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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사진)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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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미 '기초선거 무공천'을 한다고 당 대표가 선언했고 그걸로 통합했는데도 무슨 재검토냐"라며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가야 한다, 우리는 약속을 지킨 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를 '약속 파기 집단'으로 공격해야 한다"라고 못박았다.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였던 김 의원은 그러나 십 여 일이 흐른 1일 "잘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대로 무공천을 하는 게 옳은지, 아니면 전격적으로 공천을 결정해야 할지, 내천(특정인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소극적인 안을 택해야 할지 어떤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을 돌린 것은 기초 의원들의 아우성 때문이다. 그는 "내가 호남지역 의원이라 이곳은 후보 난립 폐해가 있지만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일은 없다"라며 "비호남권 상황을 잘 알 수는 없었는데 의총 등에서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비호남 지역) 기초의원들은 다들 아우성이더라, 그 얘기를 듣고나니 자신이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타파를 위해, 정부 여당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최경환 원내대표도 오늘 대표 연설에서 '정당공천을 해야 한다, 정당공천의 순기능이 더 많다'는 의견을 밝힌 거 아닌가, 공천하는 게 국가를 위해서 좋은 거라면 우리에게 '무공천 약속 안 지킨다고 비난하지 않을테니 함께 공천하자'고 제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여당에 야당과의 상생 공존이 건강한 국가 발전을 위해 필수라는 생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게 도리"라며 "그렇지 않고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를 보고 고소하게 여기며 즐기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끝끝내 정부 여당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없다면 그는 "지도부가 어떤 쪽이든 결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이 없어지더라"

다음은 김동철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가운데에서도 '기초 공천제 폐지'를 촉구한 후에 정부 여당의 반응이 없을 때 후속대응하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어떤 생각인가.
"고민이다. 전격적으로 공천을 결정해야 할지 아니면 야권 후보가 최대한 당선되도록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거나 야권 후보를 내천하는 방식의 소극적인 안을 택할지. 나도 아직 어떤 게 맞는 일인지 자신이 없다."

- 본래는 기초 선거 무공천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선회한 이유가 있나.
"내가 호남 지역 의원이라서…. 호남권은 결국 야권 성향 후보들이 당선되는 곳이다. 후보 난립의 폐해가 있지만 새누리당이 당선되거나 하진 않는다. 비호남권의 상황을 모두 알 수는 없었고 심각성과 절박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의원총회 등에서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거나 기초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아우성이더라. 그래서 자신 없다고 한 거다.

나는 처음부터 공천 폐지 자체를 반대했다. 중앙정치 예속, 줄서기 폐해 등의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공천제 폐지는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공천의 순기능을 다 없애버리는 거 아닌가.

최근 몇몇 의원들은 무공천으로 생기는 폐해를 성토하는데, 사실 '지금까지 뭐했나' 싶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정당공천제도 폐지를 내걸 때는 뭐했고, 정당공천 폐지 전당원 투표할 때는 뭘 했으며, 새누리당이 요지부동인데 두 대표가 정당공천 무공천을 선언했을 때는 뭐했는지 묻고 싶다. 아무 소리 없다가 이제 와서 무공천 폐해만 얘기하는 건. 그게 진정한 해결책인지 모르겠다. 나도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대안으로 호남만 무공천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것도 정도는 아닌 거 같다.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안인 건 알지만 정도가 아닌 건 분명하다."

- 두 대표가 단식하는 등 더 강도 높은 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방자치선거 실시를 주장하며 단식을 했으니 그런 주장도 나올 법하다. 그래도 그건 주변 의원들이 두 대표에게 강요할 성질의 일은 아니다."

"전 당원에게 묻기엔 시간이 부족... 대표들이 결단해야"

-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하나.
"지도부는 '기초선거 공천제도 폐지' 서명운동도 벌이고 대통령과의 대화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말이 없다.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뭘 내놓을 게 아니고 책임있는 대통령이고 공당이라면 우리에게 '무공천하지 말고 정당하게 대결하자' 이런 제의라도 해야 한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오늘 정당대표 연설에서 '정당공천을 해야 한다, 정당공천의 순기능이 더 많다'는 의견을 밝힌 거 아닌가. 공천을 하는 게 국가를 위해서 좋은 거라면 우리에게 '무공천 약속 안 지킨다고 비난하지 않을테니 함께 공천하자'고 제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성숙한 여야 관계를 위해서 그게 옳은 태도다.

그렇지 않고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를 보고 고소하게 여기며 즐기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책임 있는 여당의 태도가 결코 아니다. 야당과의 상생 공존이 건강한 국가 발전이라는 생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다면 (우리에게 공천을 제의하는) 그게 도리다."

- 그럼에도 정부 여당이 끝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만일 공천하게 되면 경선을 거쳐야 하니 후보 선출과 등록·경선 기간이 보장된 시점을 마감일로 보고 지도부도 결심해야 할 것이다. 전 당원에게 모두 의사를 묻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대표가 결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그 때가 되면 생각을 정리할 것인가.
"그렇다. 그때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이 내부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당 내에서 생각 다르다고 해도 이것이 분란의 소지가 되지 않도록 우리 당 의원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이를 빌미로 지도부를 비난하거나 서로 비난하지 말고 중지를 모아가야 한다."


태그:#기초 선거 무공천, #김동철, #김한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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