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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죽전역에서 '세월호 실종자분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합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촛불들.
 용인 죽전역에서 '세월호 실종자분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합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촛불들.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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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상상력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그러한 인간적인 가치들로부터 유리된 현대의 모습을 다시금 징후로서 보여준 사고가 아닌 사건이다.

구조상황을 바라보면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에 전국에서 촛불 모임이 확대되고 있다. 분노함으로써 인간다움을 확인한다는 그 현실 자체가 슬프게 다가왔다.

수지IL센터(통칭: 수지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도 비분을 느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촛불 모임을 했다. 지난 23일, 저녁의 어스름이 찾아들었던 오후 7시에 용인 죽전역 신세계백화점 앞 광장에 수지IL센터 식구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수지IL센터가 마련한 게시판에 무사귀환의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적었다.

"미안해요.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게요. 약속합니다.", "세월호 실종자들 모두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실종자, 유가족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용인 죽전역 야외광장.
 용인 죽전역 야외광장.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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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서리치는 촛불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점점 슬퍼졌다. 미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촛불은 일반적인 불과 다르다고 하였다. 일반적인 불이 다른 것과 융합하여 태우는 것에 반해, 촛불은 속으로 애태우면서 절망과 체념을 되씹는 남녀의 마음이나 짝사랑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한 고독한 촛불들이 모였을 때 우리는 상상력을 통해 옆에 있는 존재도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번 일은 인간적인 의사소통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사고였다. 일어날 징후가 있었지만, 경고해 줄 체계는 존재하지 않았고, 해경과 선장의 의사소통 과정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났다. 
 
이번 사고는 생명을 기계적으로 인식한 사고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인권도 기계적으로 인식한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징후로서 포착하게 만든 사건인 것이다.

죽전역의 시민들은 바쁜 나머지 시선만 주고 먼 길을 걸어갔다. 오후 9시가 되어 우리는 게시판에 적힌 시민들의 목소리를 챙기고 돌아갔다.


태그:#용인,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죽전역, #촛불모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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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복지, 사회, 문화,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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