임시여객이라는 표현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객 정원은 선박검사증서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고 이를 초과해서는 태울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때문에 거북선호에 300명을 태우면 법을 어기는 일입니다.

항만청, 세월호 사고 터지자 최대 승선인원 300명으로

이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여수시는 거북선호 건조 후 1년간 배를 바다에 띄우지 못했습니다. 다음 해인 2011년에는 배를 운항할 업체를 찾느라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2012년 10월 26일 시는 좌석이 있던 공간을 입석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최대 승선인원을 100명 늘려 300명으로 선박검사를 다시 받습니다.

이후 또 다시 2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 3월 21일 여수시는 최대 승선인원을 500명으로 늘려 선박검사증서를 받습니다. 승객 500명을 태운 배가 어두운 여수 밤바다를 항해합니다. 이는 세월호 못지 않은 모험입니다. 배에 오른 사람들은 움직이는 화물이나 매한가지입니다.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곳이 나타나면 구경을 위해 한 곳으로 몰립니다. 이렇게 되면 배는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승선인원 초과를 지적하는 <오마이뉴스> 최초 기사가 나간 후인 지난 3월 20일 여수지방해양항만청은 거북선호에 대해 해상운송사업면허를 인가하면서 배에 400명까지 타도록 결정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5월 10일에야 최대 승선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했습니다. 또, 야간 운항도 금지시켰습니다.

지난 13일 항만청 담당자를 만나 거북선호 승선인원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는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세월호 침몰사고 영향도 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초 선박검사 당시 승선인원의 100명을 초과한 거북선호는 계속해서 여수 바다 위를 달릴 예정입니다.


태그:#세월호, #거북선형 유람선, #한국선급협회, #선박안전기술공단, #거북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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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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