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째 이런 일이 …."

같은 고등학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11일 만에 학생 두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학교폭력예방 전문가들은 처음 사망사고가 났을 때 치유·상담 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잇따라 학생 사망사고가 발생한 학교는 경남 진주에 있는 진주외국어고등학교(아래 진주외고)다. 진주외고는 종합고에서 1997년 교명을 바꾸었고, 2010년 교육부 지정 기숙형고교로 선정됐다. 또 이 학교는 고영진 현 경남도 교육감의 부인이 1993년부터 이사장으로 있다.

사망사고의 발단이 된 폭력은 이 학교 본관 3층 계단과 기숙사에서 발생했다. 지난 3월 31일 오후 3시41분경 이 학교 본관 서편 3층 계단에서 1학년 A군이 B군의 복부 등을 때렸다. B군은 쓰러진 뒤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다. A군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경상남도교육청.
 경상남도교육청.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어진 두 번째 사망사고는 11일 오후 11시20분경 기숙사에서 발생했다. 2학년 C군이 1학년 D군을 기숙사 방에서 엎드리게 한 뒤 복부를 찼다. 학교 기숙사에서 후배들이 말다툼한 뒤 싸움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C군이 D군을 방으로 불러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D군은 이전에 심장판막 수술을 한 병력이 있고, 병원으로 옮긴 뒤 12일 새벽 0시28분경 사망했다. 진주경찰서는 C군을 긴급체포했으며,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경남도교육청은 12일 오후 고영진 교육감 등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경남도교육청은 "대책회의에서는 이번 사망사고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현재 지역 86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든 기숙사를 대상으로 기숙사 내의 폭력을 비롯해 학생지도 문제점과 기숙사 운영 원칙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청은 "해당 학교장에 대해 학교법인에 직원해제를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장례 절차가 끝나면 특별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교육청은 앞으로 학교 내에서 이러한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직위고하에 상관없이 엄중 문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학교폭력으로 처음에 아이가 죽었을 때 교육청과 학교에서 제대로 대처했는지 의문"이라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피해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에 대한 상담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영기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폭행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재교육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여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잇따라 학교폭력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예비후보는 12일부터 공식 일정을 중단했다.

박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같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생이 죽는 사고가 잇따라 났다"며 "아이들 살리자고 뛰어든 이 선거판에서, 이렇게 아이가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무슨 염치로 표를 달라 하고 다니겠느냐. 진정으로 아이를 살리는 길은 없는지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태그:#학교폭력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