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추락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한 삼성전자서비스 외근 A/S 고소작업 현장
 추락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한 삼성전자서비스 외근 A/S 고소작업 현장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사진보기


"떨어질까봐 동료들이 허리춤이나 어깨를 붙잡은 채 위험하게 작업을 해야 해요.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도 없이 수십 미터 높이의 장소에서요. 구두가 미끄러워서 안전장비 지원을 요청해도 개인 돈으로 마련하라고 해요."(삼성전자서비스 의정부센터 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크게 다쳤어요. 그래도 고객을 생각해서 고통을 참으며 수리를 끝낸 뒤 병원엘 갔어요. 오른손 중지 인대가 끊어졌다고 했어요. 다음 날 더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고 일주일을 입원했어요. 산재처리는 안 됐고요. 회사에서는 병원비를 실비로 줬을 뿐이에요."(삼성전자서비스 고양센터 이○○)

3월 25일 '삼성전자서비스(주) 안전보건 법위반 폭로와 현장안전점검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A/S노동자 건강권보장 촉구 금속노조 기자회견'에서 나온 삼성전자 A/S 현장 노동자의 증언 중 일부다.

전국 170개 서비스센터 7000여 명의 A/S 엔지니어들이 삼성전자 모든 제품의 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4일 이들은 노동조합(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을 만들었다. 현재는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임단협 체결과 폐업철회·고용보장 투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월 15일부터 두 달에 걸쳐 삼성전자서비스(주)의 안전보건 관련법 위반 실태와 전국 삼성전자 A/S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 특별점검 및 실태조사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국 48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들은 무려 21만 건이 넘는(21만2869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고·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화자찬하며 지난해 무려 37조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삼성전자는 그 서비스노동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A/S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안전보건교육 미이행·안전장구 미지급 등 21만2869건 위반

환기시설 및 배기장치나 안전보호구가 전혀 없는 삼성전자서비스 내근 A/S 세척작업 현장
 환기시설 및 배기장치나 안전보호구가 전혀 없는 삼성전자서비스 내근 A/S 세척작업 현장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사진보기


삼성전자서비스(주)의 위장도급 의심을 받고 있는 하청업체들인 전국의 각 서비스센터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가장 기본적인 사업주의 의무(동법 제5조)조차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안전보건교육(동법 제31조)도 조회시간에 5~10분 전달사항을 말하고 사인을 하라고 할 뿐이었다. 장갑과 마스크, 안전화, 안전모 등 기본적인 작업에 필요한 안전장구나 보호구도 지급하지 않았다.

마땅히 취해야 할 안전조치나 보건조치도 전무하였다(동법 제23·24조). 그런가 하면 회사 측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복장규정'을 들어 구두와 넥타이 착용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고객서비스 평가를 이유로 비인간적인 자아비판과 반성문, 대책서 제출을 강요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회사 측의 불합리한 행태와 법 위반 행위들의 결과는 A/S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A/S노동자들은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아무런 안전설비나 장비 없이 에어컨 실외기 수리업무 등 수십 미터 높이에서 위험천만한 작업을 하고 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작업상황에도 회사 측은 이렇다 할 조치가 없다.

수십킬로그램이 넘는 제품을 운반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외근 A/S 중량물 취급 작업.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있다.
 수십킬로그램이 넘는 제품을 운반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외근 A/S 중량물 취급 작업.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사진보기


그런가 하면 작업용 장갑이나 마스크 하나 없이, 환기시설이나 배기장치가 전혀 없는 작업공간에서 각종 유해가스·유해먼지 등을 마셔가며 제품의 용접(땜질)·세척·분해·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화재·폭발·감전의 위험도 상존한다. 손가락이 베이거나 찢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그리고 대형TV·세탁기 등 50~60킬로그램이 넘는 가전제품이나, 심지어는 음식물이 가득 찬 100킬로그램도 넘는 냉장고를 혼자서 빼내고 밀어넣는 작업들을 하기도 한다. 허리, 어깨, 팔 등 근골격계 질환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외근수리 업무를 위해 이동하다가 출장 중 재해인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비스업무의 특성상 고객과 대면하는 감정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의 욕설과 폭언, 폭행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고 있는 재해노동자의 권리인 산재 처리와 보상은 거의 전무하다.

법은 생명 지키는 최소한의 기준... 노동자의 몸을 제일로 해야

외근 A/S 이동 중 재해. 교통사고 현장 사진.
 외근 A/S 이동 중 재해. 교통사고 현장 사진.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사진보기


3월 25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A/S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기 위하여, 또한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지켜내기 위하여 5대 긴급공동행동에 돌입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 작업 시 위험한 구두와 넥타이 착용 거부 ▲ 법 위반한 부실한 안전보건교육 서명 거부 ▲ 추락방지 없는 고소작업 등 위험작업 거부 ▲ 비인간적 자아비판·반성문·대책서 불응 ▲ 재해발생 시 산재처리이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3월 25일에 21만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하여 삼성전자서비스(주) 대표이사(박상범)와 전국 각 서비스센터 사장들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현재 각 노동지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법 규정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재보험법 준수는 기본이거니와 경영 마인드를 전환하여 A/S노동자들의 몸과 삶을 제일로 해야 한다.

또한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바지사장' 논란이 해결되어야 한다. 위장도급 논란을 낳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주) 원청의 간접고용이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 역시 즉시 바뀌어야 한다. 그랬을 때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은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더불어 안전과 건강, 생명의 권리도 근본적으로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은 외치고 있다.

"핸드폰만 고치냐 우리 삶도 고쳐보자!"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만 고치냐 우리 삶도 바꿔보자!"
"무노조는 끝났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산안법을 준수하라 건강권을 보장하라!"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이제 전국의 시민과 노동자들이 화답해야 할 때이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삼성을 바꾸기 위한 서명에 동참하며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현장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스스로 요구하고 당당하게 확보해나갈 것이다.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A/S 작업 현장과 노동조건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3월 25일 삼성전자서비스(주) 안전보건 법위반 폭로와 현장안전점검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A/S노동자 건강권보장 촉구 금속노조 기자회견
 3월 25일 삼성전자서비스(주) 안전보건 법위반 폭로와 현장안전점검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A/S노동자 건강권보장 촉구 금속노조 기자회견
ⓒ 금속노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입니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 #노동안전, #산업재해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