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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이동통신 유통점이 몰려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이동통신업계 및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직접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이동통신 유통점이 몰려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이동통신업계 및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직접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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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 싫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3시쯤 이동통신 매장이 몰려있는 강변 테크노마트 6층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카메라 기자들이 미리 약속된 매장에서 '연출'을 요청했지만 최 위원장은 손사래를 치며 다른 매장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동통신 유통점 현장 방문은 다음날 아침 통신3사 CEO 간담회를 앞두고 열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결국 진짜 '연출'은 피했지만, 통신사 CEO보다 유통점 상인들 얘기를 먼저 듣는다는 '열린 모습'을 스스로 연출한 셈이다.

이통사-유통상 '중재'... "자율적으로 안 되면 법 잣대 적용"

'28년 경력' 법관다웠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최 위원장은 이날 매장 방문에 앞서 1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상인 대표와 이통3사 대표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에 충실했다.

우선 중소 유통상들이 반대하고 있는 '유통점 인증제'와 관련해선 "상인들은 인증제에 부정적이지만 유통점 수가 많고 법 위반 행위가 실제 있어 인증제가 자제 수단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인증 비용과 해마다 갱신하는 문제는 이통사와 KAIT(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협의해 최소화해야 한다"며 일종의 타협안을 제시했다. 

또 3개월에 걸친 영업정지 기간동안 유통점 직원 생계 문제와 관련해선 "이통사가 그동안 판매점을 통해 이득을 본 만큼 최소한의 생계 유지 수준에서 전향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이통3사를 다그쳤다.

또 이통사 허위 과장 광고 논란에 대해서는 "허위 광고 규제는 자율이지만 일부 업소는 도가 지나치다"면서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잘 안 되면 광고표시법에 따라 법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시중' 이은 '최판사', 정치적 타협은 '미숙'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이동통신 유통점이 몰려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를 찾아 이동통신사 영업정지와 보조금 경쟁을 놓고 업계 및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이동통신 유통점이 몰려 있는 강변 테크노마트를 찾아 이동통신사 영업정지와 보조금 경쟁을 놓고 업계 및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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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임기를 마친 김충식 전 방통위 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3년 동안 지켜본 역대 위원장을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야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이계철 전 위원장은 '독일군 장교', 이경재 전 위원장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 같은 '교회 장로'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관련기사:'야당 차관 3년'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실제 'MB 멘토'로 불리며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최시중 전 위원장은 대외 행보에도 적극적이었고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끝내 뇌물 수수 죄로 불명예 퇴진했다. 반면 정보통신부 관료 출신인 이계철 전 위원장은 철저한 실무형으로 대외 행보에 소극적이었고 정권 교체기 구원 투수 역할에 머물렀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경재 전 위원장은 정치인 출신답게 야당 위원들과 소통이나 대외 행보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를 뒷받침해도 모자랄 판에 지나치게 독자적인 행보와 돌출 발언으로 청와대 눈 밖에 나면서 결국 연임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임 위원장들과 비교했을 때 '최 판사'는 박근혜 정권 입장에선 안전한 카드다. 실제 김충식 전 부위원장을 최 위원장을 '흠잡기 어려운 모범생 윤창중'에 빗대기도 했다. 모범생 이미지 탓에 흠잡긴 어렵지만 임명 당시 여론의 큰 반대에 부딪쳤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어깃장 인사'라는 의미였다.

실제 취임 이후 최 위원장 행보는 이중적인 면을 모두 보여줬다. 우선 영업정지나 단말기 보조금처럼 당사자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이슈에서 자신은 한발 빼고 중재자 역할에 충실한 '모범생' 모습을 보여줬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서로 상대방에 일종의 타협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엄포도 빠지지 않았다.

다만 정치적 타협이 요구되는 내부 소통에선 여전히 법과 제도만 앞세웠다. 야당 상임위원 한 명이 공석인 가운데 김재홍 위원이 '회의 보이콧'까지 선언했는데도 오는 16일 첫 전체회의를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방통위 수장'으로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로도 볼 수 있지만,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해 최대한 합의를 유도해야 하는 합의제 기구 수장으로선 일단 '감점'인 셈이다.(관련기사: 김재홍 방통위원, 야 추천 고삼석 임명 때까지 '보이콧' )


태그:#최성준, #방통위,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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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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