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와대는 2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실장 김장수)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안보, 통일, 정부, 국방 분야를 다루며 자연재해가 났을 때 컨트롤타워는 아니'고, '안전행정부에 설치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번 사고의 컨트롤타워'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리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을 비롯하여 청와대 수석 등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다.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면, 대통령의 권한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왜일까?

중앙행정기관의 설치 및 직무 법위를 법률로 정한 '정부조직법'이 있다. 정부조직법 제 1조에 의하면 "이 법은 국가행정사무의 체계적이고 능률적인 수행을 위하여 국가행정기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의 대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법의 목적이 있다. 산재해 있는 정부 기관의 설치 조직 직무범위를 법제화한 것이다.

당연히 정부조직법 11조에 대통령, 15조에 국가안보실 직무범위가 분명히 명기되어 있다.

정부조직법 제11조(대통령의 행정감독권) ①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②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 제15조(국가안보실) ①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하여 국가안보실을 둔다. ② 국가안보실에 실장 1명을 두되, 실장은 정무직으로 한다.

법에 명시된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의 직무를 재해석하면, 대통령은 정부를 지휘·감독해야 되므로, 정부 조직의 하나인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 범주에 속한다. 당연히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휘 감독할 책임을 지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이와 같은 직무를 수행해야할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여야한다. 이 이외에도 대통령 보좌기관으로 대통령비서실(제14조 보좌기관), 대통령경호실(제16조 보좌기관)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기관들은 대통령의 눈과 귀 그리고 수족이나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할 행정용어가 있다. 바로 '보좌기관'의 역할이다.

행정조직은 크게 보조기관과 보좌기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보조기관은 조직의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기관이다. 즉 보조기관에서는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한다. 반면 보좌기관은 행정기관의 장의 참모역할만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보좌기관은 기관장에게 전문적인 기술이나 정보 또는 조언을 해주는 역할만 할뿐 독자적인 정책이나 판단을 할 수 없다. 보좌기관과 기관장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하는 대통령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한 것은, 소매치기 범에게 왜 지갑을 훔쳤냐고 물어봤을 때 '내 손이 훔쳤지 내가 훔치지 않았어요'라고 발뺌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책임이 없다면 권한도 상실한다.

지금까지는 법의 테두리에서 이번 청와대의 대응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의 대응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 즉 대한민국의 고질적은 무사안일 행정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바로 세월호 선장을 괴물로 키운 정부의 실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모든 일이 법의 테두리에서 시작하여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해도 법만 잘 지키면 문제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규제가 까다롭기로는 으뜸이다. 규제가 바로 법이다.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다. 많은 허점이 있다. 허점을 매우는 것은 바로 정의와 도덕이다. 법 집행자에게 정의와 도덕이 없다면 법은 살생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규정과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를 지키는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법망을 피해 자기이득만 챙기려 든다면 사회는 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정의와 도덕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국가적 대재앙인 상황에서 최고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에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자신들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오는데, 어느 기관장이 정의롭게 책임지려고 할까.

지금 관련기관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법령집과 내부규정을 훑어보며 혹시 이번사건과 관련하여 뭔가 잘못한 것이 있나 조목조목 법조문 라인체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면 허술한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고심하고, 문제가 없다면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이런 행정기관이 관리하는 해운회사들은 어떨까. 갑과 을의 관계다. 그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70에 가까운 고령에다가 계약직이며, 월급 270만 원을 받는 사람에게 476명의 생명을 맡긴 것은 법과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도덕과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이와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국가에서 법으로 관리하면 국민은 숨 막혀 죽을 것이다. 인간의 정의와 도덕과 상식은 자신 속한 집단의 사회활동에서 대부분 형성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관련하여 '책임질 사람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실종자 가족 앞에서 약속했다. 과연 누구에게 어떠한 엄벌이 내려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에 책임자 선별의 잣대를 대한민국 법에 둔다면 한 사람으로 좁혀지기 때문이다.


태그:#세월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