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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무회의에서 몇 마디 한 걸 대통령 사과라 받아쓰는 찌라시 언론. 내가 알기로 대국민사과는 국민들 앞에 예를 갖추고 하는 거다." (@cho*********)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발생 14일 만에 국무회의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SNS 여론은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국민들에게 직접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들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대국민사과'라 칭하는 것에 대한 분노도 보인다.

왜곡·편파 보도로 '찌라시'취급 받으면서도 보수언론들의 대통령 치켜세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여당 감싸기식 보도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사고 대응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이나 공무원을 탓하고, 청와대나 여당 관련 논란은 외면하는 식이다.

공정선거보도 감시단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방송과 신문의 선거보도 모니터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과 신문의 선거보도 공정성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지난 2월 24일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결성했다.

대통령의 '유체이탈' 부추기고, 감싸고

25일 조선일보 칼럼
 25일 조선일보 칼럼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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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장에 가보니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크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공직자의 책임있는 행동을 강조하면서도 행정수반으로서의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해 <CNN>이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의 외신에서도 문제를 지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보수언론들은 이런 지적을 외면하고 '공무원 탓'에 열중했다. <동아일보>는 21일 <朴대통령 공들인 국민안전-부처협업-정보공개 '물거품'>이라는 기사에서 "사건 초기 박 대통령 메시지가 부정확하게 나온 것은 사고 초기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23일 <대통령 호된 질책에도 현장 혼선 여전>이라는 기사에서는 '대통령이 지적을 해도 구조현장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라며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시켰다.

<조선일보>는 이보다 적극적이다. 19일 <대한민국 정부에는 대통령 한 사람 뿐인가>, <과도한 '1人 리더십' 벗어나 위기관리 시스템 복원해야> 기사에서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공무원 조직 전체를 "나섰다가 책임질까 뒷짐만"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한데 이어 25일 <대통령 한 명 밖에 없다>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기자는 "이번 참사에서도 대통령 혼자서 모든 걸 했다"면서 "이런 무능한 정부라면 문을 닫아도 괜찮다"고 적었다. 덧붙여 "대통령은 그래도 할 만큼 했다고 본다"라고 대통령의 책임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안 그래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상황에서, 행정수반인 대통령을 정부와 분리시켜 평가하는 태도는 대통령을 무조건 감싸고, 부추기는 것과 같다.

종편은 이번 사건이 현 정부가 아닌 과거 정부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23일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서 진성호 새누리당 전 의원은 유병언 일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청해진 해운에 면허를 넘긴 것이 '1999년 김대중 정권'이라면서 "DJ시절에 해수부 장관 이름 대고 다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5일 <채널A>도 <이언경의 직언직설>에서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이 "지금 정부에서 대처한 것이 없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이전부터 아무것도 안 돼 있던 것"이라며 "2~3년 전부터 (해경의) 해난구조 부분이 강화되기 시작했는데, 이 사고가 딱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대응이 미흡한 것은 이전 정부의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해난구조에 대한 정부 역량 부족 뿐 아니라 선적, 탑승객 관리 등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또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청와대 면피발언엔 침묵, 여당 의원 논란에는 물타기

24일 한겨레 1면
 24일 한겨레 1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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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태도가 편향적이다 보니 보수언론들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부적절한 발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김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해 사고 수습에 대한 책임회피성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겨레>는 24일 1면 기사 <무책임한 청와대 "안보실, 재난 사령탑 아냐">에서 "참사 발생 직후 청와대는 '김장수 실장이 위기관리센터에서 사고와 구조 현황을 파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관련 상황을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후 책임론이 국가안보실과 김장수 실장을 향하자 '국가안보실 책임이 아니다'라고 발뺌하고 나선 모양새"라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같은날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 타워 아니다" 김장수 발언 논란>이라는 기사를 2면에 싣고, "안보실이 재난 관련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구태여 강조하고 나선 것은 사고 초기부터 허술한 대응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싸잡아 비판받자 책임 라인에서 청와대를 배제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2면에 <청"김장수 실장, 재난 컨트럴타워 아니다">라는 작은 상자 기사로 이 사건을 다뤘다. 기사에서는 "모든 정부 부처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는 자세로 근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굳이 김 실장의 역할을 공개 부인한 것은 부적절했다"라며 적절하지 않다는 정도로 평가했다. 그나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4일 관련기사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지상파 뉴스는 특히 여당 예비후보의 구설수를 축소 보도했다. 19일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와 홍순승 세종 교육감 예비후보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려 논란이 일었다. 홍순승 세종교육감 예비후보는 이 자리에서 "교육계 지지표는 전부 다 우리 시장님께 합쳐 드리겠습니다. 우리 유한식 시장님과 세종시 행정수도 한국의 D.C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채널A> <JTBC> 등 종편 채널마저 이 사실을 비판하며 보도했지만 지상파 3사 뉴스에서는 관련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막내 아들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한 발언에 대해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굳은 표정의 정몽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막내 아들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한 발언에 대해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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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 아들의 '국민정서 미개'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1일 정몽준 의원의 막내 아들이 SNS상에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적어 논란이 일었다. 이날 정 의원은 기자회견과 사죄문으로 유감을 표했다.

21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뉴스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SBS>는 <"미개한 국민정서" 아들의 SNS파문>에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의 SNS발언을 묶어서 보도했다. <채널A> 또한 <"국민 미개"글 파문… 아버지 사죄> 기사에서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쓴 조끼를 입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함께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초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다. 자녀의 교육문제나 병역문제 등은 후보자 검증의 주요 요소기도 하다. 특히 정 의원이 즉각 사죄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이 발언에 국민들의 공분이 심했다는 점에서 이를 다른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과 함께 보도한 것은 물타기식 보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국가적 참사에서 공인의 부적적한 처신은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방송에서 어느 정당에 불리한 내용이냐에 따라 보도 자체가 은폐되거나 부풀려지고, 물타기 되는 편파보도가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이 29일 발표한 제9차 언론모니터보고서에서는 아직까지 재난보도준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세월호 관련보도의 문제와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세월호 구조작업보다 우선해 보도하는 지상파의 보도 문제를 비판했다.

*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 보러 가기
1) 朴대통령의 '유체 이탈 화법' 언제까지 두둔할 것인가?
2) 朴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뉴스가치'가 없나? : 대통령 지지율 뉴스 꼬리 감춰
3) 여당에 불리하면 '물타기'…야당에 불리하면 '부풀리기'
4) [신문] 선장은 승객 버리고…청와대는 책임 회피하는 '대한민국'
5) 가이드라인조차 무색하게 한 '세월호 참사 보도'
6) 미국 대통령 방한이 국민 목숨보다 앞자리에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유체이탈화법, #박비어천가,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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